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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위기의 한반도’ 해법 모색한다
중앙일보-CSIS 포럼...‘위기의 한반도’ 해법 모색한다
  • 월간리치
  • 승인 2013.06.09 17:33
  • 호수 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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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CSIS는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 상황을 진단하고 외교적 해법을 찾는 연례포럼을 2011년부터 공동 개최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김정은의 도박과 한반도 위기상황’이란 주제로 지난 5월 21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제 문제 전문가들이 참석한 중앙일보-CSIS포럼은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후 2주일 만에 열렸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의 평가와 함께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전망과 한반도 위기를 풀기 위해 다양한 해법이 쏟아졌다.

대북 정책의 다양한 시각

중앙일보-CSIS포럼은 중앙일보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의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 주변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 온 연례 포럼. 2011년 출범했으며 올해로 3회째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세계적 싱크탱크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역대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이사 또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김정은의 도박과 한반도 위기 상황’이었다. 포럼 참석자들은 3개 세션으로 나눠 오전에는 ‘김정은의 북한 어디로 가는가’를, 오후에는 ‘평화적 해결책, 가능한가’ ‘동북아 긍정적 진로 전망’을 놓고 토론했다.
특히 1세션에서는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의 팽팽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선임부소장,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등 한·미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들이 한 축을 형성하며 국내 학계의 대표적인 대북 온건파 학자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논쟁을 벌였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은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론을 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는 유용성이 많이 떨어졌다.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북한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은 한국과 미국의 핑계에 불과하다. 대화를 악용해 북한이 계속 핵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위장막을 줄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대화의 대가는 크다”고 주장했다. 대화가 잠시 도발을 자제시킬 순 있겠지만 (역대) 북한 정권의 행태를 분석해보니 대화 뒤에 곧 도발을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는 “김정은이 오랜 게임을 끝내려 한다. 그 끝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핵 보유를 인정한다고 오해할 만한 메시지를 북한에 주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핵 위협은 북한이 세계와 교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도자가 누구든 상관없다. 김정은 정권에 와서 내용보다 속도가 달라졌다. 최근 3, 4월에 집중적으로 위협적인 수사를 쏟아냈다. 이제는 핵무기 개발과 함께 경제적 실익까지 모두 추구하겠다는 것이 이전의 메시지와 다른 점이다. 김정은 정권은 다시 협상할 생각이 없다. (핵 보유와 경제건설) 둘 다 하겠다는 것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김정은의 새로운 도박은 승산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를 구석에 몰아넣어 빠져나올 구멍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우리의 전략적 인내는 한계가 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북한이 진심을 보일 때 대화를 재개한다는 건데, 현재 북한은 전혀 아쉬운 것이 없다”며 “더구나 신정체제인 북한은 경제 개혁이 체제의 연속성에 위협을 주면 언제든 버릴 것이다. 세속적으로 개혁을 택한 미얀마와 다른 부분이다. 4, 5년 안에 북한 정권이 끝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은 협박 외에 쓸 수 있는 수단이 고갈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협박 수위를 높였지만 예전과 본질은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 김정은 정권이 협상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 이들은 러브콜할 때도 협박 방식을 쓴다. 그래도 결국 원하는 건 협상이다. 구걸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협상 입지를 높이려고 도발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화의 조건이 맞느냐다. 지금은 대화 조건의 싸움이다. 그 조건이 안 맞아 대화가 안 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운명을 좌우할 나라가 미국뿐이라는 판단 때문에 미국과 대화하길 더 원한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없이는 협상도 안 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은 사실상 마지막 도박판이다. 과거 반복된 패턴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김정은은 마지막 패까지 다 받았고 이 도박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벼랑 끝 전술을 극대화하고 있다. 협상 조건이 완전히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 이 시점에 전략적 인내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위기만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기다릴수록 시간은 북한 편에 있다”며 “이스라엘처럼 일상화된 전쟁 위기를 버틸 수 있는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북한이 신정체제여서 이럴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 태도로는 대가가 클 수 있다. 전략적 인내 대신 전략적 관리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찬에 참석해 특별 연설을 했다. 그는 포럼 주제를 거론하며 “도박이라는 것은 속성상 판돈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많다. 설령 (김정은이) 조금 따더라도 결국 무일푼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도발과 긴장 고조 의도에 대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를 더 구체화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북한이 지난 10년간 남북 간 경제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마저 자신들의 위험한 도박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은 실패하고 있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 말고 개방과 번영의 길로 나서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 유지보다 한국이나 ‘통일된 한국’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경제성장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중국을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한 문제를 단지 외교적 노력으로 풀려고 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외교와 군사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고 했다. 외교적 수사 뒤에 군사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한국에 쐈을 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통해 핵을 차단할 수 있다면 북한 핵무기도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이 위협으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할 때 신뢰 프로세스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미국의 운명은 한국의 안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양국은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지속 가능한 다자주의 체제를 생각하면 중국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중국은 동북아의 평화적 환경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을 제외한 한·중·일 등 동북아가 모두 평화를 원한다.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결국 망하는 건 북한이고, 북한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이상적이다”라고 꼬집었다.

한중일 관계 중요한 시점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은 현재 새로운 세계·아시아·한반도 전략을 고민 중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 중요한 전략적 계기가 될 것이다. 현상 유지를 넘어 중국의 이해관계를 설득하고 판을 흔들어야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향후 우리는 ‘4S’에 집중해야 한다. 북핵에 대비한 안보(Security), 대북 제재(Sanction), 6자 회담(Six party talk), 북한 정권과 주민 분리(Separation)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현 상황은 한·미·일 3각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나쁘다. 한국 편이냐 일본 편이냐고 미국에 묻긴 어렵지만 국제적 기준에 의해 평가를 내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예컨대 종군위안부는 한국이나 일본을 떠나서 인류 차원으로 볼 때 일본의 잘못이다. 북한을 상대로 제재와 대화에 엇박자가 나면 안 된다. 한·미·중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데 일본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면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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