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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예술허브 안착 이젠 국제화”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예술허브 안착 이젠 국제화”
  • 월간리치
  • 승인 2015.02.09 15:32
  • 호수 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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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시가 아니고 자연이 잘 보존된 인구 11만에 조금 못미치는 군지역 미술관이 석 삼년 만에 누적 관람객 45만을 돌파했다. 멀리 제주나 남도에서 손님이 찾아올 만큼 예술허브로 자리를 굳힌 것은 관객 눈높이에 맞추고 미래세대 교육을 연계한 덕이다. 리치에서 이철순 미술관장으로부터 더 높고 큰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난해 12월 16일 개관 3주년을 지낸 양평군립미술관에 찾아간 날은 평일이고 점심무렵이었는데 적지 않은 가족단위 관객이 드나들며 작품감상을 하랴 이모 저모 살피랴 열기띤 모습이었다. 군민 다 합해 10만 7000명인 전원도시 아담한 미술관을 3년 동안 다녀간 관람객이 44만 8000여 명. “2011년 겨울방학 전 개관을 맞추느라 고생했는데 남은 날이 많지 않았으니 연간 기준으로 보면 첫해부터 10만 명을 돌파했어요.”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은 물론이고 안내하는 직원이나 학예사, 심지어 청소담당자까지 자긍심 넘칠만 하다. 올 1월 넷째 주말들어 48만명을 넘어 섰으니 늦어도 2월 초엔 5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적당한 주제, 최적화한 작품 엄선예산이 많은 것도 수준 높은 관람객 층을 바탕에 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예술적 가치와 미술관의 기능을 양보하려는 마음은 애초부터 품은 적이 없다. “우리 미술관은 좋은 작품을 잘 찾아내어 조합해서 소개해 주는 일을 했어요. 전시를 위해 새로 만든 작품을 걸기보다는 기존 작품들을 주제에 맞게 잘 골라서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려 애쓴 것이 전부입니다.”기획주제전 중심으로 꾸리기가 쉬운 노릇은 아니었다. 그나마 수도권 배후지역 치고 작가들이 많이 산다는 양평인데도 한 해 대 여섯 차례 이상 주제전시회를 열기엔 작가층이 얇았고 지역 주민 수준을 도외시한 전시는 건립취지에도 맞지 않아 발상을 바꿨다고.지역민이 기꺼이 공감하고 찾을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기획 주제를 잡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 “관람객 입장에선 올 때마다 작가가 90% 이상 바뀌고 주제마저 다르니 늘 새롭고 감상할 작품이 넘치니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것은 물론 다른 지역 관람객 재방문율이 높다”고 자랑한다. 이런 노력이 겹치고 반복해서 뭉쳐진 양평미술관의 퀄리티이자 오리지널리티는 친근한 주제와 늘 새롭고 격조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평판으로 집약되고 있다. 주어진 한계를 무한한 기회로“공공분야 예술기관에 주어진 소명과 미션을 잃어버리면 다 무너집니다. 흔히들 스스로 제한하는 울타리에 갖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인구 11만 군립미술관이니 일년에 몇만명만 와도 된다고 생각해선 안되겠다 생각했고 지역 주민 정서를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추구하거나 주민과 동떨어진 경향의 전시로 일관해선 안된다고 본 겁니다.”본연의 역할과 소명에 집중하다 보니 길이 보였다.“초대 관장으로서 원칙과 비전을 잘 달성할 수 있다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소박한 마음이었는데 지난 연말 경기도가 진행한 도내 공·사립 미술·박물관 전시교육 사업 전문가 평가에서 2013년 우수기관 선정에 이어 지난해엔 최우수 평가의 영예를 얻었다.양평미술관 최우수 퀄리티가 만 3년 만에 공인 받은 셈이다. 대관미술관이냐 기획미술관이냐 놓고 생각해본 결과 대관은 군립미술관 성격에 어긋나고 작품 수준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획을 잘 해서 이런 미술관이다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고. 지역민이 찾아오는 미술관 누구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주제전시를 하되 작가는 전국에 걸쳐 학연 지연 혈열 나이 명성 전혀 안 따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주제에 얼마나 적합하냐, 창조성이 풍부한가 딱 두 가지만 봅니다.”학예실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아 주제에 맞는 작품이 제주도에 있다하면 가서 모셔온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고 명성을 떨치는 것이라도 주제와 맞지 않으면 배제한다. 미래세대 창의성 성장과 동행이철순 관장이 가장 흐뭇해하는 미술관 정체성은 온 가족이 함께 와서 즐기며 감동하고 가는 관람객이 중심을 이룬다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겠거니 해서 마지 못해 같이 동선을 따라 걷는 부모가 아니라 어른다운 감상과 아이나 청소년의 열림 감성으로 보고 느끼는 것에 차이가 많다는 사실을 늘상 확인한다고. 미술관 역할 중에 생산기능이 있어 작가들의 제작을 촉진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양평군립미술관에 꼭 필요한 역할 중 하나는 미래세대 성장을 돕고 함께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관람을 마친 아이들이 미술관 로비에서 느낌과 소감을 표현하거나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게 합니다. 심사를 거쳐서 전시회가 끝나면 다음 전시회 시작할 때 시상하고 격려합니다.”때로는 어른들까지 솔직하게 평가하거나 냉난방, 조명 의견을 제기하는 신문고 역할도 한다.특히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굉장히 창의적이어서 그 재능을 잘 키워보라는 뜻에서 상을 준다고 한다. 구태의연한 통념 속 미술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요소 중 대표적인 게 이런 점이다. 관객과 미술관 직원 그리고 작가들이 따로가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연결되는 그런 미술관을 추구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이 미술관에는 교실 세 곳에서 실비만 받는 미술교육 공간으로 개방한다. 물론 방학을 중심으로 미술관 자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 에 게을리 할 틈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어린이 대상 뮤지컬 공연을 펼치는 등 미래 문화예술 수요층의 안목과 품격을 꾸준히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이 자라서 다시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을 찾고 음악회를 다니는 대한민국 사회 품격을 올리는 밑거름 역할하는 것은 군립양평미술관이어서 더욱 열성적이다.관객 더불어 우월한 미술관 지향이 관장은 다시 찾는 관람객이 많아져서 평판이 축적되는 과정 자체가 관람객과 미술관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관람객의 신뢰는 평판으로 축적되고 훌륭한 작품을 소개하고 감상하는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결코 현 수준에서 안주할 생각은 없다. 시설관리나 청소담당까지 모든 직원이 2개조로 다른 미술관을 다녀오게 한다고 한다. 각자 맡은 분야를 중심으로 미술관 운영에 도움될 것을 찾고 전시동향과 작품 경향을 꿰어볼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관리파트와 학예파트가 자연스럽게 협업하며 전시의 질과 관람객 편의를 높이려는 뜻에서 취한 정책이라고.나아가 그는 소중한 꿈을 조심스레 가꾸고 있다. “누가 뭐래도 양평미술관은 가족미술관이에요. 주제 전시 중심으로 한국 현역작가 가운데 가장 왕성한 작가의 작품을 초청하고 때로는 외국 유망작가 초청을 하면서 관람객의 사랑을 받아 왔는데 이제는 퀄리티를 좀더 높여야 합니다.”“10년 정도 더 지나면 다이내믹 컨템포러리 미술관으로 손꼽히길 바랍니다.”수도권에서 확고한 평가를 받고 있는 ‘문화허브 미술관’으로 발돋움 했으니 이제는 국제교류전 및 세계 유명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한 국제화를 꾀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현재 전시관 뒷편 드넓은 터에 더욱 많은 관람객을 모실 수 있는 크고 좋은 전시관을 증축하는 것도 그가 품고 있는 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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