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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전파 박차 원주희 목사 ...‘웰다잉’ 있어야 행복한 삶 완성
호스피스 전파 박차 원주희 목사 ...‘웰다잉’ 있어야 행복한 삶 완성
  • 월간리치
  • 승인 2014.09.11 12:28
  • 호수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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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또한 좋아야 인생이 아름답다는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 다행입니다.” 죽음이라면 회피하기만 하던 풍조 탓에 네 번이나 옮긴 끝에 용인 명당에 터잡은 샘물호스피스 병원. 새 건물 짓고 네팔 등 외국과 국내 다른 곳에도 ‘웰-다잉’ 터전이 늘어날 것이라며 안도한다. 원주희 목사가 널리 확산되길 고대하는 진정한 행복이야기를 리치에서 담아 본다.

“웰빙(Wellbeing)에 이어 웰에이징(Wellaging) 중요하고 좋은 일입니다만 웰다잉(Welldying) 마무리가 없다면 공허하지 않을까요?”1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잠깐의 지방도에 이은 자드락 신작로를 더듬어 가니 용인시 백암면 광산자락 한 골짜기에 아늑한 신의 품이 펼쳐져 있었다. 8월 하순 가까운 어느 날 더위가 한 풀 숨고르던 오후 샘물의 집이자 샘물호스피스 병원에서 만난 원주희 목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치 있는 신념의 확장을 향한 계몽의 말씀을 들려 준다.“엊그제 기준으로 이 곳에 와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다 가고 싶어 대기하고 있는 분들이 무려 스물 아홉 분에 이릅니다. 황급히 연락 드렸는데 이미 너무 악화되셨거나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안타깝습니다.”사람들 마음 더 많이 바뀌길또한 원 목사는 샘물호스피스선교회가 권하고 직접 도와주는 웰다잉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죽음이란 게 피하려 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것 못지 않게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하면 가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 모두 걷잡을 수 없는 충격과 고통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셨으면 해요.”건물 층수에서 4층을 빼는 등 죽을 사자가 연상된다고 숫자 4자를 제 아무리 피한들 소용없다는 것. 재수 없는 소리 말라며 회피하거나 거부하기만 하다가 아예 아무 대비 없이 죽음에 이르는 가장 나쁜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사실 원 목사 자신도 중앙대 약학과를 나온 그는 ROTC장교로 복무한 뒤 서울 영등포에서 약국 운영을 할 때는 평범한 약사일 뿐이었지만 폐결핵을 앓으면서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다. 스스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 부상당하거나 죽음에 이른 장병들을 돌보거나 이송했던 때의 군복무 기억까지 겹치면서 죽음은 늘 가까이 있는 것임을 깨닫고 37세에 신학공부를 시작해 42에 때 목사 안수를 받은뒤 ‘샘물약국’을 열어 나선 길이 호스피스 실천의 길이었다. 그가 가장 안쓰러워 하는 경우가 바로 치료가 어려운 병환이 왔을 때 의학적 치료에만 매달리는 경우다. “거부한다고 오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임종을 맞기 전 한 달 동안 평생 썼던 의료비의 70%를 쓰다가 가는 경우처럼 딱한 상황이 어디 있겠습니까”요즘 다행히 치료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데도 항암제 투여하고 수술실로 떠미는 건 부질없고 의미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어 주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 다행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아름다운 마무리 또한 삶의 일부“설마 했던 일인데 누구에게나 닥치기 마련이라고 받아 들여야 합니다. (샘물호스피스병원 입원) 대기자들이 늘어난 것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조금은 변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이 곳 사람들은 평가하고 있다.“고통을 줄여주고 남은 기간 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것,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다 행하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 말로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요양병원이나 중환자실에 모시는 것으로 도리를 다 했다고 방치하는 문화, 수발들기 힘들다고 멀리하는 문화는 결국 남은 가족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큰 깨우침을 준다.“사람의 가치를 일할 능력이나 경제적 수입으로만 따지던 문화 탓에 기력이 떨어지고 병환에 시달리느라 스스로 생활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나이들면 배척하는 문화를 극복하지 않으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름다운 삶을 산다고 할 수 없어요.”떠나기 전 최상의 시간을 선사웰다잉 인식전환과 더불어 호스피스 시스템과 필요성 자체가 아직은 생소한 우리 사회인지라 원 목사는 수 많은 기업체와 교회, 지역 단체 등에 강사로 나서서 웰다잉 문화로 행복한 삶을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진리를 전도하기 바쁘다고 한다. “샘물호스피스는 오시는 분들에게 전인적으로 케어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은 생명 있는 육체이자 정신적 존재이며 사회성을 유지해 왔으며 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존귀한 존재이니까요.”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하고 있는 ‘건강’ 역시 신체 뿐 아니라 전인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 괜한 일이 아니라는 것.“24시간 수발을 들어 드리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사람으로서 생존욕구는 당연히 충족돼야 하고 나아가 옆에서 먹고 씻고 생리현상까지 잘 처리할 수 있어야 삶의 질의 갖춰질 수 있죠. 너무 아프면 가족들이 곁에 있는 것 찾아오는 것이 싫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정신적 케어까지 포함해서 공감하려 애쓰고자 합니다. 오늘 또 선물 받은 하루의 생을 함께하는 가족과 같은 사이처럼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마지막 소원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린다고 한다. “아내에게 면사포 한 번 씌워주지 못한 게 한이라는 어느 남자 환우가 정식 혼례를 올린 뒤 일주일 뒤에 장례식을 올린 케이스가 한 언론으로부터 소개된 적이 있어요. 남은 자녀 결혼이 소원이면 발벗고 도와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제 아들 딸 모두 환우 가족들과 결혼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인다. 원 목사와 만난 당시 입원 환우는 31세가 가장 젊었고 때로는 아이가 오기도 한다고. 뇌졸중, 치매, 루게릭병 등 어떤 질환이든 가리지 않지만 고생 끝에 마지막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말기 암 환자 비중이 높다.물론 존엄성 존중과 전인적 케어를 지향하되 비용부담은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병원 운영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의료비 보조를 받는데다 십시일반 후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달마다 800~9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해서 손을 거들고 있어 가능하다. “돈 뜻있게 쓰는 사람이 진짜 부자”그래도 사회적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40병상 건물 증축에 나섰고 내부공사와 개원을 위한 작업이 남아 있어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사실 그가 처음 사연부터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될 때마다 곡진한 호소와 계몽에 힘쓴 지도 어느덧 22년째를 맞는다.때마침 내린 가랑비 사이로 골조만 다 올린 채 멈춰 선 40 병상짜리 신축 건물을 바라보는 원주희 목사에겐 지난 22년 겪은 고초보다 앞으로 함께할 환우들 생각이 앞선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네팔은 자금까지 합해서 돕고 있고 브라질 상파울루와 호주 시드니 등 우리 교민이 있고 호스피스 시스템이 필요한 곳엔 그동안 축적한 운영경험을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춘천에 자그마한 곳이 하나 생겼고 구미에서 추진 중이며 부산과 전라도, 제주 등에서 머지 않아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신축 시설이 가동에 들어가면 기존 60병상에 더해 모두 100병상으로 단일 호스피스병원으론 지구상 어디를 가나 최대 규모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환우들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이라고.삶의 완성을 돕는 일 말고도 에이즈환자 치과진료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 샘물호스피스병원 살림은 지금까지 늘 빠듯했다.그나마 수 십년째 작은 액수라도 꾸준히 보태주는 중소기업 사장님, 애써 모은 재산 중 일부를 기꺼이 떼어 주는 마음부자들이 보태준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이 선교회이자 병원 운영은 달마다 회보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고 후원금과 외부 강연비까지 보태서 최근까지 운영에 쓴 돈이 약 400억원을 헤아린다.그래서 원 목사는 부유한 이들에게 하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강조한다.“내가 나누어서 다른 사람이 살 수 있고 귀중한 시간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지요. 돈의 노예가 될 것이 아니라 돈을 주도적으로 쓰는 주인이 되어 뜻 있는 일에 차근차근 써 나가는 ‘마음부자’로 변신하는 것이 행복이요, 또한 웰빙이며 웰다잉으로 나아가는 순간 순간들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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