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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칼럼 21 시진핑의 방미로 본 미.중 관계와 한국
전병서칼럼 21 시진핑의 방미로 본 미.중 관계와 한국
  • 월간리치
  • 승인 2012.03.12 02:27
  • 호수 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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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차세대지도자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전 세계 국가의 넘버2 중 시진핑 만큼 미국의 정계로부터 환대 받은 인물이 있을까? 미국 정계의 모든 핵심 멤버들이 시진핑과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시진핑의 방미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평가는 서로 다르다.


입빠른 미국의 언론은 ‘적이자 친구가 왔다’는 ‘Frenomy’란 단어로 시진핑의 방문을 평했다. 다분히 잠재경쟁자, 잠재적인 초강대국에 도전하는 떠오르는 미래 세력에 대한 견제와 적대심이 숨어 있다.
반면 중국의 표현은 훨씬 점잖다.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라는 ‘非敌非友(비적비우)’라는 말로 중미관계를 표현했다. 금융위기와 부채문제, 중국의 동남아시아 진출에 신경이 곤두선 초강대국의 코털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30조 현금 들고 통 큰 방문

중국의 넘버2가 미국을 방문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시진핑의 미국 방문은 중국과 미국에 새로운 의미다.
중미관계는 이미 불혹의 나이인 40년을 넘어섰다.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 이후 중국은 1979년에 ‘카우보이모자를 쓴 노인’이란 파격적인 스타일로 등소평이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 국빈방문에 마치 이번에 시진핑은 티셔츠를 들고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서부의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죽의 장막 속에서 나온 절대 권력자가 소박한 모습의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오자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주었다. 중국은 ‘붉은 공산주의 괴물’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중국은 양국 간에 쌓인 냉전시대의 ‘얼음을 깨는 여행’이라는 의미로) ‘포빙지려(破冰 之旅)’라고 평했다.
이어서 2002년에 혜성처럼 부상한 신권력으로 미국과 전 세계에 중국의 제조업을 알린 “中國旋風”을 몰고 온 신사, 온화한 얼굴의 후진타오 주석의 방문이 있었다. 중국은 2002년 후진타오 주석의 방문을 신세기를 여는 여행이라는 ‘신세기지려(新世纪 之旅)’라고 평했다.
그리고 2012년 새로운 태양 G2로 부상한 중국의 대표로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다.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나라답게 통 크게 271억 달러(30조 원)의 현금을 들고 가서 미국물건을 양손 가득히 사서 돌아왔다. 
전 세계가 소비 부족으로 불황에 헤매는데 세계의 희망인 큰 손 중국의 모습을 시진핑이 보여준 것이다. 미국은 금년이 대선이고 누가 차기 대권주자가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시진핑의 방문에 큰 정치적 이슈는 없었다. 중미 간에 현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토론할 적절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 시진핑의 미국 방문을 그저 사람 사귀러 가는 방문, 친민지려(亲民之旅)라고 이름을 붙였다.
시진핑의 이번 방문을 두고 서방세계에서는 초강대국 넘버2의 차기 주자가 사진 찍으러 간 방문이라는 평가를 하지만 실상을 보면 다르다.
미국은 시진핑에 대해 최고의 레드카펫 서비스를 했다. 이유는 얼마 전까지 FRB가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모조리 인수하기 전까지는 중국이 미국정부의 최대 채권자였다. 중국은 아직도 미국의 정부채권을 1조 달러 이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로는 더 이상 채권을 사지 않고 팔아 치우고 있다.
시진핑이 오바마와 대좌하면서 두목처럼 앉아있고 오바마는 두 손 모아 쥐고 앉아 있는 모습이 우습다. 물론 중국 정부가 고용한 노련한 사진사가 절묘한 타이밍에 촬영한 사진이겠지만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아니꼽지만 최대 채권자를 대접한 것이다. 시진핑 부주석이 그렇게 당당하게 미국의 조야를 휘젓고 다니는 힘은 바로 중국의 미국 채권 보유에서 나온다. 드디어 중국 돈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이 떠난 미국에 금융 쓰나미가 찾아왔다. 돈을 덤프트럭으로 쳐 넣어도 실업률은 고공행진이고 집값은 반등의 기미조차 없다. 국가부채가 GDP의 100%를 넘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것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가부채가 GDP의 100%를 넘으면서 일본 경제는 완전히 기력을 잃었다.
지금 미국이 20년 전 일본의 상태다. 저성장, 디플레, 고 실업의 악순환에 들어가고 있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버냉키 의장이 헬리콥터로 달러를 날리는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빚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빚은 중독인데 미국은 빚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QE1,2,3시리즈를  통해 돈 풀 생각만 하고 있다.
최근 미국경기가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주가도 사상최고치를 갱신했다. 부동산 모기지에 의존해 소비하던 미국이 마지막으로 다시 신용대출에 의존한 경기 반등을 만들고 있다. 더 이상 빌릴 곳 없는 상황이 오면 대안이 없다.
빚으로 빚을 키워 먹고 사는 경제는 설사 기축통화국 일지라도 오래 못 간다. 빚이 커지면 뭐가 될까. ‘스스로를 잡아먹는 살인마’가 된다.
2016년이면 중·미 힘 뒤바뀌어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IMF가 작년에 이상한 보고서를 하나 냈다. 구매력 기준으로 2016년이면 중국이 미국의 경제규모를 넘어선다는 예측보고서였다.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지만 지금 같은 경제상황의 추세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코노미스트 등 여러 기관들의 예측을 보면 2016년에서 2020년 사이에 ‘중국이 미국 된다’는 게 컨센서스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누가 이기느냐 구경하며 즐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한국에 있어 중국은 이미 미국이다. 한국 수출의 1/3, 한국 전체 무역흑자의 2.5배를 벌어들이는 지역이 바로 중국이고 한국증시의 주도주인 차화정도 모두 중국 수혜주를 이르는 말이다.
2016년이든 2020년이든 지리적, 경제적으로 전 세계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한국은 중국이 세계1등이 되기 3~5년 전부터 그 태풍의 영향권에 먼저 들어간다. G2일 때는 한국이 중국과 첨단기술, 선진문화로 맞먹을 수 있지만 G1이 되는 순간 모든 상황이 바뀐다.
이미 한국은 외교문제에서 중국에게 판판이 밀리고 있다. 중국이 G2인 상태에서도 이정도 인데 상대가 G1이 되면 말이라도 한번 제대로 붙여 볼 수 있을까.
초강대국 미국은 중국전문가 10만 명을 키운다고 한다. 이미 중국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한국이 먼저 해야 할 일을 미국이 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G1으로 일어서는 날 중국의 등에 올라타 하늘로 올라갈 그런 정치, 외교, 경제, 금융 분야 중국통을 키우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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