2024-04-26 16:53 (금)
합병·매각 등 쌓인  현안 해법은?.....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합병·매각 등 쌓인  현안 해법은?.....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7.03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 있게 푼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6월 2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 동안의 산업은행 성과와 주요 현안을 설명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과 HMM, KDB생명 매각 등 주요 현안 기업 처리 등도 포함됐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강 회장은 “지난해 6월 7일 산업은행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산업은행이 이룬 성과를 말씀드리겠다”며 가장 뜻깊은 성과로 기업구조조정을 들었다. 강 회장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만년 부실에 허덕이던 쌍용차가 지난해 8월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법정관리를 끝내고 정상화의 발판을 맞이했다”며 “이제는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꿔 달고 신차 흥행을 발판으로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고 했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구조조정으로는 2000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지난 23년간 산업은행의 해묵은 숙제였던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신속하게 이뤄낸 것을 꼽았다. “취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신속한 매각’ 원칙을 세운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한화그룹의 2조 원 신규 투자 유치를 끌어냈고 그로부터 불과 8개월 만인 지난 5월 23일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하고 ‘한화오션’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다. 한화오션은 2조 원의 자본 확충을 통해 부족 자금 대응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가능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질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회장은 앞으로도 항공사 통합과 HMM·KDB생명 매각 등 주요 현안기업 처리에 있어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신속한 매각이라는 구조조정의 네 가지 원칙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 있게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주목할 만한 성과로는 금융시장 안정자 역할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발(發) 채권시장 혼란 상황에서 산업은행은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로 13조6000억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가동, 선제적으로 시장 불안에 대응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조기에 차단한 결과, 채권시장은 빠른 속도로 안정화됐고 금리 변동성도 크게 완화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비단 구조조정과 시장안전판 역할 뿐만 아니라 혁신성장 분야 지원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자산시장 하락, 시중 유동성 감소로 벤처·스타트업 투자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2022년 한해 혁신성장 분야 2238개 기업 대상으로 투자와 대출을 포함한 27조4000억 원의 자금을 공급하며 전년 수준 이상의 지원을 이어 나갔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 대표 벤처 지원·육성 플랫폼인 넥스트원, 넥스트라운드, 넥스트라이즈와 KDB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를 통해 대한민국의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고 확대하는 역할도 빈틈없이 수행했다”며 “올해도 혁신성장 분야에 25조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는 등 앞으로도 산업은행은 어렵게 지핀 벤처 붐을 이어가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벤처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든든한 금융동반자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성과로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했던 ‘대한민국 경제재도약 프로젝트’의 하나로 초격차 산업에 대한 전용 상품 출시를 언급했다. 강 회장은 “초격차 1호 프로젝트로서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앞으로 5년간 30조 원의 금융지원계획을 발표한 이후 2호 원전, 3호 이차전지, 4호 바이오헬스에 대해 금융지원계획을 수립했다”며 “2022년 한 해 국가첨단산업에 7조6000억 원을 지원했고, 올해 편성된 초격차 시리즈 전용 상품 규모도 11조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의 초격차 시리즈 상품을 통해 국가첨단산업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 성과로 UAE와의 투자 협력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한국과 UAE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UAE의 30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후 산업은행과 무바달라 간 체결된 ‘국가 간 투자파트너십’의 구체화를 4개월 만에 이루고 에너지와 ICT 등 6대 우선협력투자분야를 공동 발표하는 한편, 20억 달러의 잠재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도 했다”며 “UAE 측의 투자계획은 정리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화교 상인 위에 인도상인, 인도상인 위에 아랍상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모든 것들을 협의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며 “상호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쉽사리 거래를 트지 않는 중동의 거래 문화를 고려해 무바달라 고위급 면담과 실무급 면담, 아부다비 국부펀드 등 7개 기관의 방한 등을 성사하며 산업은행이 진정성을 가지고 쉬지 않고 달려온 덕분에 UAE 측과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UAE 투자자금이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부와 함께 투자 협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1년 동안 이룬 성과에도 산업은행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다. 강 회장은 “현재 신고 대상 13개국 중 10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났고, 미국과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으로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심사기한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과 EU 경쟁 당국의 심사절차가 까다롭고 기업결합 과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이 아시아나항공의 근본적인 생존과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기에 해외 경쟁 당국 설득을 위한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하는 한편, 정부 부처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조속한 심사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HMM 지분매각에 대해서는 “지난 1월 HMM 지분처리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를 끝내고 4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기업실사와 잠재 매수자 물색, 최적의 거래구조 설계 등 매각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결론이 확정될 것”이라며 “매각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태핑하고 있으며 매각작업이 차질 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SPA 체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DB생명 매각도 이슈다.

강 회장은 “과거 금호그룹 부실 처리 과정에서 2010년 산업은행이 결성한 사모펀드가 금호생명을 인수한 이래 KDB생명은 산업은행에 있어 줄곧 ‘아픈 손가락’이었다”며 “매각 도전만 다섯 번째이지만, 이번엔 과거 4차례의 매각 시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전했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하나로 지난 5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하는 한편, 산업은행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 원 전액을 매입해 가용자본 관리도 쉬워졌다고 했다.


강 회장은 “올해 들어 KDB생명의 운용자산수익률이 높아지는 것도 매물로서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며 “다수의 원매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번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은행을 둘러싼 여러 경영 현안에 대한 고민도 있다. 강 회장은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반도체 등 주력산업 수출 부진에 따라 당분간 국내경제 성장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수출·투자 등 실물경제 활성화 지원을 통한 하반기 경제 활력 제고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간 산업경쟁 심화 및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첨단산업 육성,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금융의 필요성이 많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시장안전판 역할 수행으로 영업자산이 급증해 온 가운데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2020년 말 15.96%에서 올해 1분기 말 13.11%로 2.85%포인트 하락하는 등 뚜렷한 감소 추세”라며 “한전 손실에 따른 BIS비율 하락 영향만 1.95%포인트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산업은행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 원을 현물출자 받고 후순위채권 1조3000억 원을 발행하는 등  자본확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 금감원의 BIS비율 권고치인 13%를 유지하면서 올해 자금공급 목표 73조5000억 원을 차질 없이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금융리더, 더 큰 KDB’라는 산업은행의 비전을 달성하기에는 현재의 13%대 BIS비율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충분한 정책수행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정부·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은 다른 공공기관과는 달리 현물출자 주식과 구조조정기업 출자전환 주식 비중이 높아 시황에 따라 평가손익의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배당정책과 배당금액 결정 시 산업은행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될 수 있도록 정부·국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도 이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4월 산업은행의 이전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심의·의결을 완료하고 5월 3일 국토교통부는 산업은행을 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했다. 물론,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산은법이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산업은행에는 ‘지방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 의무가 부여됐다.


정부가 산업은행에 기대하는 2가지 사항은 ▲산은이 동남권의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 줄 것 ▲산은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이기에 기능과 역할을 더욱 강화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라는 것 등이다.


강 회장은 “저는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지방 이전 계획을 수립하는 데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달성함과 동시에 본점 이전 과정에서 산은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그 역할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상반기 중 마무리될 ‘지방 이전 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노조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한편, 국회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지방 이전 계획을 세심하게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강석훈 프로필

▲ 1964년생

▲ 학력
· 1982. 서라벌고
· 1986.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 1991. 美 Univ. of Wisconsin-Madison 경제학 석‧박사

▲ 경력
· 1997. ~ 2022.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2012. ~ 2016.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乙)
· 2013.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
· 2014.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2014. ~ 2016.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
· 2015. 국회 공적연금강화와노후빈곤해소를위한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 2016. ~ 2017.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 2022.6. ~ 한국산업은행 회장 (現)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