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체 상품 가운데 재테크 대상으로 꼽을 만한 게 있으리라 기대감이 거의 소멸된 요즘이지만 스포츠와 연계한 은행 특판 상품들이 완판기록을 내며 관심을 이어간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은행 스스로 후원하고 있는 스포츠 스타나 소속 스포츠단을 앞세워 응원대열에 동참을 유도하는 동시에 좋은 성적이 나면 우대금리를 제공해 자금을 끌어 모으는 전략은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지며 어엿한 틈새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 응원
KB금융지주가 후원하는 골프여제 박인비의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을 겨냥한 국민은행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기원적금’이 요즘 상품 중엔 대표적이다.
1월 29일 출시된 이 상품은 1년제 연2.3%, 2년제 연2.5%, 3년제 연2.8%의 기본이율을 제공한다. 박인비 선수가 올해 브리티시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 2개 모두 우승하면 연0.4%p, 둘 중 하나라도 우승하면 연0.2%p의 우대이율을 준다.
국민은행은 박인비 응원 적금으로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억원이 완판했고 지난해 도 2000억원 한도가 판매 5영업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박인비는 2015년 열리는 브리티시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 중 1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한국인 최초로 커리어그랜드슬램에 오르는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 류현진 예적금 출시예정
농협은행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왔다.
지난해 1월 출시했던 ‘2014 NH 류현진 정기예금·적금’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기간 중 류현진 선수가 거두는 게임승수에 따라 최저 0.1%p에서 최고 0.4%p까지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출시 당시를 기준으로 1년제 예금과 적금 각각 최고 연3.05%, 연3.4%를 받을 수 있었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워서 출시 석달도 안돼 2000억원 한도가 모두 소진됐고 추가 책정된 3000억원도 한달 보름이 안돼 마감됐다.
농협은행은 올해도 3월 중순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류현진 특판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 농구단 우승 걸고 추가금리
은행 소속 스포츠단을 응원 상품으로는 우승권 전력을 갖춘 은행이 제격이다.
우리은행은 소속 여자프로농구단인 한새농구단의 2014~2015 시즌승리와 3년 연속 통합우승을 기원하는 ‘위풍당당! 우리한새 정기예금’을 지난해 출시한 바 있다. 1년제 정기예금으로 기본금리 연 2.20%에 정규시즌 우승 시 0.1%p, 챔피언결정전까지 승리하는 통합우승의 경우 추가로 0.1%p를 우대해 최대 연2.40%의 금리를 제공했다.
1차 판매였던 3000억원은 11월 10일 출시해 11월 24일 완판됐으며 2차 판매분 2000억원도 12월 3일을 시작으로 12월 19일 6154좌가 몰리며 전부 팔렸다.
기업은행은 소속 여자배구단인 IBK알토스 창단 기념으로 2011년 10월 20일부터 12월 30일까지 ‘IBK알토스배구예금’을 판매한 데 이어 창단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2013년 3월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승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특별예금을 출시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를 후원하는 하나은행은 국가대표축구팀을 응원하는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998년 대한축구협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해 오는 2018년까지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렸던 지난해 6월엔 한국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Let’s Go 브라질 오! 필승 코리아 적금’을 출시했다.
이같은 스토리를 꿰어 놓고 보면 스포츠 뉴스를 보면서 어떤 은행이 특판을 내놓을지 예상할 수 있어 박한 금리에 실망한 마음을 달래며 상대적으로 후한 금리 수익을 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