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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다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3.08.2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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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폴스 델스 카우스 와인 

 

전 세계가 불볕더위와 가뭄, 장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후 재해를 보면서 앞으로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의 와인 투어가 됐다.

7월 말 포르투갈 와인 투어를 끝내고 8월 초 열린 독일 베를린 와인 트로피에 참석하기 전까지 5일간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동해 카탈루냐 지방의 와인 투어를 시작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칸 라폴스 델스 카우스(Can Ràfols dels Caus)는 바르셀로나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3년째 가뭄으로 포도나무 넝쿨들이 힘없이 처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삭막한 돌산 사이로 있는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니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스페인풍의 이름답고 목가적인 건물이 나타났다. 꼭 17세기에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집에 여름꽃이 만발하고, 큰 풍속기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그리고 어려운 역경 속에서 구원의 땅이라고 믿고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양조하면서 스페인을 대표하는 칸 라폴스 델스 카우스 와이너리를 방문했다는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쪽 지중해 연안의 해발 300m 언덕에 있는 칸 라폴스 델스 카우스 와이너리는 스페인 전통적인 하우스를 개조해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AD 10세기 로마 시대부터 마을이 형성됐고, 17세기 전통적인 카탈루냐 농가로 사용한 낡은 하우스를 에스테바 가족이 구매했다. 1930년부터 소규모로 포도 농사를 지으며 와인을 양조했다.


1979년 카를로스 에스테바는 스페인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후 20년간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양조 경험을 쌓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스페인에서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 양조를 접목하고자 했다. 1989년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낡고 쓰러져 가는 하우스를 대대적으로 복원하면서 7개의 객실을 갖춘 작은 규모의 호텔, 다양한 용도의 레스토랑으로 개조하고, 1층과 지하는 양조장, 셀러 시설로 재단장해 양조를 시작했다. 


또 조부의 사유지 450헥타르의 험준한 돌산중에 50헥타르를 대대적으로 세분화한 포도밭으로 개간하고 테루아별로 혁신적으로 프랑스 포도 품종을 포함한 28개 포도 품종(Xarello, Cabernet Sauvignon, Merlot, Chenin Blanco, Pinot Noir, Incrozzio Manzonni 등)을 재배했다. 돌산 2개의 계곡 사이로 척박한 토양, 다양한 범위의 독특한 미세 기후가 있고 퇴적된 백운암, 석회암, 크고 작은 바위, 화석 성분이 혼성된 토양을 분석해 적합한 포도 품종을 재배치했다. 포도 농사는 유기농법을 적용하고 손 수확을 하며 프랑스 고급 와인 양조에 사용되는 포도양처럼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최소량의 포도를 수확,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최근 3년간 가뭄으로 총생산량의 40% 정도만을 와인 양조에 사용하고 있다. 그 외의 2헥타르는 올리브 나무, 1헥타르는 아몬드 나무를 각각 심었다. 나머지는 모두 덤불, 나무, 바위로 자연 그대로를 보존한다. 그리고 사유지 주변의 돌산이 개발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에 큰 결심을 했다. 자신이 가족처럼 돌보았던 포도밭을 보호하기 위해 포도밭 주변의 쓸모없는 돌산 400헥타르를 모두 사들여 총 850헥타르의 사유지가 됐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 최첨단 현대적인 양조시설을 건축하기 위해 와이너리 바로 옆에 있는 돌산을 파고 자연 친화적인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다. 들어가는 입구의 돌문은 ‘열려라 참깨’라는 소설처럼 만들어졌다. 지하 셀러에 큰 돌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실내환경과 더불어 과학적인 최첨단 양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테인리스 발효통, 프랑스 뉴 오크통 등도 갖췄다.

입구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내부 시설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와이너리를 건축하는데 왜 10년의 기간이 걸렸는지 알 수 있었다. 칸 라폴스 델스 카우스 와이너리는 유럽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이면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과거 조지아에서 양조했던 방식과 비슷한 크베브리 양조 방법을 스페인 양조방식에 접목했지만, 현재는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의 전통적인 양조방식에 최첨단 설비를 사용하면서 와인 품질이 크게 향상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양조시설을 둘러보면서 시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 속에는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카를로스 에스테바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와인양조 노력 덕분에 스페인에서 유기농법과 스페인 토착 품종(Xarello, Sumoll)의 와인 생산의 선구자로 인정받았다. 스페인에서 프랑스 보르도 와인만큼 와인을 잘 만드는 양조가로 알려졌으며 매년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칸 라폴스 델스 카우스 와이너리의 현대적인 양조시설을 둘러본 후에 본가 지하에 있는 와인 시음장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레드 와인 4종류를 시음했다. 그중에 그랑 카우스 2022(Gran Caus 2022) 화이트 와인, 그랑 카우스 2017(Gran Caus 2017) 레드와인이 인상 깊었다. 


그랑 카우스 2022 화이트 와인은 슈냉 블랑을 중심으로 블렌딩한 것으로 연한 황금색을 띠고 있다. 아로마는 시트러스, 배, 청 사과, 레몬, 흰 꽃 향이 올라오고, 상큼하고 청량감이 넘치는 부드러운 레몬 풍미가 매우 매력적이다. 우아한 산도의 균형감도 탁월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생선회, 스시, 닭고기 샐러드, 닭찜 등을 추천한다.


그랑 카우스 2017 레드와인은 포도밭별로 포도를 엄선해 손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를 절묘하게 블렌딩했다. 밝게 빛나는 진한 흑적색 칼러, 아로마는 블랙 커런트, 블랙 베리, 초콜릿, 바닐라, 후추향이 있다. 마셔보면 상쾌하고 진한 열대과일 풍미와 함께 부드러운 타닌의 균형감, 긴 여운이 매우 매력적이다. 음식과 조화는 소고기 갈빗살구이, 양고기구이, 파스타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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