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건축, 풍경이 되다....홍재승 플랫/폼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소장
건축, 풍경이 되다....홍재승 플랫/폼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소장
  • 김은정 빌행인
  • 승인 2023.07.3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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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인간관계 매개 장소로 구현
홍재승 플랫/폼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소장

 

홍재승 플랫/폼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소장은 
건축과 도시의 연관성을 통한 환경과 삶의 가치에 관한 관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특히 어떻게(How), 무엇을(What)에 앞서 항상 
그 이유(why)에 근간한 디자인을 한다. 
환경·에너지·자연·삶을 고민하며 도시를 그리는 
홍 소장을 리치에서 만났다.


홍재승 플랫/폼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소장의 
일문일답이다.

Q 플랫/폼 아키텍츠와 소장님을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A 플랫/폼 건축사사무소는 열린 장소로서의 ‘PLAT’와 도시에서의 개인의 삶을 의미하는 ‘FORM’의 두 가지 용어의 합성어입니다. 건축과 도시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환경과 삶의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건축을 설계한다는 것을 넘어 클라이언트와 함께 건강한 공간 환경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과 최근 제주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스누피 가든을 설계했습니다.

곤지암 화담숲 내의 화담채 미술관, 저지 예술인 마을내 기존 데이지 갤러리 인근에 새롭게 지어질 두번째 데이지 갤러리와  한국 최초의 현대적 동물보호소인 카라 더봄센터 등 유수 대기업과 파트너로 다양한 전시와 상업시설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정림건축 입사 이후 런던의 도시 연구소 코라(chora)와 플로리안 베이겔(Florian Beigel) 건축, 맨체스터의 이안 심슨(Ian Simpson) 아키텍처에서 유럽에서 10년간 활동하다가 귀국 후 현재는 플랫/폼 건축사 사무소의 대표 건축가로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동아일보의 칼럼을 쓰고, 문화 비평 리뷰 웹진인 ‘컬처램프’의 칼럼니스트로 지속적인 건축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Q 건축에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큰 화두는 ‘풍경으로의 건축’입니다. 첫 번째 제 작업의 출발점은 건축은 땅, 자연, 시간 그리고 심상의 얼개를 공간으로 발현하는데 대상지의 경계를 넘어서 주변 맥락까지 확장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돌, 나무, 흙···. 주변과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장소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건축에 매개될 것을 염두에 두고, 풍경으로의 건축은 시선의 대상에서 시선의 주체가 되는 공간이자 장소의 맥락을 은유하는 건축으로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장소로 건축을 구현합니다. 결국 자연으로 인도하는 매질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그것이 건축의 무한한 가치입니다. 

 

Q 건축 설계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A 제가 생각하는 건축의 본질로 다른 예술 분야와는 다른 공간을 보는 시각을 시간순으로 컨트롤하는 것이라고 저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공간을 발현하는 구축의 방법과 조형은 몸의 움직임과 시각의 변화를 전제합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한다면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년)는 의도하는 공간을 정확하게 투시도로 그리며 시퀀스로 설계한 건축가입니다. 그만큼 시점 설계가 중요한 건데, 내부에 담기는 공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외부의 시선을 더 중요시하는 표상적인 건축물이 우리의 도심 거리에 줄지어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허상이 아니라 공간을 바르게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Q 한국은 아직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지 못했는데 우리나라 건축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를 보완할 정책적 부분이 있다면.

A 프리츠커상 수상자 선정 소식이 나올 때마다 “한국은 왜 프리츠커상을 못 받는가?”는 식의 한국 건축계와 한국 사회를 에둘러 비판하는 기사가 나옵니다. 자성의 목소리로서도 애써 상의 의미를 실추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2019년 정부는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NPP사업)’라는 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청년 건축가 30인을 선발해 해외 유수의 설계사무소에서 선진 설계기법을 배울 수 있게 연수비를 지원한다는 탁상행정식 발상인 거죠. 한국건축은 프리츠커상의 수십 년간 변화 경향 중 문화·사회·지역성의 역할에서도 건축 자체만의 본질 추구와 기술적 우수성이나 완성도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한국 현대 건축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높이기 위한 제도와 교육, 풍토 등 그 전반적인 모색과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 삶 속에 있습니다. 유럽의 거리가 역사가 그 도시 자체의 배경이 돼 있다면 한국의 도시는 지속적인 변화 과정에 있어서 때론 정체와 혼돈이 공존하는 불확정적인 도시 구조로 돼 있습니다. 이 모호성이 오히려 한국성의 특질이 돼 있습니다. K-컬처가 형성된 것도 이것에 기반을 둡니다. 


Q 확장 가상 세계, 즉 메타버스 기술이 건축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시대인데요. 앞으로 건축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A 메타버스의 가상의 공간은 결국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입니다. 특이나 공간에 담기는 콘텐츠인 거죠. 그리고 현실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병행될 수 있는 것의 가능성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공간 콘텐츠 산업으로 급속하게 발전될 것입니다. 현재는 흥미로운 분야 정도지만, 메타버스 시장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곧 가상세계의 건축가가 생기고, 부동산 거래도 이루어지게 됩니다. 다만 지자체나 기업에서 신중한 개발 투자를 하지 않고, 접근한다면 흉내를 내는 정도의 부실한 수준에 그치게 됩니다. 오히려 메타버스의 가능성과 활용성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메타버스를 아주 특별한 분야로 맹신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오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메티버스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가상의 콘텐츠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건축과 도시환경은 결국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자의 욕망을 충족하는 필요조건이 구축되는 것입니다. 메티버스에서의 건축은 도시 공간의 미학적 측면을 넘어서서 사용돼 무형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충분한 기획된 목적의식이 반영돼야 합니다. 메타버스의 장점은 온라인 공간에 기반을 두기에 현실 공간과 비교할 때는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간의 역할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고, 유니크한 프로그램을 담고, 이제까지 예상하지 않았던 환경 속 삶을 담게 되는 것이죠. 또 건축가는 콘셉트 디자이너 또는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 및 3D 모델러 등 경계를 넘어선 협업이 이루어져 NFT 연계된 공간 아이템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Q 하나의 건물이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데, 현재 국내 도시 건축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하나의 건축이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고전주의의 도시 상황으로 봐야 합니다. 교회를 중심으로 광장이 도시의 축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모뉴멘틸리즘입니다. 건축언어로는 랜드마크인데, 정치인, 경제인들은 이 용어를 공약 또는 경제적 성취로 치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도시의 랜드마크는 필요하지만. 아이콘 건축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이 두 용어를 구분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의 도시 구조는 강북과 강남으로 자연 발생적인 역사적 도시 유형과 계획도시 유형이 공존합니다. 이것은 서울이 글로벌한 도시로의 잠재적 가능성의 시작입니다. 최근 한강의 난지도의 서울링, 노들섬을 예술섬으로 개발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한강은 도시화의 팽창력을 생태적이며 유구한 강물의 흐름으로 막아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자는 것인데 지난 3월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은 한강 르네상스 버전 2.0격 인데 2007년 발표된 것과 그 도시 철학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15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은 글로벌하게 성장했고, 시민의식과 도시의 환경은 더욱 성숙해졌는데 말이죠. 세빛섬의 르네상스기와는 달라져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도시는 환경과 에너지, 자연과 삶을 고민하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도시가 소중한 것은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누구도 소유할 수 없고, 신비하기도 한 이 연약함을 우리 세대는 보호하고,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문화 수도 서울이 너와 나 우리가 원하는 서울의 모습이라면. 조금 느리게 가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의 후세들이 채우거나 더 비우거나 할 수 있는 그 여지라도 남기자는 것입니다. 


Q 현재 연세 대학교에서도 건축설계 스튜디오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진행하시며 교육적으로도 오랜 시간 역할을 해오시고 있는데 한국 건축 교육에 대한 의견도 주신다면.

A 교육의 본질은 지식 전달을 넘어서 이해를 통해 사회적 책임으로까지 발전시키는 일련의 종합적 프로세스입니다. 건축 교육은 창의성과 시대적 혁신성을 추구하기 위해 기능성과 실용성의 요구, 환경과 사회적 책임, 최종적으로는 구축성이란 시공성, 경제성에 이르기까지 전제됩니다. 이 광범위한 ‘전제’를 5년이란 학문 과정에 적용하는 것과 그 기준의 설정이 다른 학문과 다른 건축 교육의 어려운 점입니다. 즉, 순수예술도 공학도 아닌 그러면서도 인문학적이며 사회적 공공성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어야 하는 모호성은 특화된 교육이기도, 동시에 보편적 교육인 것이죠. 저의 질문은 대학 교육이 단순히 ‘좋은 건물을 설계하고 짓기 위한 교육이어야 것인가?’에서 출발합니다. 첫 번째 교육은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2023년의 시대는 거대 서사(grand narrative)와 헤게모니가 약해지고 문화적 지배력이 다원화됩니다. 이 시대의 건축은 사회성이 중시되고, 고정된 기능적 유형(typology)은 사라집니다. 현재 넘쳐나는 카페가 도시의 가장 공공성의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니체는 도래할 건축을 하는 것이 건축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듯 지금 우리의 현실이 미래의 초상이 돼야 합니다. 두 번째 디자인 중심 교육이 아닌 본질과 이유에 대한 교육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설계 스튜디오는 주제 설정의 이유(why)가 선행되고, 그것에 적합한 기능(what)과 방법(how)으로 전개돼야 합니다. 


Q 우리만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건축을 하기 위한 필요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첫 번째 건축은 도시의 풍경이 되는 것입니다. 풍경이 되기 위해서는 매우 섬세하게 환경을 관찰하고 그 건물이 지어질 오직 한 장소를 존중해야 합니다. 풍경을 마주하되 이에 지각하는 주체의 유연함과 열린 상태를 건축 설계의 지평으로 끌어들임에 따라 결과로써의 건축물은 단순히 기능상으로 미적으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 마치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하지만, 섬세하게 진동합니다. 건축은 풍경에 지각하는 주체이기도 하며 동시에 그 대상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건축은 진정한 종류의 관계 맺기를 실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학적 관계를 통해 반추되는 것으로 개별적으로는 파편적이나 서로 연결된 관계항의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Q 오픈한 지 6년이 돼 코로나 이후 관람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의 건축적 의도와 후일담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김창열 미술관은 한마디로 땅이 응고해 콘크리트가 되고 건축이 된 것입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정점으로 땅이 들어 올려진 형태로, 제주 주민이 땅의 가치를 삶으로 치환하고 살아가듯 현무암을 하나하나 놓아가듯 터에 미술관을 구축하는 것이 아닌 미술관이 터가 되는 것입니다. 이미 묻혀있던 현무암과의 교감, 검은 질료를 물상에서 현상으로 깨어납니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란 매개를 통해 평면 평면이 아닌 표면 표면이듯 미술관은 땅의 형국을 닮고 있습니다. 건축의 지형화는 점차 기능을 볼륨으로 치환한 8개의 석곽으로 되어갔고, 줄곧 개념의 근간이 돼 제주 대자연 속 미술관은 절제된 태도로 땅과 관계하도록 의도했습니다. 생전 김창열 화백님과 대화 중 미술관을 신전에 비유함은 사자의 공간으로 공간 체계를 엄격하게 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2021년 별세 후 지금은 미술관 화백님 흉상 옆 배롱나무 밑에 수목장했는데 미술관이 오픈하는 날 건축가인 저에게 ‘감동입니다’라는 외마디를 말씀했는데 지금도 제가 건축가로서 제대로 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Q 종로 구립 김창열 화가의 집(김창열 아틀리에)도 의뢰받아 설계하고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A 화백 타계 후 종로구에서 김창열 화백 자택을 매입하게 됐고, 이 공간을 증축 및 리모델링 해 화가의 거주 공간과 작업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려는 것입니다. 화백님은 평창동 집에서 30년 이상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던 거주 공간이자 작업실로 역사적 가치가 있고, 또 건축가 우규승이 한국에 설계한 최초의 건축으로 물성과 기술의 활용, 유기적 공간 설계 등 환경과 자연, 삶의 유기적 관계를 강조하는 건축가의 건축 특성이 잘 반영돼 예술적 가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김창열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로서 제주도에서는 200여 점의 완성 작품 위주의 전시관으로, 서울은 화백님의 거주 공간과 작업 공간을 보고, 아카이빙 중심의 전시관까지 맡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게 됩니다. 카페와 뮤지엄숍, 교육실과 영상실도 들어가게 돼 한국에서 제대로 된 최초 화가의 집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내년 착공하고, 2025년 오픈 예정입니다.
Q 최근 제주 관광을 하면 꼭 가야 할 장소 중 한 곳인 스누피가든을 설계했는데 건축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요.

A 스누피 가든은 카툰 ‘피너츠’의 전시 공간으로 스누피로 알려진 만화의 내용을 주제로 피너츠 캐릭터와 인간관계,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방문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전시 공간입니다. 중정으로 비운 공간과 전시 공간도 채운 공간이 번갈아 배치하도록 했습니다. 다공성 구조의 건축으로써 빛, 구름, 비, 눈, 안개, 식생들과 직감적으로 교감하며 자연 또한 작품으로 반전시키는 것이죠. 이곳은 원래 개인이 수십 년간 나무를 심어 가꾸어 온 곳, 나무 한 그루, 돌 한 덩어리는 얼마나 그 인생의 집합된 기억의 산물이며 장소일까요? 스누피 카툰 작가인 슐츠는 타계 이후에도 미리 작업해 둔 내용으로 한동안 연재를 이어 나가며 50년간 스누피 카툰을 연재했는데, 하나의 대상을 평생 가꾸어 나간다는 것이 이 땅의 역사와 일맥상통합니다. 자연 안에서의 지속성의 힘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제주도 동부 오름 군락 안에서 주변 초지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은 인공적 산물에 주변을 거스르지 않을 겸손함을 요구합니다. 이것에 대한 답을 공간화하는 것이 건축가의 소임입니다. 작가가 그린 카툰 자체보단 그 내용이 품은 행간의 의미가 울림으로 다가오듯, 건축공간과 제주 풍경이 만들어 내는 서사적 드라마를 선사하기 위함입니다. 


Q  대표적인 사단법인 동물 보호 단체인 카라 더봄센터는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것인데 동물권에 대해서 건축가는 공간적으로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는 지금 아직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시점에 그 급증 추이는 오히려 우려를 동반합니다. 숨 쉬는 존재와 공존하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죠. 다만 같이 살아가는 것은 성숙한 의식이 전제돼야 합니다. 아직 선례가 없는 한국의 동물보호소는 단순 보호의 목적을 넘어 지역사회와 사회 교육적 차원으로 작동돼야 하고요. 저는 2016년 믹스견을 카라에서 입양하면서 동물권 행동 카라의 임순례 대표의 의뢰를 받게 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동물권,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보장받아야 할 필수 불가결한 삶의 요건과 최소한의 삶 공간에 대해 다시 환기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건물의 이용자는 200마리의 개와 50마리의 고양이입니다. 설계는 개와 고양이의 크기,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협소한 부지의 단점은 삼각 도넛 형태로 지상과 옥상 트랙까지 연속적인 운동이 가능하도록 고안하고, 중심은 비워져 내측의 경사로로 동물은 옥상에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보호소를 통해 입양하는 선순환이 정착과 인권을 넘어서 동물권을 정립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만들려는 분들의 노력과 헌신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존경스러우며 건축가로서 보편적 인간의 삶에 기여를 하고 있는지도 반추할 기회가 된 사회적 건축입니다. 


Q 이 밖의 최근 완공됐거나 진행되는 주요 프로젝트가 있는지요. 

A 나들목 영성센터(김정철 이정호 기념관)는 저의 첫 직장인 정림건축의 창업자인 고 김정철 회장님의 사택을 아드님이신 김형국 목사 (하나복네트워크)님이 기념관이자, 영성센터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자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경사진 400여 평 대지에 1980년 지어진 오두막이 한 채, 2010년 지은 2층 노출 콘크리트 주택이 있었습니다. 건축은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사용되는데 동시에 과거는 기억으로 남아 담기게 됩니다. 이 집은 2023년 쓰일 미래 가치가 부여되며 사적 공간에서 공적으로 열린 공간이 되게 했습니다. 두 건축의 쓰임 자체가 달라진 지금 구관 테라스에 다리를 연결해서 한층 증축된 신관의 옥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시기에 지어진 건축의 시간대가 만나는 철저하게 비워진 곳은 소통을 위한 곳이기도, 묵상을 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장소로 성격 규정을 단출한 노출 콘크리트 덩어리 의자를 하나 두었는데 지금도 그 의자에 앉아 향린동산의 자연을 보면 모든 게 비워지며 저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이 영성센터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그러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리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선 건축가인 저에게는 건축과 부동산은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질문이어야지, 경제 논리의 매개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설계 의뢰인에게 어떤 집, 어떤 스타일의 집을 가지고 싶은지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기를 원하지를 질문합니다. 그러면 어색한 웃음으로 자신을 살아온 과거와 살아갈 인생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부분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온 거죠. 두 번째로 건축은 명사가 아닌 동사하고 이야기합니다. 아파트가 몇 평, 방이 몇 개, 거실과 주방의 크기에 대한 문제가 아닌 그 공간이 사용되는 행위와 욕망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주 공간을 가장 풍요롭게 가꾸어 보길 바랍니다. 작은 화단을 두어 식물을 키워 사계절에 대한 변화와 생장을 보고, 삶의 특별한 날이나 기념일엔 작은 의자, 소품 등 하나씩을 사서 모으길 바랍니다. 수년, 수십 년이 지나서 그 가구들은 여러분 몸의 일부가 되고 기억의 징표가 됩니다. 비워진 벽면 하나에 아트 페어에서 젊은 작가들의 그림 하나를 소장해 걸어두는 것도 권장합니다. 예술이 삶 속에 같이 하는 것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더욱 좋고요. 궁극적으로 본인의 삶과 몸에 맞는 아담한 집을 짓기 바랍니다. 이것들이 제가 이타적인 건축가로 살아오며 생각하는 소소한 행복감이기도 삶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대담 : 김은정 발행인, 사진 : 성필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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