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인플레이션 안정화, 시장금리 하락할 것”....진승호 KIC 대표
“인플레이션 안정화, 시장금리 하락할 것”....진승호 KIC 대표
  • 이욱호 기자
  • 승인 2023.08.1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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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수익률 8.25% “경제 연착륙”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대표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대표가 지난 7월 13일 올해 상반기 
투자 수익률을 공개하고, 중장기 성과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주요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KIC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수익률이 8.25%로 잠정 집계됐다.  개별 자산군별로 보면 주식에서는 14.39% 수익률을 기록했다. 


진승호 대표는 “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급등과 가파른 금리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다”며 “올해 우리 앞에 놓인 투자 환경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진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이른바 ‘끈적한(Sticky) 물가’ ‘고집스러운 물가’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의 거시경제 여건 및 금융 시장이 과거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고, 지속적인 긴축 통화 정책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KIC는 이처럼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자산 배분을 기반으로 대응했고, 올해 상반기 전통자산 수익률 8.25%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개별 자산군의 투자성과와 관련해서는 “올해 6월 말 기준 주식 수익률은 14.39%”라며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양호한 실물경제가 유지되며 경착륙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고, 그 결과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를 지나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과 함께 긴축 우려도 다소 완화됐다고 했다.


또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 등으로 타격을 입은 금융 섹터에는 벤치마크 대비 낮은 비중,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인 테크 주식에는 장기간 투자 비중을 확대해 온 점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채권 수익률은 1.87%였다. 진 대표는 “미국 달러화의 상대적 약세, 시장금리의 완만한 하락이 채권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SVB 상황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위험자산 시장이 빠르게 안정돼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축소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올해 글로벌 경제 연착륙 가능”

KIC는 올해 글로벌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지난해 급격한 긴축 통화 정책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에 심각한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당분간 지속하면서 경기가 어느 정도 둔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가벼운 침체로 지나가거나 물가가 하락하면서 소비와 투자 등 경제 전반이 안정화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해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경기는 둔화하면서 시장금리는 점차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 대표는 “저희가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는 만큼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 또한 제한적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연말로 갈수록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으므로 지속해서 실물 경제 지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최근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사이클이 짧아지고 동시에 그 진폭은 커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를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의 판단에 얽매이지 않고 추세 전환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성과 변동성 완화·안정적인 성과 달성”

진 대표는 KIC가 반복되는 시장 사이클에도 성과 변동성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추진과제도 설명했다. 자산배분 역량 고도화, 보완 전략 도입 등을 통한 주식 투자성과의 변동성 관리 강화, 대체자산 투자의 점진적 비중 확대, 인재 유지와 영입 확대 등이다.


진 대표는 “KIC는 그간 양호한 장기수익률을 거두었지만, 몇 차례 금융위기 및 극단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수익률의 변동성이 커지며 부침을 겪은 바 있다”며 “이런 배경 아래 반복되는 시장 사이클에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게 성과 변동성을 완화할 방안을 고민했고, 이에 대한 중장기 과제를 마련,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KIC는 자산배분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한다. 진 대표는 “저희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기관의 수익률은 많은 부분 장기 자산배분으로 그 성패가 결정된다”며 “전략적 자산배분에서는 거시경제, 자산군별 전망을 토대로 한 계량 분석 및 모델링 역량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에 KIC는 거시경제 분석 전문가 등 관련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력을 확보, 전략적자산배분 분석 모델을 정교화하고, 장기 자산배분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주식 투자성과의 변동성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현재 KIC는 지역별, 운용방식별로 다양한 주식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펀드를 합쳐 놓은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는 특정 종목이나 스타일, 섹터 등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이에 KIC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관점에서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보완 전략’을 올해 도입했다. 전체 포트폴리오가 종목, 섹터, 스타일 등 특정 리스크 요인 측면에서 쏠림이 없는지 상시 모니터링하고,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헤지를 시행해 변동성을 제어하는 전략을 뜻한다.


대체자산의 점진적 비중 확대에도 힘쓸 계획이다. 대체자산은 전통자산과의 낮은 상관관계를 통해 분산 효과를 제공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추가 수익률을 뜻하는 이른바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장기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이바지한다.


진 대표는 “저는 취임 이후부터 대체투자 확대에 힘써왔다. 취임 당시 전체 포트폴리오의 1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3%까지 비중을 높였다”며 “2025년까지 2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수 인력 확보와 훈련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진 대표는 “자산배분 고도화, 대체투자 확대 등 주요 추진 과제는 자질이 우수하고 숙련된 인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KIC는 그간 최고의 인재를 충원하고 교육·훈련에 힘써왔지만, 여전히 더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진 대표에 따르면 KIC의 1인당 운용 규모는 약 5억7000만 달러다. 이는 1인당 2억6000만 달러를 운용하는 캐나다 CPPIB, 3억8000만 달러를 운용하는 싱가포르의 GIC 등 주요 글로벌 투자자와 비교해 훨씬 큰 규모다. 그만큼 투자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대체투자는 투자 건 발굴과 심층적인 검토, 의사결정, 그리고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KIC가 직접 투자를 점차 확대하면 더욱 면밀한 검토와 투자 인력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인도 뭄바이 사무소 설립 추진

진 대표는 “올해는 KIC가 열여덟 번째 돌을 맞는 해로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만 18세는 ‘청소년’을 지나 ‘성인’이 되는 시기”라며 “성숙한 자세로 더욱 큰 목표와 방향성을 세우고 열정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다. KIC를 바라보는 외부의 눈높이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효율적인 국부 증진은 물론 국내 금융산업 발전 및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재 KIC는 다시 한번,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했다.
진 대표는 “KIC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공급망의 재편 등 글로벌 투자환경을 면밀히 검토 중이고, 신규 투자 거점 확보의 하나로 우선 올해 말까지 인도 뭄바이 사무소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수혜 지역이자 세계 최대 인구국으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요 기관 역시 인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우수한 투자 기회를 선점하고자 경쟁하고 있다”며 “KIC는 뭄바이 사무소 설립을 통해 인도 현지에서 벤처와 인프라 등 우수한 대체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대한민국 투자의 영토를 넓히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KIC는 국내 기업이 첨단 기술 확보 등을 위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때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 산업 등을 중심으로 공동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했다.


국부펀드이자 장기 투자자로서 책임투자에 힘쓰는 것 역시 소홀해서는 안 될 과제라고 했다. 진 대표는 “KIC는 최근 전 세계 국부펀드의 투명성과 신뢰도, 책임투자에 대한 평가에서 100곳 중 7위에 올랐다. 특히 올해는 KIC가 주주권을 직접 행사하기 시작한 뜻깊은 해”라며 “앞으로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을 꾸준히 늘려 기후변화 대응 강화, 인권 위험 감소 등에 있어 더욱더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KIC는 2005년 설립 당시 10억 달러의 운용자산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1800억 달러 규모의 국부를 운용하고 있다. 설립 이후 KIC가 투자를 통해 창출한 국부는 약 700억 달러(698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90조 원에 달한다. KIC는 해외 투자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투자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을 무대로 주식과 채권을 비롯해 부동산, 인프라, 사모주식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투자를 개척해 왔다. 설립 후 18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글로벌 14위 규모의 국부펀드로 성장했다.  이욱호 기자

진승호 대표 프로필

▲ 1962년생

▲ 학력
· 1982~1986년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졸업 경제학 학사
· 1995~2001년 맨체스터대학 졸업 경제학 석 박사

▲ 경력
· 1989 제 회 행정고시
· 1990~1991년 총무처 사무관
· 1991~1994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사무관
· 1999~2002년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과 경협총괄과 서기관
· 2002~2005년 주상해 총영사관 재경관
· 2005~2008년 재정경제부 교육홍보 팀장 국제조세 과장 
 부가가치세제 과장
· 2008~2009년 기획재정부 예산실 교육과학예산 과장
· 2009~2009년 미래기획위원회 파견국장
· 2009~2011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실 행정관 선임행정관
· 2011~2012년 연수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 2013~2014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파견국장
· 2014~2016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 2016~2016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 국장
· 2016~2017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국장
· 2017~2019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기재수석전문위원
· 2019~2021년 국가균형발전위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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