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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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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리치
  • 승인 2015.04.10 10:23
  • 호수 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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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가뱅크에게 배울 점해외사업 확대 턴어라운드

  지난해 기준 전국 단위 점포망을 거느린 메가뱅크 순익이 5% 늘어나는 등 일본 은행권의 최근 성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해외사업을 결사적으로 확대했던 점이 돋보였으나 수수료 수익기반이 탄탄한 점은 국내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점으로 보였다. 리치에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네모토 나오코 스탠다드엔푸어스 재팬 전무 말마따나 “예금과 대출 등 국가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한 두 나라 은행산업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면서도 처한 상황은 다른”것이 사실이다.
금융연구원이 3월 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마련한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일본 은행들의 대응전략 세미나’는 전국단위 영업을 영위하는 대형은행 순익은 5%, 지방은행은 30%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인 일본계 은행들에게서 배울 것이 뭔지 찾아보는 자리였다.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보유에 힘입어 은행 대출을 거절하니까 국내시장에서 찾지 못한 사업기회를 아시아 중심의 해외 사업 확대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이 성공비결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안에선 예금과 대출 업무가 주종이었던 이들이 해외에선 일본 기업 진출 지원은 물론 현지기업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은행 역할을 늘리는 한편 국제적 큰 손이던 유럽계의 공백을 뚫고 투자은행업무를 크게 일으킨 덕분이라고 한다.
메가뱅크 빅3의 경우 총수익이 조금 줄어드는 가운데 국제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30%를 돌파하고 2013년 이후 35%를 넘어서면서 자칫 주저 앉을 뻔했던 은행실적을 견조하게 떠받칠 수 있었다.
또 하나 수수료 수익에 대한 정부당국의 가격규제가 없는 덕에 수수료 수익 비중이 탄탄한 것도 우리 나라 은행에 비해 돋보이는 장점으로 드러났다.


경기회복세 속 자연스런 실적

다만 네모토 전무는 “일본 은행들이 정말 회복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은행산업을 전문적으로 살피고 있는 전문가입장에서 그는 “은행은 일본 거시경제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업종이고 (은행들이 거둔 성과는)일본 경제 회복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오노 유지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연구소 금융산업연구담당 이사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 경제는 1950년대에서 70년대 중반기까지 고도성장기를 거쳐 안정성장기를 접어들었을 때 복합장기불황 요인이 싹텄다. 1980년대 프라자합의에 따른 엔고 영향에다 기업수익 악화를 막으려 저금리정책을 쓴 결과 남아도는 유동성에 힘 입어 기업들이 자체 자금과 금융부문에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과 주택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버블을 키웠다.
네모토에 따르면 소득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을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는데 버블이 붕괴되면서 기업들이 설비, 채무, 고용 등 과잉보유 해소 차원에서 감축에 나서고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금융부실 처리에 매진해야 했던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은행들이 처리한 부실규모는 모두 9500억 달러. 장기복합불황에 기업과 가계 모두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방법으로 채무를 줄였고 은행들은 비용절감 노력 속에 부실처리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 이후 디플레경제에서 인플레경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여기에 중앙은행으로서 일본은행이 국채의 절반 이상을 사들이는 돈 풀기에 나선 결과 최근 들어 경기회복세가 나타났다.   자체적으로 부실처리를 끝낸 은행들이 경기회복에 힘입어 경영성과가 개선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사적 국제화와 수수료 강점
 
함께 내한한 이노우에 테츠야 노무라종합연구소 금융기술 및 시장연구실 부장 등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은행산업과 상대비교 했을 때 일본 금융계 빅3로 대표되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들은 국제 비즈니스 확대와 수수료 수익의 견조함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내 대출 비즈니스가 설 자리가 없어지자 국제무대로 눈을 돌렸고 사업을 늘린 것은 해도 그만 않아도 그만인 게 아니라 결사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미쓰비시 UFJ가 태국 은행을 인수하고 SMBC가 RBS 계열 금융사 인수와 인도네시아 은행에 지본참여를 했고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해외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등 M&A에 적극적인 이유도 해외사업만이 살길이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네모토 전무는 “기업 해외진출 지원 중심이던 국제 업무를 리테일 쪽에서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아시아 여러나라에서 늘어날 중산층을 겨냥한 포석”이라며 해외 은행 M&A는 지금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이라는 절박한 견지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유럽은행들의 공백을 틈타고 해외 융자업무를 늘리고 PF금융과 신디케이션 등 IB업무 쪽도 늘리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노 이사는 “일본 메가뱅크의 해외대출비중이 25%를 넘어 섰고 이익에서 차지하는 국제업무 비중이 35%를 웃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경우 해외자산중 50%가 아시아에 있고 비일본계 기업에서 75%의 수익을 내는 등 메가뱅크들이 아시아지역에 집중한 전략에 성공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북미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경제 신종리스크 불안한 그림자
 
그러나 네모토 전무는 “베이비붐 세대들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그 많던 예금초과 상태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라며 우리나라의 앞날을 암시하는 신종 리스크를 함께 제시했다.
2025년만 되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선 여전히 예금 초과가 계속되겠지만 지방에선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이야기다.
가뜩이나 대출수요가 줄어서 영업하기 어렵던 지방은행들 처지에선 예금 규모 축소에 따른 자금조달 이슈에 시달리는 등 존립을 걱정할 처지에 이를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 것으로 풀이하기에 충분하다.
소득증가 없이 디플레를 견디느라 소비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가계는 소비에 나설 의욕이 소멸된 점 때문에 엔저 호황에 따라 수익이 늘고 소득이 일부 늘어도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지 의문이며, 개인들은 임금이 늘기 시작해도 저축을 늘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 리스크의 갈림길은 2017년 예정된 소비세 인상이 대표적이다. 일본 경제주체들은 현금보유량이 막대한 반면 투자할 곳이 없어 국채를 사들였고 일본 정부 재정적자가 늘어나도 문제가 없었지만 이같은 구조가 영속할 수 없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만약 엔저를 통한 수출 호조로 기업경기가 일시적으로 호황을 보이는데 그치고 소비세 인상부담에 소비여력은 꺾이는 와중에 은퇴인구가 크게 늘어날 경우 예상되는 실물경기 위축이 문제다. 이때 일본 계 은행이 해외사업만으로 벌충하기엔 부족해 보이는 것이 국내보다는 그나마 낫다는 이웃나라 은행, 그리고 그 곳 자산가들의 상황인 셈이어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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