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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아 트리 국립공원 9 사막 세상에 펼쳐진 야생의 세계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 9 사막 세상에 펼쳐진 야생의 세계
  • 월간리치
  • 승인 2012.02.11 15:17
  • 호수 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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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마술쇼다. 무대 위에는 울퉁불퉁한 바위가 불쑥불쑥 솟아 있고 무대와 어울리지 않는 강건한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다. 청명한 바람 한 점 무대 위로 불어오면 천년을 침묵하던 무대 위에 생명이 스며든다. 물이 없어도 나무가 자라고, 태양 빛이 작렬해도 바위 밑 그늘은 서늘하다. 서늘한 기운 밑에 작은 식물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화씨 100도가 넘는 사막에 생명이 움튼다. 어제와 오늘처럼 마술쇼는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동트는 이른 아침, 멀리 서서 바라다보는 사막은 바다와 같다. 바위는 섬처럼 보이고, 작은 모래 대지는 바다처럼 출렁인다. 시원하게 펼쳐진 모래사막 위로 바다는 넘실넘실 출렁출렁 다양한 빛으로 다가 선다. 새벽, 아침, 오후, 해질 무렵, 저녁, 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다가서는 곳, 사막 세상에 야생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 1994년)이다.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은 사막이다. 그 사막에 생명이 있다. 호흡하는 생명은 자연에 대한 적응력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혈통을 잇는다. 물 한 방울 보기 어려운 지역에 적응하는 생물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롭다.

사막과 생명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에는 수백 종의 생명들이 생존하고 있다. 100도의 열기에도 습기를 보호하고 그들만의 생존 방법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자연보호운동의 시작

1930년 사막 애호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미네르바 호이트(Minerva Hoyt)는 침입자들에 의해 쉽게 망가질 수 있는 곳이 사막이라고 주장하며 보호하는 것에 앞장섰다. 당시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자연보호 운동의 시작이었다.

특별히 호이트는 사막의 선인장과 양서류, 파충류와 같은 동식물의 서식지로써 사막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한발 더 나아가 당시 대통령이었던 플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를 설득해 1936년 이 일대를 조수아 트리 내셔널 모뉴멘트(Joshua Tree National Monument)로 선포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다.

이런 자연보호자의 노력은 점차 속도가 더해져 1984년 생물 보존지대(Biosphere Reserve)로 지정됐고 1994년 캘리포니아 사막 보호 협정(California Desert Protection Act)의 일환으로 미국의회는 이 지역을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재명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호이트(Hoyt)는 물론 호이트와 함께 한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이 공원 3/4 지역에 해당되는 황야(Wilderness)지역과 모하비 사막 및 콜로라도 사막(Colorado Desert)을 포함한 약 79만4000에이커가 보호될 수 있었다.

19세기 중엽 몰몬 이주자들은 콜로라도 강을 건너 서쪽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들은 이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선인장의 가지 뻗은 모습이 마치 ‘서쪽 방향으로 가라’라고 지시하는 성경 속 지도자 여호수아(Joshua)와 같아 보인다며 이 나무를 여호수아 나무라고 명명해 오늘까지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전한다.

오늘날 우리는 이 여호수아나무를 보고 즐긴다. 이 선인장은 그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고 관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막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유용한 존재이며 초기 정착 원주민들에게는 삶과 밀접하게 사용되었던 고마운 나무였다.

비록 몸통은 거칠고 잎사귀는 뾰족해 볼품없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잎사귀는 바구니(Basket)나 샌들(Sandal)을 만드는데 사용됐고 꽃봉오리와 씨앗은 원주민의 건강식품이었다.

몰몬교도, 목장주들, 광산을 캐려는 자들이 이 하이데저트(High Desert)에 들어와 정착할 때 조수아 트리의 가지와 줄기는 집의 울타리를 만드는데 사용됐고 심지어는 금을 캐는 증기기관의 연료로도 쓰였다고 한다.

생명의 원천-조수아 트리

입이 짧아 유카(Yucca)라 불리는 조수아 트리에는 꽃이 있다. 사막의 나무에도 꽃은 핀다. 식물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꽃이 필 때 인 것처럼 조수아 트리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사막지역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조수아 트리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와 모든 사물을 바짝 마르게 만드는 겨울철 추위가 역설적으로 조수아 트리가 꽃을 피우는 완벽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한다. 추위가 가지 끝을 자극해야만 꽃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피운 꽃에 유카나방(Yucca Moth)이 꽃술에 앉아 그 안에 알을 낳는다. 꽃 속에서 생명의 씨앗이 자라고 알은 부화한다. 나무는 수분작용을 위해 나방에 의존하고 나방은 자신의 어린 생명들에게 몇몇 씨앗을 먹이로 이용해 생명을 유지하는 자연 공생의 신비가 드라마처럼 연출되는 것이다.

이 기적 위에 조수아 트리는 수많은 새들과 포유동물과 파충류와 벌레에게 휴식처는 물론 먹이로 이용된다.

새들은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틀기도 하고 조그만 포유류는 유카 나뭇잎으로 자신을 보호할 안식처를 만들기도 한다. 도마뱀들은 해가 지면 쓰러진 조수아 나무 밑에서 하루 저녁을 묵는다. 수많은 동식물의 생존처이며 사막의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근원이 바로 조수아 트리다.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은 크게 네 지역으로 나눠서 관광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하이 데저트(High Desert)다. 주변의 산들이 병풍처럼 에워싼 지역으로 울퉁불퉁한 바위들과 넓게 펼쳐진 평지에 조수아 트리들이 자라고 있다. 사막의 또 다른 상징이 되고 있는 코요테(Coyote)가 이 지역 조수아 트리 환경 속에서 일가를 이루며 번창하고 있다.

몇몇 초창기 방문자들에게 이 지역은 금지구역이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기괴한 지역이라고 까지 여겨 출입을 삼갔지만 그 괴기로움이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고 그것은 곧 동물들에게는 사처이자 안식처가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2월에서 4월 사이 크림 색깔의 조수아 트리 꽃망울이 활짝 피는 계절이다. 사막 한 가운데 100도의 기온과 작렬하는 태양 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나는 조수아 트리의 꽃은 단지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그 경이로움을 다 설명할 수 없다. 꽃이 피어난 모습에 탄성이 저절로 터지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감탄이요,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퀸(Queen) 지역과 로스트 호오스(Lost Horse) 계곡지대에서 볼 수 있는 바위들의 대부분은 부드럽고 동글동글하다. 보기만 해도 친밀감이 생기는 바위다. 이 바위는 땅 밑이 침식되어 지상으로 드러난 경우라고 한다.

이곳은 바위가 많아 암벽 등반가들에는 천국이라고 불린다. 해마다 약 25만 명의 클라이머들이 기술을 연마하고 경치를 즐기려고 찾고 있다. 이곳에 바커 댐(Barker Dam)이 있다. 빗물 저장 탱크를 만들어 가축을 키우는데 이용한 초기 정착자들이 만든 작은 댐이다.

1999년 봄 번개로 시작된 작은 불꽃이 큰 불로 번져 1만4000에이커가 유실됐다. 많은 연구자들이 불이 난 이후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자연 발생적 화재는 인위적인 화재와는 달리 오히려 생태계 보존을 위해 필요한 것임이 학계에 의해 밝혀진 곳이다.

두 번째는 산들(Mountains)이다. 이 지역은 ‘변화의 교차’가 발생한 곳이다. 1900년대 초기 정착자들이 금을 캐기 위해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1910년 경 윌리엄 키(William Key)는 주인 없는 광산 데저트 퀸 마인(Desert Queen Mine)을 지키는 경비였는데 밀린 임금 대신 광산을 물려받게 된다.

이후 그 주변의 오울드 맥해니 카우 캠프(Old McHaney cow camp)를 그의 가족들을 위한 농장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버려져 있던 광산도구들을 모두 농장에 활용해 썼다고 한다. 지금도 당시 쓰던 농장들이 그대로 버려진 채 남아있다.

골드러쉬의 열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으로 몰려왔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지금은 쓸쓸한 생활터 모습만 남아있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공원은 안개 속에 어렴풋하다. 해질 무렵 사막에 내리쬐던 뜨거운 태양 빛이 마지막 줄기를 뽐내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빅혼(Bighorn) 양들이 넓게 퍼져 서식하고 있다.

세 번째는 로우 데저트(Low Desert)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가장 메마른 지역이다. 드문드문 말라있는 식물들, 핀토 베이신(Pinto Basin) 평지로 들어서면 로우 데저트의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척박한 사막에서도 각종 식물들은 서식하고 있다. 그 중 촐라(Cholla) 선인장의 아름다움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막 대지 위에 피어나는 아지랑이 사이사이 아름답게 수놓은 듯 촐라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

그 외에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기기묘묘한 사막 식물들이 관광객의 눈에 드문드문 박힌다. 이런 척박하고 가물고, 비라고는 거의 내리지 않는 곳에 홍수가 난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깜작 홍수’라고 불리는 홍수가 이 지역에도 있다. 순간적으로 내리는 집중호우에 땅은 미처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대지 위에 내린 빗물은 낮은 지역으로 흐른다. 여행객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오도 가도 못하고, 물은 강처럼 흐르고, 사막에서 맞는 호우는 그만큼 위험하다. 무조건 높은 지대로 달려가는 것이 살 길이다.

네 번째는 오아시스(Oasis)지역이다. 모든 오아시스가 사막의 백미이듯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 역시 몇몇 오아시스를 간직하고 있다.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오아시스는 사막 한가운데 시원한 물과 푸르른 녹음 짙은 나무들을 볼 수 있는 별천지, 곧 사막의 천국이다.

공원 남쪽 입구로 들어와 카튼우드 스프링(Cottonwood Springs) 동쪽에 있는 로스트 팜즈 오아시스(Lost Palms Oasis), 북쪽 입구 근처의 49개의 팜트리가 있는 오아시스(Fortynine Palms Oasis), 오아시스 마라(Oasis of Mara)가 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이 고요한 오아시스 풀(Pool)을 즐겼는데 보호하고자 하는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오아시스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방문객들은 사막의 단조로움과 서걱서걱 거릴 정도로 메마른 사막의 기후에서 잠시나마 사막 한복판에서 조용한 휴식의 공간으로 이곳들을 즐겨 찾고 있다.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은 인디언과 광산개발자, 목동들이 앞서 찾던 곳이다. 그러나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다.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집의 안식처로 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사업의 눈으로 보는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모두 이 황야를 떠났고 본래의 주인인 사막에게 되돌아 간 상태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 교교히 흐르고 있는 고요한 평화를 맛보기 위해, 70~80여 년 전의 주절주절 신화처럼 걸려 있는 골드러쉬의 전설을 듣기 위해 지금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인내와 열정으로 뭉친 사막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은 생명의 고동소리가 계절마다 리드미컬하게 태양의 주기와 더불어 울리는 지역이다.

존재하진 않지만 스며있는 물이 템포를 맞추고, 가뭄은 역설적으로 사막에게는 생명의 조건이다. 그러다 비가 내리면 새 생명은 잉태되고, 생명으로 자라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놀라운 적응력이 발휘된다. 인내와 때로는 열정으로 뭉쳐진 사막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삶이 울적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내일의 꿈조차 꾸지 못한다면 어제와 오늘이 너무 힘들어 내일이라는 미래조차 살아갈 용기가 없다면 사막으로 떠나라. 그리고 조용히 귀 기울여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이 전하는 말을 들어보자. 삶은 그래도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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