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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 “정책의 제도적 기초를 재검토해야 한다”
2012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 “정책의 제도적 기초를 재검토해야 한다”
  • 월간리치
  • 승인 2012.07.09 11:10
  • 호수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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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6월 14, 15일 이틀간 ‘글로벌위기 이후의 통화 및 거시건전성 정책’이란 주제로 2012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005년 이래 한국은행 창립일을 기념해 매년 열리고 있는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는 올해도 저명 학자와 각국 중앙은행 및 국제금융기구의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과 관련해 활발하게 논의돼 온 거시건전성 정책 및 통화정책의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한층 심도 있게 토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은행 창립 62주년 맞아 개최한 2012 국제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위기 이후의 통화 및 거시건전성 정책’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하여, 국내외 석학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김 총재는 개회사를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이 만능이 아니며 구체적 정책시행방법은 물론 정책의 제도적 기초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만능 아니다”

김 총재는 “인플레이션 편향성(bias)을 낮추되 통화정책 범위에 금융안정도 포괄하도록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관련 “민간부문의 실패에 대한 공공부문의 지원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과도한 확대를 통해 향후 정책운용을 제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유동성공급이 여타부문과    여타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재는 또 금융안정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대응과정에서 선진국의 적극적 정책이 위기를 수습하는 효과는 있었으나 그에 따른 국제적인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감안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아울러 그는 “위기 수습과정에서 사용된 정책수단이 효과적이었는지 여부에 대해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과잉유동성이나 국가 간 ‘스필오버’를 제어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노력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흥국 입장에서는 과도한 자본 유출입이 신흥국의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고 금융시장  불안전성을 증대시킨다”며 “또한 환율 변동성  확대로 교역재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분석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거시건전성정책의 반성을 다뤘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 이슈는 상당부분 과거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이슈들의 새로운 형태라는 것을 강조하고 그 교훈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주제 연설에서 국가재정의 어려움으로 징세에 나서고 있는 각국 정부들에 대해 “정부부채에 대해서는 채권자와 납세자간 서로 대립되는 견해를 보여 왔다”며 “납세자들은 납세 규모의 최소화와 궁극적으로 정부의 해체를 원한다”고 전했다.
토마스 교수는 또 “정부정책은 시스템리스크를 유발시키거나 민간부문의 위험관리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전트 교수는 심지어 정부의 규제정책이 민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언급했다.
그는 “정부 규제는 일부 민간 경제주체들이 밀약을 통해 정부로 하여금 경쟁상대인 다른 민간 경제주체들의 활동을 규제하도록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자본유입, 실질환율 절상 그리고 은행의 위험선호 경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김 총재가 언급한 ‘글로벌 연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신 교수는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브라질 등의 경기지표까지 동시에 위축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가 글로벌 유동성 수준에 따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징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국제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하락시켜 은행들의 위험선호도를 높이게 되며 이에 따라 국제은행들은 미국 달러화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소재 지점 등을 통해 민간부문에 대한 대출을 확대시킨다”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대규모 자본유입은 유입국 통화의 실질가치를 절상시키고 외화를 차입한 기업들의 채무가치를 하락시켜 재무건전성을 높이지만 자본유입 흐름이 바뀌면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 은행과 채무자가 심각한 외화 유동성 위기에 빠진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 이러한 위험경로가 작동했다”면서 “앞으로 전 세계는 선진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피에르 란다우 프랑스 중앙은행 전 부총재는 “통화정책은 이자율이라는 한 개의 정책수단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유동성 창출, 만기구조 변화 통제 등 새로운 정책수단의 개발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스워 프라사드(Eswar Prasad) 코넬대 교수는 ‘국제금융에서 역할의 전환’이란 논문발표에서 “자본시장 개방은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신흥국에서 부와 투자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대응으로 신흥국은 금융시장 발전, 관련 제도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바쉬 쿼레쉬 IMF(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은 금리정책과 외환시장 개입이란 조합을 통해 국제자본 이동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급격한 자본유입으로 일시적 통화 절상을 야기할 경우 통화당국이 물가안정 목표를 최우선시 하는 방향의 금리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시그널을 보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금융혁신을 고려한 Fisherian 모형하에서의 거시건전성 정책’이란 주제로 논문발표에 나선 엔리케 멘도자(Enrique G. Mendoza) 메릴랜드대 교수는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환경 변화의 속성 특히 금융시장 참가자나 규제당국이 모두 변화된 금융환경의 진정한 위험성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엔리케 교수는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금융혁신으로 인해 위험이 감소했다는 인식이 학습(learning)을 통해 확산될 때 위험이 과소평가됨에 따라 자산 가격은 상승하며 이는 차입자의 대출능력을 향상시켜 과다차입 및 자산 가격 버블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했다.

세계 석학들의 심도 있는 토론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은 금융 불안정에 대응해 금융시장에 적극 개입해 왔다”며 “이러한 개입은 금융 불안정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미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 금융안정과 물가 안정 간의 상호 작용에 미치는 영향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금융 불안정을 사전에 막기 위해 경기역행적 은행 규제는 물론 은행의 잠재적인 테일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 증가 관련 지표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며 “유동성 불일치에 초점을 둔 양적지표는 중앙은행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조기경보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빈 굿프렌드(Marvin Goodfriend) 카네기 멜론대 교수는 ‘중앙은행 제도에 대한 역사적 교훈’이란 주제로 논문발표에 나서 “독립적인 통화신용정책 수행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은행 제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도록 하되, 중앙은행의 확장적인 신용공급에 대해서는 적절한 억제장치를 마련하는 등 규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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