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 수준은 지난 4년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부족한 인재 수준의 개선과 AI 기업의 경영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국가별 AI 산업 수준을 비교한 ‘글로벌 AI 지수’를 분석한 결과다. 리치에서 자세히 알아본다.
올해 6월 발표된 글로벌 3대 AI 지수 중 하나인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산업 수준은 62개국 중 종합순위 6위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특허(개발)’, ‘정책(정부 전략)’ 부문은 우수했다. ‘운영환경’ ‘인재’ ‘연구 수준’ 부문은 다소 개선됐지만, 보완이 필요했다. ‘민간투자’ 부문은 다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산업의 미국·중국 양강 체제는 굳건했다. 미국은 AI 전문인력 등 ‘인재’, 인터넷·모바일 등 ‘인프라’, 학술논문·R&D 등 ‘연구 수준’, 특허 수 등 ‘특허(개발)’와 AI 기업 수·투자 규모 등 ‘민간투자’ 부문에 이르기까지 총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순위 1위다. 중국은 ‘인프라’ ‘연구 수준’ ‘특허(개발)’ ‘민간투자’ 부문에서 모두 미국에 이어 2위였다. 미국과는 상당한 격차를 두며 종합 순위 2위다.
한경협은 AI 특허(개발)와 정책(정부 전략) 부문이 세계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한국 AI 산업의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AI 관련 특허 수 등을 나타내는 특허(개발) 부문은 3위를 기록,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 조사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적별 초거대 AI 관련 누적 특허출원 수에서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기관별로 분석했을 때는 한국의 삼성이 1위로 IBM(2위), 구글(3위), 바이두(5위) 등 미국과 중국의 주요 기업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의 AI 국가전략과 투자계획을 의미하는 정책(정부 전략) 부문에서 한국은 6위를 차지하며 AI 공공투자 규모와 기간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에는 31위를 기록하며 7개 부문 중 최저 순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정부의 잇따른 AI 육성 전략 발표에 따라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정부는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 발표 이후 ‘신뢰할 수 있는 AI 실현 전략’(2021년),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2022) 등 AI 산업 육성책을 차례로 발표하며 AI 초일류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운영환경·인재·연구 수준 10위권 밖
AI 운영환경과 인재, 연구 수준 부문은 지난 4년간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세계 10위권 밖에 머무르며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관련 법률 수준 등 AI 산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을 나타내는 운영환경 부문은 2019년 30위였다. 이후 데이터 3법 개정 등의 노력을 통해 기업들의 개인정보 활용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올해는 11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AI 설명 요구권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 AI 산업 육성의 기반이 될 ‘AI 기본법’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AI 설명요구권은 AI 서비스 이용자가 AI의 의사결정 원리(알고리즘)에 대해 의심되면 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AI 전문 인력 수를 의미하는 인재 부문도 2019년 28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12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엔지니어 수에서는 20위를 차지, 데이터분석 관련 인재가 부족함이 드러났다. 아울러 2022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부족 인력은 총 7841명으로 집계돼 1609명(2020년), 3726명(2021년) 대비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AI 인력 부족 문제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AI 관련 출판물과 연구개발(R&D) 규모 등을 의미하는 연구 수준 부문은 12위로 2019년 22위에 비해서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세부 항목인 GDP 대비 R&D 투자 비율과 투자 규모는 각각 2위와 5위로 양적 측면에서 R&D 투입 수준은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I 관련 출판물 수는 11위로 재정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투자 18위, 7개 부문 중 최저
한국 AI 산업의 가장 부진한 부문은 AI 민간투자로 나타났다. AI 기업 수와 투자 규모 등을 의미하는 민간투자 부문에서 한국은 18위를 차지해 총 7개 부문 중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지수 점수로도 8.3점에 불과해 상위 10개국 평균(29.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홍콩(19.2점)과 인도(8.9점)에도 뒤처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은 AI 관련 기업 수와 투자 규모가 모두 부족했다. 민간투자 부문의 세부 항목인 AI 관련 상장기업 수에서 한국은 총 6개 기업으로 11위였다. 미국(172개)과 중국(161개)은 물론이고 일본(26개)과 대만(9개)에 비해서도 부족했다.
AI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에서도 19위에 그쳤다. 반면 한국보다 종합순위는 낮은 이스라엘(7위)은 AI 관련 상장기업 수와 AI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에서 모두 4위를 차지해 한국이 이스라엘의 활성화된 창업생태계를 벤치마크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2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AI 기업이 사업 운영상 느끼는 애로사항 중 ‘AI 인력 부족’과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로 말미암아 AI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부족한 인재와 데이터 활용 전반의 규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이 드러났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AI 산업은 제조업·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만큼 미·중과의 기술격차를 줄여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기술력의 핵심은 곧 인재이므로 국내 인재 양성은 물론 비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해외 고급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해 인력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높은 데이터 활용 장벽으로 AI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에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의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