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반도체 울고 車·선박 웃고.....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반도체 울고 車·선박 웃고.....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 최상훈 기자
  • 승인 2023.08.16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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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구조 다변화·기술 경쟁력 확보 필요

 

우리 수출은 팬데믹 특수로 IT 품목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고금리와 서비스로의 소비 리밸런싱의 영향으로 빠르게 둔화했다. 올해 2분기 들어 부진이 다소 완화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대의 감소세를 지속했던 통관수출은 지난 6월 –6.0%로 감소 폭이 축소했고, 수출물량도 2분기 들어 다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수출 금액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개선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리치에서 자세히 알아본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21일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BOK 이슈노트를 통해 최근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함에도 일부 품목과 지역은 호조를 나타내는 등 품목별‧지역별로 차별화되고 있다며 우리 수출의 최근 특징을 살펴보고 전망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韓, 中‧IT 의존도 높아 수출 부진 커

최근의 수출 부진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위축에 따른 글로벌 공통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과 IT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진 모습이다. 한은은 실제로 이들 국가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약하고 글로벌 IT 경기가 위축된 데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봤다. 대중 및 IT 수출 비중과 최근 수출 증가율 간 산점도를 보면 뚜렷한 부(-)의 선형관계를 보인다. 특히 대중국 또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출이 더욱 부진했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베트남 등이 이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다만 2분기 들어서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하는 조짐을 보였다”며 “최근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IT 업황의 추가 위축은 제약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 우리 수출은 반도체 전방산업의 재고 정상화,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증대 등에 따른 IT 경기 부진 완화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IT 부진, 자동차‧선박 양호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품목이 부진하고, 자동차와 선박 등 일부 비IT 품목은 호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최대 수출 품목이 반도체에서 자동차(부품 포함)로 변화했다. 올해 상반기 중 주요 품목별 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반도체(-37.4%), 디스플레이(-29.0%) 등 IT 품목의 감소 폭이 컸다. 비IT 품목 가운데 화공품(-13.6%), 석유제품(-19.5%), 철강금속(-13.5%) 등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자동차(+30.9%)와 선박(+11.8%)은 호조를 지속했다. 기계류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전체 수출 감소(-12.3%)에 대한 기여도는 –7.4%포인트(기여율 60%)에 달했다. 자동차 기여도는 +3.2%포인트로 반도체의 부진을 완충했다. 한은은 “이 같은 품목별 차별화 현상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품목일수록 부진하고, 공급 차질 개선, 친환경 전환 등 개별 고유요인의 영향이 큰 품목들은 호조를 보이는 데 기인한다”고 했다. 


품목별 수출에 대한 주성분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와 화공품, 석유제품, 철강금속 등은 평균적으로 글로벌 경기 등 공통 요인의 설명력이 높았지만, 자동차와 선박은 품목 고유요인의 설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비추어 보면 최근 반도체는 리오프닝에 따른 비대면 재화 특수의 소멸로 재고가 누증하고 수출단가가 급락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비IT 품목은 화공품‧석유제품‧철강금속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제원자재가격 하락에 영향받으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자동차는 친환경차 수요의 추세적인 확대에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공급 차질 개선이 더해지면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박도 환경규제 강화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LNG선 수요 호조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중국‧아세안 부진, 대미국‧EU‧중동 양호

지역별로 보면 대중국‧아세안 수출이 부진하지만, 대미국‧EU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대중국과 미국 간 수출 비중 격차가 많이 축소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주요 지역으로의 수출은 대체로 밀접하게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이후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 중 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을 보면 대중국(-26.0%), ASEAN5(-21.4%), 일본(-10.7%) 등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대미국(+0.3%), EU(+4.9%), 중동(+14.0%)은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이러한 흐름이 1년 이상 지속하면서 대미국 수출 비중이 올해 상반기 중 2002년(2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7.9%로 확대해 대중국(19.6%)과 격차가 1.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최근 수출이 지역별로 차별화되는 것은 지역별 수출 품목 구조의 차이를 상당 부분 반영한다. 최근 글로벌 IT 경기의 위축으로 거의 모든 지역으로 IT 수출이 큰 폭 감소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중국과 아세안 수출 내 IT 비중은 각각 51.0%, 46.3%로 대미국(28.2%)과 EU(21.8%)에서보다 크게 높다. 반대로 글로벌 수요가 호조를 보이는 자동차는 대미국과 EU 내 해당 수출 비중이 각각 27.6%, 19.5%로 대중국(1.0%)과 아세안(2.7%)에서의 비중을 큰 폭 웃돈다. 즉, 대중국‧아세안 수출은 IT 경기, 대미국‧EU 수출은 최근 자동차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국별 경기·산업 정책의 차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각 시장 내 경쟁력 변화와 수출 다변화 노력도 수출의 지역별 차별화를 확대하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판단됐다. 중국은 제조업의 높은 재고수준, 부동산투자 위축과 같은 경기적 요인 외에 자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 등 구조적 요인도 가세해 IT 품목뿐 아니라 비IT 품목도 전반적으로 수입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한‧중 간 경쟁력을 세계시장 점유율, 수출품 비교우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한 결과, 2010년과 2021년간 양국 간 격차가 많이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경기둔화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 시행에 따라 공장건설도 급증하면서 휴대전화, 기계류 등의 수입 수요가 양호한 상황이다. EU와 중동은 현지 공장건설(배터리공장 등), 인프라투자 확대(네옴시티 등) 등으로 기계류, 화공품, 석유제품 등 비IT 품목 수입 수요가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EU, 중동 등의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브랜드 선호도가 제고된 것도 이들 지역에 대한 우리 수출의 확대 요인으로 평가된다.


수출 다변화와 관련해서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 이외의 국가로 수출이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다. 석유화학‧배터리는 중국의 자급력이 강화되면서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었는데 이를 대체해 호주, 미국, 싱가포르 등으로의 수출이 늘어났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도 미‧중 갈등 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했지만, 싱가포르와 대만, 미국 등으로 수출은 확대했다. 미‧중 갈등 지속, 중국의 성장모멘텀 약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수출 다변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지역별 수출 차별화의 원인을 정량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불변시장점유율(CMS) 분석을 수행한 결과, 최근 수출의 지역별 차별화에는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대중국 수출은 분석 대상 기간 중 수출 감소에서 중국 내 점유율 하락과 관련한 경쟁력 요인이 35.3%를 차지했다. 중국 자체의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경기 요인이 64.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미·EU 수출은 수요 요인이 소폭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경쟁력 요인은 수출을 증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이와 같은 양자 간 요인별 차이는 중간재와 최종재 모두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경쟁력 요인이 중국에서는 감소 요인으로, 미국에서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현상은 팬데믹 이전 시기부터 관찰됐다.


IT 경기 부진 완화·수출 점차 개선

한은은 “최근 우리 수출 흐름에는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수출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약하고 글로벌 IT 경기가 위축된 데 따른 영향으로 중국과 IT 의존도가 높은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또 “글로벌 경기에 대한 품목별 민감도 차이, 다른 국별 경기·산업정책과 함께 우리 기업의 각 시장 내 경쟁력 변화 등으로 품목별·지역별로 차별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했다.


한은은 “앞으로 IT 경기 부진이 완화하면서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품목별·지역별 차별화도 축소될 것”이라며 “우리의 수출구조를 고려할 때 글로벌 IT 경기가 회복하면 IT 비중이 높은 대중국‧아세안 수출의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 수출은 대기수요 축소에도 대미국‧EU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해도 국별 산업구조와 경쟁력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최근 대미 수출이 늘어나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효과적 대응 여부에 따라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은 “이 같은 상황에서 특정 지역‧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기업은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출 다변화 유인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예컨대 중국은 소비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간재에 편중된 대중 수출구조를 최종재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고, 미국‧EU는 역내 공급망 강화 움직임을 고려해 기술경쟁력 확보 등의 노력이 긴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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