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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최장한 “단촐함을 무기로 인간을 생각하다.”
화가 최장한 “단촐함을 무기로 인간을 생각하다.”
  • 월간리치
  • 승인 2012.05.07 12:24
  • 호수 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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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한 화가에 대해 혹자들은 작품이 단순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그의 작품세계를 모르고 하는 평가다. 그의 작품에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단촐함’이기 때문이다. 최 화가는 특히 화려한 색상을 많이 사용하는 트렌드를 벗어나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그림을 본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 색상이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리치가 최장한 화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봤다.

최장한 화가. 미술계에선 그의 가장 큰 무기를 ‘단촐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충청도 출신답게 최 화가는 도시의 화려함이나 특별한 지역 색에 얽매여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


모노톤으로 표현한 단촐함

이러한 그의 모습은 작품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최 화가는 모노톤의 색깔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 화가의 작품을 살펴보면 색상을 거의 배제한 모노톤에서 차츰 색상을 가미하는 쪽으로 전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색을 배제할 때의 작품이 색을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다는 느낌을 찾기 어렵다.
이는 최근 다채로운 색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이른바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다양성 보다는 화면의 단일성으로 통합되고 통일되어 보이는 점도 화면의 질감과 두께에서 오는 시각적 자극이 색을 앞서는 시간의 깊이를 담고 있기에 가능하다.
최 화가는 이러한 본의의 작품세계에 대해 “쌀 막걸리가 생각나는 화면의 질감을 통해 우리만의 정서와 우리만이 갖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숙성된 음식과 음료의 맛처럼 기다림의 시간을 그 속에 함축하는 데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최 화가의 작품세계는 그의 작업과정에서도 등장한다. 그의 작업과정을 살펴보면 캔버스 위에 우드락이나 점판을 붙이고, 깎거나 녹여서 형상을 만들고 난 후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후 각종 매제를 이용한 색 입힘을 거치며 완성에 이른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마치 고향 어머니가 장을 담그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정교함이 따를 때 최상의 맛을 내는 이치와 닮아 있으며 새로움에 대한 그간의 수많은 기법적인 실험의 결과는 이미 원숙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최 화가의 특징적인 작품세계는 또 그가 그린 캔버스 위에서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캔버스를 살펴보면 종이부조처럼 튀어 오른 표면에 자연스런 색의 스며듦과 자연 외형의 곡선에 반복적인 사각의 도형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색종이 오리듯이 사각과 원으로 표현된 나무들은 마티스 말년의 색종이 오려 붙이기 작업을 보듯이 사심 없는 아이들 마음과 닿아 있으며 전각도로 깎듯이 드러난 볼록과 오목의 선적인 조화는 수많은 세월의 풍상에서 깎여진 암각의 자연미를 체험하게 한다.
최 화가의 작품은 또 자연의 섭리를 다양한 종의 형상을 기호화한 작품에선 세포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다른 질서의 자연스러움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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