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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14 푸르른 호수와 사색의 공간 ‘만끽’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14 푸르른 호수와 사색의 공간 ‘만끽’
  • 월간리치
  • 승인 2012.08.10 14:14
  • 호수 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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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쪽빛은 눈이 시렸다. 눈동자에 블루 포스터물감을 풀어 놓은 듯 쳐다보는 눈빛마저 푸르다. 본디 쪽빛이었을까? 푸른빛이 짙어서일까? 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쪽빛은 비취빛처럼 깊고 곱다. 그렇게 푸른빛에 눈에서 몸으로 젖어져 가고 있다 보면 비취빛은 순식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휘황찬란하다. 러브 이즈 블루를 작곡한 폴모리아의 영감이 혹 이곳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일까. 음률을 흥얼거리다보면 푸른빛은 우울해진다. 그때 보이는 호수의 쪽빛은 어두컴컴한 코발트색이다. 그리곤 쪽빛 푸름이 속옷까지 블루 빛으로 물들었을 때, 사위는 갑자기 하늘색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홀연히 떼구름으로 뒤덮인다. 깜작 놀라 어두컴컴한 하늘을 쳐다보면 그 음침한 기운은 등골이 서늘하다. 불길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인디언 문화의 중심지

그렇게 호수는 푸른 쪽빛에서 떼구름으로, 떼구름에서 다시 비췻빛으로 시시각각으로 물감이 흩뿌려진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색채 디자인은 단연 으뜸이다. 어떤 카메라 어떤 화가가 이 색채를 표현할 수 있을까? 한 없이 호수를 보고 있으면 마음은 차분해 진다.
그리곤 생각한다. 어제와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그 사유가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곳, 천 년을 띤 호수의로 푸른 쪽빛은 오늘도 푸름에 젖고 싶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국립공원 크레이터 레이크이다.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은 미 오리건주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1902년 5월 22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약 18만3224 에이커 규모로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기록되어 있다.
호수는 다른 호수와는 다르게 근원지가 없다. 그렇다고 상류 또한 없다.
여러 갈래에서 흘러내린 시냇물이 한 곳에서 만나 잠시 오래토록 머무는 곳이 호수라면, 크레이터 국립공원은 오직 빗물과 엄청난 영의 눈이 녹은 물로 형성된 호수이다. 가장 깊은 곳은 1943피트(592미터)이고 폭은 4.5 마일에서 6마일(7~10킬로미터)로 넓다.
이 호수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물의 양 대비로 평가할 때 가장 맑은 호수로 인정받고 있다. 물의 깨끗함이 푸르른 빛을 띤 것일까? 강렬한 푸른 빛깔은 어느 호수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깊다. 이 지역의 강수량은 연평균 약 69인치(175.26센티미터), 연간 강설량은 44피트(13.3미터)로 호수를 찾는 연간 방문객은 약 5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크레이터 호수는 약 7700여 년 전 마운트 마자마(Mount Mazama)의 1만2000피트(3600미터) 높이의 산 정상이 화산 폭발로 내려앉아 형성된 칼데라(Caldera) 호수이다.
이 분출은 북아메리카에서 터진 수많은 폭발 중에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마운트 마자마화산 폭발의 엄청난 양의 화산재는 오리건주 전체를 약 8인치(20센티미터)의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라고 전해져 오고 있다.
호수 주변의 숲과 넓게 펼쳐진 목초지는 호수 전체를 마치 담요를 에둘러 두른 듯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다. 그곳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고 몇몇 희귀종들도 눈에 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성스런 곳으로써 인디언 문화의 전통의 중심지였다. 이곳은 연구하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도 아주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크레이터 호수의 속살을 가장 정확하게 보는 방법은 호수 가장자리, 즉 림드라이브(Rim Drive)이다. 약 33마일(53킬로미터) 정도의 크레이터 호수를 완전히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약 2~3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이다.
2~3시간 소리를 지르며 그 전망에 사로잡히다 보면 2~3시간도 짧게 느껴진다. 둘레둘레 영화 속 전망처럼 보이는 곳만 해도 30여 군데가 넘는다. 절경을 한 개 두 개 쉬어 볼 수 없을 정도로 온 사위가 자연 속 그림이다.
남쪽에서 올라가는 62번 도로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138번 도로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 중에     그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 없는 코스이다. 굳이 권장한다면 62번 도로를 타고 들어가는 쪽을     권한다.
62번 코스에는 파크 헤드쿼터(Park Headquaters)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는 양 갈래 길이 있다. 웨스트(west) 이스트(east)로 할 것인지 림드라이브의 선택길이 있다. 경험상 웨스트 방향을 권장한다.
그 방향에는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viewpoint)인 림 빌리지 비지터 센터(Rim Village Visitor Center)가 있기 때문이다. 오직 여름에만 이 길이 열린다. 이곳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있다.
서쪽 방향에는 워치맨 오버룩(Watchman Overlook) 전망대가 있다. 이곳은 호수 안에 있는 유일한 두 섬 중 하나인 위자드 아일랜드(Wizard Island)가 바로 코앞에 보인다. 마치 섬의 모양이 마법사 모자처럼 보인다고 해서 마법사의 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 눈에는 모자보다는 가오리 모양에 가깝다.
공원 북쪽의 진입 도로인 138번 도로를 지나면 크리트우드 코브 트레일(Cleetwood Cove Trail) 이 있다. 이 트레일 코스는 크레이터 호숫가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트레일 코스다. 길은 가파르고 힘이 많이 소요되는 코스다.
약 1.1마일(1.7킬로미터)의 길이에 높이는 700피트(213미터)다. 내려갈 때는 수월하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은 63층 빌딩의 계단을 오르는 것과 맞먹는 강도로 건강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도 힘든 코스이다. 혹, 심장병이나 호흡문제, 걷는데 불편하다면 아예 시도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하이커들도 반드시 등산화와 물을 소지한다. 이 트레일 코스는 눈이 내리는 상황에 따라 개폐가 결정된다. 보통 6월 말에 열어 10월 말에 닫고 있다. 크레이터 호수에서 보트투어(Boat Tour)를 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반드시 내려가야만 한다.
이 트레일 끝에 바로 배타는 도크(Dock)가 있기 때문이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2 시간이 소요된다. 한정된 티켓을 판매하고 있어 무엇보다 예약이 필수다. 차를 세워두고 전망 좋은 데만 골라서 호수 전체를 감상하고 싶을 때는 트롤리 투어(Trolley! Tour)도 있다. 림 빌리지에서 매시간 출발하고 있고,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다.

이 호수 주변에서 가장 높은 전망 포인트는 클라우드캡 오버룩(Cloudcap Overlook)으로 높이만 7960피트(2427미터)이다. 포장된 도로로는 올리건 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흰색의 껍질 소나무가 벼랑 끝에 매달려 거친 바람을 견뎌내는 모습은 결코 생명의 힘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수에는 두 섬이 있다. 두 섬의 하나는 팬텀쉽 오버룩(Phantom Ship Overlook)이다. 이 섬의 외형은 마치 조그만 항해선박을 닮은 모습이다. 높이가 약 16층 빌딩 높이로 마치 침식을 저항한 듯이 용암이 굳어진 형태로 솟아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보였다 안보였다 하여 일명 유령선이라고 불리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피나클 로드(Pinnacle Road)가 이어져 있는데 이 길 끝자락에 피나클 오버룩(Pinnacle Overlook)이 있다. 마치 뾰족한 송곳들을 거꾸로 박아 놓은 듯한 모습이다. 화산재가 결합되어 단단한 바위송곳처럼 보이게 된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림 드라이브 끝에는 비데 폭포(Vidae Falls)가 있다. 봄이 되면 눈 녹은 물이 시냇물처럼 흘러 빙하로 깎여진 절벽 아래로 물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약 100피트(30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그야말로 한 폭의 산수화요, 절경이고 다른 폭은 자연의 아름다운 산수화가 십장생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아름다운 사색의 공간

크레이터 호수 국립공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담백하다. 오직 푸른빛만의 세계에 깊이 사유할 수 있는 본원지처럼 느껴진다.
그 호수 주변은 수많은 트레일과 동식물의 쉼터이자 고향이다. 자연의 힘으로 빚어진 호수의 수정같이 맑디맑은 호수를 보면, 마치 호수의 물결을 만드는 것은 ‘바람입니까 님의 입김입니까’’ 하는 시구마저 저절로 떠오르는 그런 사색의 공간이다.
마음속이 온통 도시빛 시멘트로 가득 차 있다면, 오랜 세월 가슴 속에 묵직한 것 하나 걸려 있어 속이 풀리지 않는다면, 이곳에 서서 호수의 푸른빛에 풍덩 마음을 던져보자. 머리카락에 실려 오는 미풍마저 비췻빛처럼 느껴지는 곳, 이곳을 떠나 다시 도심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 답답하다. 우울하다.
그래서일까? 오래도록 호수를 바라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자리에 서서 하루를 천년처럼 보내는 곳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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