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스페인 와인의 다양성을 맛보다
스페인 와인의 다양성을 맛보다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3.11.29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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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오라트의 클로 드 로박 와인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갔다가 카탈루냐 남서부의 타라고나(Tarragona) 지방에 있는 와인 산지인 프리오라트(Priorat)를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리오하 DOCa와 함께 스페인 와인 규정에 따라 와인 지역의 최고 자격 수준인 DOCa로 자격을 얻은 단 2개의 와인 산지 지역 중 하나로 1990년대부터 
레드 와인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스페인 프리오라트는 가파른 언덕에 테라스 형태로 포도원이 조성돼 있다. 리코레야(Llicorella)로 알려진 검은 슬레이트와 석영 토양의 독특한 떼루아가 특징이다. 가르나차, 시라, 까리냥 등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이 주를 이룬다. 


이 와인 산지는 예로부터 하늘에서 천사가 오르내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와인들은 독특한 토양과 기후 때문에 미네랄 풍미와 산미가 좋고 균형감이 뛰어나다. 1860년대 필록세라와 바르셀로나의 섬유 산업 발전으로 와인 산업은 등한시했다가 컬트 와인 산지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12세기에 포볼레다(Poboleda) 수도원 마을의 양치기 소년이 몽상 산(Montsant Mt.)기슭의 계단 모양의 바위에서 천사의 발현을 보았다고 했다. 얼마 후 1194년 카르투지오(Cartusiensis) 수도원이 에스칼라데이(Escaladei: 신의 계단)에 세워졌다.

이 와인 산지의 포도 재배와 와인생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에스칼라데이의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이 지역에 포도 재배 기술을 도입한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칼라데이의 전임자는 7개 마을을 봉건 영주로 통치했다. 이에 따라 프리오라트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수도사들은 1835년까지 수 세기 동안 포도밭을 관리하다가 국가에 의해 몰수되면서 포도밭은 소작농에게 분배됐다.


오전 10시 30분에 프리오라트에서 유명한 클로 드 로박(Clos de l’Obac)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언덕에 우뚝 서 있는 매력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에 오너인 칼레스 파스트라네(Carles Pastrane)가 직접 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직접 와인 투어를 해주겠다고 했다. 1시간 동안 양조장의 이곳저곳에서 스토리를 들으면서 위대한 와인 양조가의 철학과 열정에 감동하곤 했다. 


1979년 스페인에서 와인 산지의 이름조차 사라져 갈 위기에 27세 와인 칼럼니스트인 칼레스 파스트라네와 와인 양조자인 19세 마리오나 자큐는 이곳의 와인 잠재력을 믿었던 개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와인 양조에 도전했다.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그라탈로프스 마을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농부들이 포도 농사를 하다가 수익을 내지 못해 내버린 수령이 오래된 포도 품종인 그르나슈와 카리냥 포도나무를 찾았다. 그리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의 포도 품종도 과감하게 심었다.


그라탈로프스 마을에 코스터스 델 시우라네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소위 프리오라트 와인의 재탄생인 프리오라트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일원이 됐다. 칼레스 파스트라네와 마리오나 자큐는 결혼 후에 부부로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1987년에 클로 드 로박 와이너리로 상호를 바꾸고 본격적으로 와인생산에 몰입했다. 클로 드 로박 와이너리의 첫 번째 빈티지인 1989년이 1991년 선보였는데, 와인 평론가들은 스페인 와인의 폭탄이라고 놀라워했다. 스페인에서는 누구도 이런 와인을 맛본 적이 없었던 특별한 와인이라고 명성이 자자했다. 1993년 클로 드 로박 와인은 월드 와인 가이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와인 150선’ 상위에 랭크됐다. 
와인 양조 5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기에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혜성처럼 떠오른 와인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칼레스 파스트라네는 와인마케팅도 차별화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만 소량 공급했다. 특히 미국 고급 레스토랑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고가로 판매했다. 해마다 수천 명의 와인 애호가들이 와이너리를 방문하는데, 그중에 50% 이상이 미국인 것을 보면 미국 내에서 와인의 인지도는 대단하다.


천혜의 떼루아에 점판암 토양, 해발 250~500m, 포도나무는 전혀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주변 식물과 공존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며 각 포도 품종은 태양 노출과 고도 측면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방향을 고려해서 심고 있다. 스페인 토착 흑포도 품종(Garnacha, Tempranillo, Cariñena), 프랑스 국제 흑포도 품종(Cabernet Sauvignon, Syrah, Merlot), 토착 청포도 품종(Macabeo, Xarel·lo, Garnacha Blanca, Muscat)의 50헥타르에서 생산되는 수령 60~80년 된 자가 포도만을 사용한다.

양조는 5단 설비구조로 무중력 이동 방법, 자연적인 온도를 사용해 양조한다. 매년 달걀 흰자로 정제하고, 황토로 만든 지하실에 프렌치 오크통에서 12~15개월간 숙성한 후에 동일하게 블렌딩한 후 10년 동안 지하 저장실에서 숙성이 끝나면 출고한다.

연간 6만 병을 생산한다. 
즉, 클로 드 로박(그르나슈 35%·까베르네 소비뇽 35%·시라 10%·카리냥 10%·메를로 10%), 미세레르(Miserere: 그르나슈 27%·카베르네 소비뇽 27%·템프라니요 26%·카리냥 10%·메를로 10%), 키리(Kyrie: 그르나슈 블랑 35%·마카베 30%·자렐로 30%·머스캣 5%), 돌크 드 로박(Dolç de l’Obac: 그르나슈 80%·시라 10%·카베르네 소비뇽 10%)이다.


와인 투어를 끝내고 특별히 준비된 와인 시음실로 갔다. 5개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키리2022, 미세레르 2013, 클로 드 로박 2013, 돌크 드 로박 2013, 마지막으로 미세레르 2007이었다.

모든 와인이 특별했다. 여태껏 마셔본 와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중에서 돌크 드 로박 2013이 유니크한 와인으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밝고 맑은 우아한 체리색의 자태가 아름답고, 아로마는 체리, 블랙 커런트, 후추, 스파이시, 흑설탕, 초콜릿, 부드러우면서 미세하게 올라오는 스위트한 맛과 균형감이 전율을 느끼게 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블루 치즈, 거위 간 요리, 양념 갈빗살구이, 안심 스테이크, 파스타 등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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