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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교수의 와인이야기
고재윤교수의 와인이야기
  • 월간리치
  • 승인 2012.10.11 10:18
  • 호수 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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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취치(Jurtschitsch) 와인 39가슴 속 소용돌이치도록 아름답다!

오스트리아 와인을 국제적으로 성공시킨 유르취치 와이너리를 찾아가는 길은 즐겁기만 했다. 4년 전에 한 번 방문을 한데다 수많은 와인투어 중에서도 무척 인상 깊었던 와이너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기대감만큼 와인의 맛도 훌륭했다.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유르취치 와인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빈에서 1시간정도 거리에 있는 캄프탈(Kamptal)로 향했다. 캄프탈은 오스트리아 와인 명산지 바하우와 최대산지 바인비에르탈 사이에 있다.
다뉴브 강 줄기의 곁가지로 뻗은 실개천이 흐르는 캄프탈은 화이트와 레드와인 모두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고 세계 와인품평회에서 매년 수상을 하여 오스트리아 와인을 국제적으로 입지를 알리고 있다.


과학적 포도품종 선택

와이너리에 도착하자 유르취치 부인이 아주 반갑게 맞아주고 한국에서 어제 돌아 왔다는 미남인 아들 알빈 유르취치(Alwin Jurtschitsch)가 환한 웃음으로 와이너리를 안내했다. 비가 오는 관계로 유기농 포도밭을 보여줄 수 없는 아쉬움을 몇 번이고 상기시켰다.
16세기까지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수도사로부터 와인 주문을 받아 와인을 제공한 것이 인연이 되어 ‘수도원의 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유르취치 존 호프 와이너리는 700여 년 전에 구축된 천연 그대로를 간직한 지하 셀러는 한 여름에도 섭씨 12~13도를 유지할 만큼 서늘하고 무척 아름다웠다.
오스트리아 전통 와이너리 연합의 창립멤버인 유르취치 형제는 1868년에 랑엔로이스 지역 근처에 척박하고 자갈과 돌이 많은 포도밭과 황토 테라스에 69헥타르 규모로 와이너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포도밭의 떼루아를 이용한 포도품종의 선택도 매우 과학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란겐로이스(Langenlois) 포도밭에는 그루너 벨트리너 포도 품종을 심고 바위투성이와 경사가 급한 로이스버그(Loiserberg) 포도밭에는 리슬링과 바이스 부르군더 포도나무를 심고, 라드너(Ladner) 포도밭에는 샤르도네, 그리고 파하버그(Fahnberg) 포도밭에는 쇼비뇽 블랑의 포도나무를 재배하여 각각 와인의 개성을 살리고 있다. 
1970년부터는 유기농 와인 생산을 위해 자연 퇴비를 사용하고 유익한 곤충을 이용해 식물의 병충해를 방지하면서 포도밭의 생태균형을 유지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포도밭에는 높은 포도나무 밀도를 갖도록 조성해 포도나무사이에 자연적인 경쟁을 촉진해 모든 단일 포도나무에 포도 열매를 맺는 부담을 줄여주었다.
포도나무는 낮은 격자 시렁 시스템으로 만들어 토양으로부터 반사되어지는 모든 열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최고의 포도를 손 수확한다고 한다. 그 결과 2009년도에 유기농 와이너리로 인증을 받았으며 오스트리아 최고의 전통과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독일 라인가우에 위치한 가이젬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가족 일을 돕는 아들 알빈 유르취치(Alwin Jurtschitsch)는 “땅 속의 환경이 지난 세기처럼 지속가능한 자연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양조한 그뤼베 와인은 바닐라의 향취가 진하며 벨벳 같은 감촉이 돋보이고 농익은 포도를 통해 집중된 힘과 구조를 지닌 와인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특히 유르취치 와이너리는 그뤼너 벨트리너의 보급에 크게 기여했으며, 매년 화가의 화려한 그림으로 라벨을 입고 그뤼베(GrueVe)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이 화이트와인은 오스트리아의 베스트셀러 중 베스트를 자랑하고 있다. 그뤼베는 그뤼너 벨트리너의 줄인 말로서 이 와인너리에서 만든 신조어라고 한다.

과일+알코올 ‘극적 조화’

8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그중에서도 그뤼베 2011(Gr?Ve 2011)은 유르취치의 대표적인 와인이며 독특한 레이블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화가이며 비엔나 대학교 응용미술대학의 교수인 크리스안 루드비히 아테르제(Christian Ludwig Attersee)의 작품이다.
1년에 20만 병을 생산하며 25년 동안 양조한 와인으로 매일 마셔도 가벼워서 좋은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푸른 사과향, 레몬향, 시트리스향이 일품이며 산도가 살아 있으면서 알코올과 극적인 조화로 마시는 묘미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그뤼너 벨트리너 람 2011(Gr?ner Veltliner Lamm 2011)은 황토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선별하고 수작업해 양조한 것으로 레몬향, 스파이스 향, 후추향, 풍부한 미네랄이 느껴지며 다양하고 우아한 아로마가 입안에서 계속 맴도는 것이 특징이며 리슬링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가벼운 샐러드,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과 좋은 조화가 될 것이다.
마지막에 특별히 시음하게 해준 1979년 빈티지의 그뤼너 벨트리너 캄프탈(Gr?ner Veltliner Kamptal)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33년이 지났는데도 엷은 황금색을 띠고 있었으며 볏짚, 휘발성, 부토엽, 레몬향, 농익은 꽃향 등이 후각을 매료시켰다. 산도는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알코올이 산도를 보완해주면서 가슴 속에 소용돌이치는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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