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09:50 (금)
윤재호의 경매가이드 63
윤재호의 경매가이드 63
  • 월간리치
  • 승인 2014.12.10 10:39
  • 호수 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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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재벌 회장들 경매 X파일우회낙찰 편법빼돌리기 백태


재벌 오너 ‘최후의 보루’격인 개인 부동산이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기업은 망해도 절대 버릴 수 없다는 심정에 차명 또는 우선매수 방식으로 되사들이는 기획 낙찰받거나 파산직전 명의 이전해 두는 경우가 허다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결코 존경받을 수 없는 부동산 기획 사수작전을 자세히 보면 경매 고수 비법이 드러난다. 리치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과거 재계를 주름잡던 재벌 회장 소유의 알짜 부동산들이 경매시장에 속속 나오고 있어 세간에 관심을 끌고 있다.
파산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다 최후에는 살던 집과 땅 들이 줄줄이 강제 처분되는 처지로 몰린 것이다. 잘 나가던 집 주인들이 하루아침에 망해 경매 법정에 나오는 순간 보통 재벌 파산의 종착역으로 인식된다. ‘명품’ 고급 저택과 땅, 사옥 경매는 물론 초고가 스포츠카와 미술품 등 골동품도 함께 공매 처분된다.
몰락한 재벌들은 보통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회장 개인 소유의 주택이나 빌딩을 담보로 잡고 추가로 돈을 빌린다. 이 때문에 법인 소유의 부동산들이 먼저 정리돼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회장 소유의 부동산은 마지막 보루로 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벌 오너 소유 개인 부동산은 회사가 무너진 뒤 짧게는 1∼2년, 길게는 6∼7년 만에 경매 처분되는 게 일반적이다.
재벌 총수들은 마지막 남은 집과 땅을 경매 처분하면서 애착이 가는 부동산은 어떻게든 남겨두려는 성향이 강하다.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에서도 총수가 아끼는 부동산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거주하는 저택이나 별장, 빌딩 중 명품 부동산만큼은 경매로 주인이 바뀌지 않도록 철저한 법률분석을 통해 재산 빼돌리기 수법을 이용한다. 경매로부터 굴욕을 맛본 파란만장한 재벌 회장들의 경매를 통한 재산 활용 기법을 모아봤다.


차명 · 우선매수 행사해 직접 낙찰


집과 땅을 경매 처분하는 것으로 파산의 마침표를 찍기 전에 여러 부동산 중에서 남겨둬야 할 부동산을 골라 작업해 둔다. 빚이 가진 재산보다 많은 상황이 될 즈음 경매·공매 처분에 대비해 법률 자문과 함께 직접 경매 낙찰을 준비해 둔다. 결국 경매 처분돼 새 주인을 찾더라도 아끼는 부동산은 비자금 관계자가 개입하거나 직접 낙찰 받기 위해 준비한다. 일부는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친인척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재산을 빼돌려 놓기도 한다.
 재벌 회장들이 가장 많이 경매 과정에서 이용하는 방법은 친인척 명의로 직접 낙찰 받는 것이다. 회장 일가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부쳐졌을 경우 차명을 이용해 직접 유입과정을 거친다. 친인척이나 가족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첫 입찰에서 감정가의 2배 이상 높은 값에 낙찰 받는다. 보통 1~2회 유찰해 감정가의 70~80%에 낙찰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비싸게 낙찰 받는 셈이다. 첫 입찰에서 고가 낙찰을 받기 때문에 낙찰 확률 100%이다. 
 경매에 부쳐지기 훨씬 전부터 미리 강제집행을 준비해 둔다. 살고 있는 저택이나 땅을 공유 '지분'으로 등기해두는 것이다. 땅의 일부 지분을 친인척이나 가족 명의로 해두면 경매과정에서 남들보다 가장 먼저 경매 법원에 우선매수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에 얽혀 있는 채무관계가 복잡한 부동산일수록 추후 빚잔치용으로 해결함과 동시에 직접 낙찰 받기에 유용한 투자 기법으로 활용된다.
지분 부동산은 온전한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다. 따라서 유찰이 거듭돼 감정가의 50~60%까지 가격이 떨어지기 일쑤다. 부동산의 가치를 따져 입찰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하다. 지분권자는 ‘우선’ 매수의 권리가 있어 최고가 매수인이라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저렴한 값에 낙찰 받는데다 우선 매수의 권리까지 있으니 합법적인 재산 빼돌리기의 교과서로 이용된다.


 경매 막으려 온갖 명의 돌려놓기


회장 명의로 경매에 부쳐진 주택이나 토지는 물건별로 채권관계가 상당히 복잡하다. 등기부 상 근저당이 부동산의 가치보다 초과해 설정돼 있다.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추가 대출 또는 세금이 밀려 압류등기가 수 십 건에 달한다. 미리 압류와 환수에 대비해 부동산의 가치보다 많은 금액의 선순위 근저당권을 차명으로 설정해 둔다. 경매과정에서 부동산의 가치보다 높게 배당 받아 비자금으로 챙기기 위해서다.
재벌 회장 개인의 부동산을 외형 상 제3자 법인 명의의 선순위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로 위장한 다음 직접 경매에 붙이기도 한다. 도심 노른자위 토지나 빌딩에 대해 채권자로서 직접 낙찰 받거나 채무자와 협의해 법인 명의로 소유권을 넘긴다. 제3자 회사는 재벌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회사인 경우이다. 통상 부동산을 이용해 '돈세탁'을 할 때는 은행 담보대출로 자금 출처의 명분을 만든 뒤 비자금으로 돈을 갚는 방식을 쓴다.
회장이 가장 소유하고 싶어 하는 별장이나 빌딩이 경매에 붙여질 것이 예상되면 사전에 회사 관계자를 가짜 임차인으로 만들어 유치권을 법원에 신고하게 한다. 경매 과정에서 임차인 등 이해관계인이 직접 인수할 수 있어서다. 공사계약서 등 서류를 조작한 뒤 경매 법원에 유치권을 신고하면 입찰자는 아무래도 유치권 신고금액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부담하게 될 유치권 금액만큼 최저가가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헐값에 낙찰 받는 방식이다.
마지막 집과 땅 ‘빚잔치’ 진행중
경매에 붙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을 종교·의료·사회복지재단 명의로 서둘러 돌려놓기도 한다. 공익사업 및 종교용 부동산은 아예 담보권 실행에 의한 임의경매나 압류에 의한 체납 처분을 어렵게 만들어서 재산을 합법적이고 교묘하게 은닉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 여러 번 차명으로 낙찰 받아 복잡한 경매 과정을 거친 것으로 위장한 다음에 최종적으로 재벌 회장 친인척으로 소유권을 넘기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한때 재계를 주름잡으며 경제성장을 이룩한 기업가는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나 회사 파산과 함께 기억 속으로 사라진 재벌 오너의 부동산들이 경매시장에 나와 교묘한 재산 빼돌리기 행태로 나타나는 모습은 씁쓸하다.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것 같던 재벌들도 파산 이후에는 남은 집과 땅을 경매 처분하며 마침표를 찍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재벌 회장의 마지막 남은 재산을 둘러싼 ‘빚잔치’는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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