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KB사태와 금융발전 세미나 “관치 대신 단일대주주 나와야”
KB사태와 금융발전 세미나 “관치 대신 단일대주주 나와야”
  • 월간리치
  • 승인 2014.11.10 15:32
  • 호수 6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마땅치 않았고 금융전문가가 태부족한 상황에서 이사회는 제역할을 못했으며 금융계 자체 혁신의지가 부족한 탓이 크지만 가장 큰 원인은 뚜렷한 주인 없이 정부가 대주주 노릇하는 구조에 있다는 담론이 새로 부각됐다. 리치에서 재계 쪽 논리에 입각한 대안체계를 자세히 조명해 본다.

주 전산기 교체추진을 둘러싼 갈등 끝에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이 잇달아 사퇴하는 것으로 막 내린 이른바 ‘KB금융그룹 사태’ 원인을 놓고 “결국 주인이 없어 생긴 것이다. 우리 나라 금융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통렬한 지적이 눈길을 끌었다.
10월 14일 한국경제연구원화 아시아금융학회가 함께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홀에서 마련한 ‘KB금융 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 금융 : 현주소와 발전방안’ 세미나엣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이 역설한 주장이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이 날 세운 비판은 크게 볼 때 낙하산 CEO (최고경영자)들의 과도한 권력욕과 무기력한 이사회, 옥상옥 구조로 기형화 된 금융위-금감원 등 당국의 무능이 빚어낸 참사라는 결론으로 귀결할 만 하다.
다만 해법의 기본 전제가 좀 달라서 앞으로 새로운 논쟁 접점을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다.


소유분산 아닌 대주주 경영 촉구
 
기존 정치권에서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학계 일각이 제시한 해법은 △관치금융 차단 △소유분산 강화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등으로 집약되어 왔다.
이와 달리 이날 세미나에선 산업자본 계열 기업경영자들의 이해를 대벼하는 씽크탱크답게 특정 대주주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는 해법이 집중 부각됐다. 
숭실대 전삼현 교수는 “정부가 국민연금이나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최대주주로 은행들을 장악하고 있고 그 다음이 외국 사모펀드들이다. 민간소유 구조의 은행은 없는 셈”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
전삼현 교수는 “국내 금융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주인 없는 은행”이라며 “은행의 주인 찾기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보유가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후 대부분의 민간은행들은 은행지주사 체제로 재편된 바 있다.
그 결과 정부기관 또는 정부가 통제하는 연기금이 은행지주사 또는 은행 대주주로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은행 소유구조가 엉뚱하게도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형태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 17개 은행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민간이 주인인 곳이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국민연금 예보가 대주주인 곳 즐비
 
국민연금이나 예금보험공사 등 사실상 정부가 최대주주고 외국의 사모펀드들이 뒤를 잇고 있다. 전 교수는 은행의 주인을 찾기 위해 10%(대기업 4%)로 제한하고 있는 은행법상 동일인소유한도의 상향조정을 제시했다. 현행 요건으로는 실질적인 은행의 대주주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보나 정부가 소유하는 경우에는 제한이 없다. 민간도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 소유한도를 초과해서 주식을 취득할 수 있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은행주식을 초과 소유하려는 자가 없는 실정이다.
“민간은행의 동일인 주식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부가 은행을 소유하겠다는 의지를 법제도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비판을 전 교수가 제기하는 이유다.
그는 구체적으로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소유 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대기업 구분 없이 10%로 상향하고 금융전문성을 확보한 금융그룹에 대해서는 20%까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금융그룹에 속한 금융지주회사를 둔 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동일인 소유한도를 34%까지 허용해 주주총회 보통결의사항에 대해 동일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B사태 내내 사외이사들 뭣 했나
 
양준모 연세대 교수도 발표를 통해 KB금융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주인 없는 금융지주사 체제에서 지주 회장과 행장 선임에 관한 일관된 지배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라 지적하는 한편 이사회의 기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주주의 권리가 이사회를 통해 구현돼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의 구성이 과연 주주의 권리를 구현하는 수단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에서 리스크관리 책임을 지는 이사회 내의 리스크관리위원장이나 감사위원장 등이 사외이사로서 상시적인 세부관리가 가능한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더욱이 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통제하는 채널이 그다지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기본적인 지배구조의 문제점이라고 꼽았다.
양 교수는 “지주사의 이사회가 ‘사후약방문’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이사회를 전임자로 구성하라”며 “또한 투명한 이사회를 위해 사외이사와 함께 소액주주들을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KB금융의 사외이사들에 대해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내분의 명백한 당사자임에도 KB금융이 만신창이가 된 5개월간 사라졌다가 금융위원장 요청으로 회장 해임의결 할 때 나타났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는 결국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뽑고 이들 9명이 회장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뽑는 등 자기권력화”했던 문제와 맞물려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도 금융사로부터 보수를 받는 사외이사들의 한계를 인정하며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이용해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과 같이 성과가 부진하면 물러나게 하는 등 은행 주인 교체가 활발히 일어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부가 아닌 시장에서의 위협을 통해 자발적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재벌 사금고화 부작용 대책 꼭 필요
 
그렇다고 특정 대주주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 일색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양원근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대주주가 없는 은행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결국 현실적으로 재벌기업이 대주주가 될 것”이라며 사금고화 등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장과 KB금융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내부인사로서 지켜봤던 지배구조상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꼽았다.
회장과 행장의 갈등을 예상하고 회장 한 명과 부회장 셋을 두고 부회장 중 한 명이 은행을 운영하기로 했으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불협화음이 표출됐다는 것.
모든 결재권한은 회장에게 있음에도 법적 책임은 행장이 지게 되면서 갈등이 불거지거나, 경영자를 견제해야할 이사회가 실제로는 경영자와 유착한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얼마든지 사외이사를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양 위원의 생각이다.
경영권 승계체계 시스템 부재도 문제삼았다. 그는 “CEO 임명 초기엔 누구나 승계구조를 짜겠다고 말하지만 한 두 달만 지나면 조용해진다”며 “본인의 연임을 위해 승계가 어려운 구도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제역할 못하는 금융위-금감원 통합을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당국의 규제완화를 소유와 지배구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내부통제 강화차원에서 준법감시인의 역할을 강화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사외이사의 요건을 엄격히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가 각종 정책집행을 금융을 동원해서 하려 한다”며 “정책집행 이행실적을 주기적으로 파악해 제출하도록 하고 경영실태 평가등급에도 반영하는데 이는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을 고려해서라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정한 감독 및 검사제재를 위해 금감원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현재의 기형적 조직형태를 띄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회장도 감독당국의 구조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오 회장은 “금감원을 은행과 제2금융권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건전성감독원과 증권, 보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거래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관치금융의 우려가 큰 금융위를 해체해 각 기능을 분산 이관하자”고 주장했다.
금융위 금감원 통합론은 이제 학계의 민간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