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주식·부동산도  디지털화 추진 필요”....아구스틴 카스텐스 BIS 사무총장
“주식·부동산도  디지털화 추진 필요”....아구스틴 카스텐스 BIS 사무총장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12.1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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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개발, 빠르게 움직여야”
(좌) 이창용 한은총재와 대담을나누는 아구스틴 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 모습

 


 

아구스틴 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CBDC와 미래 통화 
시스템’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예금 토큰(tokenised deposits) 등으로 구성된 미래 통화 시스템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과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과제를 제시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3일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CBDC와 예금 토큰 등으로 구성된 미래 통화 시스템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과 이를 달성하는 데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래 금융 시스템을 언급했다. 특히 우리가 미래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미래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전달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그 전에 먼저 전혀 다른 주제인 인공 지능(AI)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겠다”며 “2년 전만 해도 AI는 많은 사람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다른 얘기를 하기 힘들 정도로 AI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컴퓨터 연산 능력의 급속한 발전과 대용량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은 강력하고 실생활과 매우 유사한 시스템들을 만들어 냈다”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은 물론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게 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 누가 인류가 축적한 거의 모든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곧 등장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또는 우리가 이를 사용하여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하고, 일상 활동을 수행하며 심지어 이전에는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누가 과연 앞으로 1~2년 후 이러한 시스템이 얼마나 더 발전할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제 저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AI에서 볼 수 있는 발전의 양상을 금융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혁신이 도입되는 속도와 전파의 정도와 비교해 볼 것”이라며 “오늘날 AI와 관련된 발전은 몇 달, 심지어 몇 주 만에도 이루어지지만, 금융 시스템의 발전은 수년, 심지어 수십 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또 “물론 몇 가지 성과가 있기도 했다. 많은 국가가 신속 자금 이체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앱을 사용해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다양한 결함과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 중 많은 부분은 현재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했다.


“퀀텀 점프(quantum jump) 필요”

그러면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여전히 충분한 지급결제, 저축 또는 신용 서비스 등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거래로 인해 금융 서비스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함 ▲낮은 고객 만족도 ▲특히 국가 간 거래에서 두드러지는 미약한 연결성 등을 들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는 우리의 일상은 물론 경제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자금의 배분을 어렵게 하며 소득 불평등을 가중한다”며 “또 규제 정도가 낮은 그림자 중개 기관으로 금융 활동이 이전되는 것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금융시스템이 파편적으로 존재하면서 기존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약간씩 수정해 덧대는 식으로 발전해 온 방식 그 자체에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현재 오래된 기존 시스템과 거기서부터 만들어진 금융서비스들이 넘쳐난다고 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것들 대부분은 연산 성능이 떨어지고,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통신 기능의 사용이 어려웠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것”이라며 “오늘날 돈과 자산은 통신 네트워크의 맨 끝단에 있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또는 원장)에 기록돼 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 간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제삼자가 운영하는 메시징 시스템을 통한 연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 결과 두 데이터베이스의 연결이 여러 개 중첩된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형태가 만들어졌다. 또 이때도 자금은 자금대로, 자산은 자산대로 각각 별도의 네트워크 경로를 따르게 된다”며 “이로 인해 거의 모든 거래가 최종 완결되기 전에 대사 과정을 거쳐야 하며 종종 상당한 거래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러한 모든 사항이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속도를 느리게 하고, 비용을 높인다. 특히 국가 간 거래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이는 글로벌 메시징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시스템과 외국 시스템이 상호 연결돼야 하고, 다양한 법과 거버넌스 체계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결제 비효율성에 따른 비용은 기존 거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비용도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잠재적 가치가 분명한 수많은 거래들이 결제 과정이 너무 복잡하거나 비싸다는 이유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러한 거래를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역사는 금융 시스템의 점진적 수정이 단기적으로는 편할지 몰라도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며 “특히 오래된 기존 시스템 위에 수정 사항이 점진적으로 누적될 때 더욱 그렇다. 모든 혁신은 그 자체로 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겠지만, 오래된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이 그 혁신을 저해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제가 퀀텀 점프(quantum jump)가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이유”라며 “다행히도 최근의 기술발전으로 이러한 도약이 가능해졌다. 최근의 기술발전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짚어보자면 ▲방대한 연산(컴퓨팅) 성능 ▲저렴하고 즉각적인 통신 시스템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인터넷 사용 및 스마트폰 보급 ▲보안 및 프라이버시에 필수적인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Trusted Computing)’의 등장 ▲머지않은 미래에 구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토큰을 통한 자산의 디지털화(해당 토큰에 자산에 대한 모든 정보 및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 가능성 ▲인공 지능 분야의 빠른 발전과 양자 컴퓨팅 등을 들었다.


개인 중심 금융 시스템 구축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 기술들을 활용하면 개인이 중심이 되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금융 시스템은 금융의 개인화라는 원대한 이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즉 개인은 액수와 관계없이 직접 디지털화된 금융자산에 접근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를 사용해서 원하는 단위와 금액으로 누구에게나 해당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는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실질적으로 무료로 장거리 전화를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상거래를 하듯이 그와 유사한 수준의 편리함, 즉시성, 프라이버시, 보안 그리고 신뢰성을 새로운 통화·금융 시스템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며 “사실 우리 사회는 이보다도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기대치의 증가가 분절화된 금융 시스템의 역량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시장과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거래 및 운영을 하나로 묶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공통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공통 플랫폼은 통합원장(unified ledger)으로 부른다.

그는 “통합원장은 금융시스템의 다양한 구성 요소가 원활하게 함께 작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며 “특히 통화시스템(중앙은행 화폐와 상업은행 통화로 구성)을 다른 자산들과 결합해 자산 거래 시 즉시 지급, 청산 및 결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통합원장은 스마트 계약과 조합 가능성을 활용할 수 있다”며 “스마트 계약이란 조건부 명령을 실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조합 가능성이란 다양한 거래 상황을 다루는 개별 스마트 계약을 마치 ‘머니 레고’처럼 하나로 묶어서 처리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고 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러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면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와 디지털 자산의 모든 거래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고 매끄럽게 통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거래를 지연하는 수작업의 필요성이 없다.

실시간 즉시 결제와 모든 자산에 대한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진다. 통합원장의 세 가지 주요 구성 요소는 디지털(그리고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화폐, 디지털 자산, 그 운영과 통일성을 지원하는 디지털 인프라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구성 요소가 함께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이 바로 토큰화(tokenization)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토큰화는 돈과 자산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원장에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토큰은 일반적으로는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는 자산에 대한 기록은 물론 자산의 이전과 관련된 규칙과 논리를 포함한다.

즉, 사용자가 프로그래밍 지시문을 통해 직접 자산의 이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사용자를 대신해 계정을 관리하는 전통적인 중개자를 통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이러한 변화는 수많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먼저 뛰어난 자동화 기능을 통해 더 빠르면서도 저렴하고 편리한 거래 및 효율적인 결제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한다”며 “이를 통해 현재 특수 기관이나 에스크로와 같은 미봉책을 통해 불완전하게 다뤄지는 자산-자금 간 동시결제(DvP), 자금 간 동시결제(PvP) 시 수반되는 결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프로그래밍 기능은 스마트 계약과 조합가능성을 활용해 복수의 거래를 조건부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는 말이 되지만, 인센티브 문제와 정보 마찰로 현재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경제적 계약이 실행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효과적·미래 지향적 토큰화 구현은?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화폐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신뢰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구축된 통화시스템에서 비롯된다”며 “중앙은행은 공통의 회계 단위로서 작동하는 화폐를 발행할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통해 결제 완결성을 보장한다. 이러한 신뢰에 기반해 상업은행은 예금의 형태로 통화를 발행하며 이는 현재의 2계층 통화시스템 하에서 가장 주요한 지급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금융시스템은 현재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것은 보존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요구는 자연스럽게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 즉 기관용 CBDC와 토큰화된 상업은행 예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래 금융시스템에서 기관용 CBDC는 시스템 전체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토큰화된 예금은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조합가능성이 추가된 주요 결제 수단으로서 상업은행 통화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다.

토큰화된 예금을 활용하면 은행이 금융 중개 기능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보장할 수 있다. 또 토큰화된 예금의 사용은 현행 2계층 통화시스템을 유지,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대안과 달리 화폐의 단일성을 보존한다.”


그는 “개인은 기관용 CBDC와 토큰화된 예금에 기반을 둔 통화시스템은 현재와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실제 기관용 CBDC가 도입돼도 사용자 경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토큰화 예금 사용자들은 여전히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게 되며 이를 저축이나 거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은행 계좌는 이전보다는 더 많은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제3의 중개 기관을 통해 거래가 처리되면서 발생하는 시간의 지연이나 추가 비용 없이 주식이나 기타 금융자산을 구매할 수 있고, 거래하는 즉시 결제가 이루어지며 보유 자금과 자산 변동이 디지털 지갑에 즉시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화폐 시스템을 토큰화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일상적인 금융거래에 적용될 새로운 기술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더 과감하고 더 넓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특히 토큰화된 화폐를 넘어 정부채, 주식 또는 부동산 등기부와 같은 다른 금융과 실물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토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큰화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토큰화된 모든 요소가 원활하게 상호 작용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모든 디지털 자산 네트워크가 서로 연결되고 상호운용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토큰화를 위한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

진정한 과제는 이러한 네트워크의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법률과 규제 프레임워크, 거버넌스, 통신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관련 시장과 거래를 통일화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시스템을 통합하거나 연결해 상호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프로토콜을 우리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CBDC, 법적 체계 폭넓게 마련해야”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제가 지금 제시하는 새로운 금융시장 인프라는 공공재가 될 것이므로 공공기관이 이 과정을 주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중앙은행은 프로그램 가능한 기관용 CBDC를 개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국민이 선택가능한 지급수단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하고자 범용 CBDC의 발행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은 상업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하는 예금의 토큰화를 쉽게 해줘야 한다. 정부는 가능한 한 많은 자산군의 토큰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방대한 거버넌스와 법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며 적절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현재 CBDC가 법적 모호성에 둘러싸여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법이 중앙은행이 화폐로 발행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여러 사례에서 현재의 법률 체계가 CBDC 발행을 허용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발행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며 “그러므로 CBDC와 토큰화된 시스템 전체에 대한 법적 체계를 더욱 폭넓게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요한 것은 금전적 청구권과 비금전적 청구권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단일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방법에 대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상적으로는 서로 다른 자산이 하나의 통합원장에 존재해 스마트 계약에 손쉽게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역사적으로 개별적으로 발전해 왔던 각종 제도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아마도 통합원장이라는 이상에 도달하기까지는 대부분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미래 통화시스템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라며 “어느 길이 가장 순조롭거나 달성하기 쉬운 길인지 말하기는 어렵다. 이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딛고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앞으로 더 나아가거나 경로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중앙은행이 그렇게 하고 있으며 BIS는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 CBDC ‘디지털 원’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국은행의 CBDC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기관용 CBDC가 자리하고 있으며 규제를 적용받는 은행시스템이 토큰화된 예금을 통해 공통 원장에 참여하게 된다”며 “통화시스템 측면에서 디지털 원(Digital Won)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술적으로 개선됐을 뿐 익숙한 느낌을 주지만, 프로젝트 아키텍처의 다른 측면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또 “여기에는 화폐 원장(monetary ledger)과 상호 작용하는 연계 플랫폼(satellite platform)이 포함되는데, 다양한 활용 사례의 적용이 가능해 플랫폼이 시장 발달에 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원론적으로 저는 이러한 연계 플랫폼의 존재가 요소들이 서로 원활하게 통신하는 한 통합원장의 개념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이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바로 디지털 원 프로젝트와 같은 실험을 매우 가치 있게 만드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 원 프로젝트의 설계 방안과 기술적 정교함 외에도 저는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의 협력관계를 강조하고 싶다”며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은행을 비롯해 국내 주요 규제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다른 정부 기관도 협의를 거쳐 참여하고 있다. 관련된 법적 문제도 이미 해결 방안이 마련됐거나 모색하고 있다.

은행 부문도 참여하고 있다. 다른 비은행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통합원장과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력적 접근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오늘날 금융 시스템에서 보이는 결함이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파편화되고 사일로화된(siloed) 시스템이 남아있을 것이고 저는 그것이 심히 걱정된다. 기술적으로 얼마나 정교하든 간에 통합되지 못한 시스템은 큰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미래 통화시스템은 그 중심에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가 필요하며 토큰화된 상업 은행 화폐와 다른 토큰화된 자산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이러한 화폐와 자산들은 공통의 디지털 인프라에 결합해야 한다.

통합원장의 개념은 미래 통화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있어 ‘북극성’과 같은 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이고 실험해 봐야 한다.

그래야만 도전과제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며 “우리는 결단력과 선견지명을 가지고 이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집단 경험과 지혜, 그리고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금융의 미래에 대한 공유된 비전이 우리를 인도할 것”이라고 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통합원장을 향한 여정에서 닐 암스트롱의 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한 사람을 위한 작은 발걸음, 인류를 위한 거대한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며 “우리에게 이 발걸음은 기관용 CBDC와 상업은행 예금의 성공적이고 완전한 토큰화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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