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조각미술관 바우지움 김명숙 관장
조각미술관 바우지움 김명숙 관장
  • 월간리치
  • 승인 2015.06.10 14:29
  • 호수 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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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복·힐링 함께 나누고파

  터 잡겠다고 마음먹은 지 10여 년. 작업실 바로 가까이 조각 전문 미술관을 열다. 누구나 조각작품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감하고 힐링과 행복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 뿐이라고 한다. 리치에서는 고성군 원암마을에 자리잡은 김명숙 관장을 만나 소상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다.


미시령 터널 건너 설악산 자락 포근한 산야를 56번 도로로 달리다 가 닿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길.
자갈 돌 깔린 진입로에 접어 드니 스테인레스 조형물이 객을 반긴다.


자연과 어울려 피어오른 곳

골목길 접어들 듯 미술관 안으로 스며들었더니 너른 전시공간이 정좌해 있었다. 맨 처음 맞는 전시관 오른편 곁에는 물의 정원이 하늘 향해 온 마음을 펼쳐 누워 있었다.
아, 거기 가벼이 찰랑이는 수면. 그 위로 소나무조각공원 숲 나무들 사이로 울산바위 장엄한 그 이가 가만히 엎드린 풍경이 담겨 있다.
호박바위들 둥글게 어울린 어깨 능선을 타고 설악의 심성 닮은 바람이 수런거리고 하늘과 숲이 가만히 움직이는 회화로 펼쳐지는 것을 완상(玩賞)하지 않는다면 헛걸음이 아닐 수 없다.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 자갈돌 깔린 복도 건너엔 또 하나 스테인레스 재료의 작품이 눈빛을 빛낸다.
다음 전시관을 넘어가는 건물 사이는 다시 골목이고 둘째 전시관 또한 너른 정원을 품은 채 가만히 기다린다.
이 곳 미술관은 조각작품 감상에 집착하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벗겨 낸다. 보이지 않는 세속 인연과 미련을 스르륵 스륵 벗어버린지조차 모른 채 조형예술작품인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려 들지 말고, 공간과 공간 사이 떼어 내려 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를 마음으로 눈으로 혼백으로 담아도 봤다가 스며들어도 봤다가 느끼고 동조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좁은 골목이다가 의도가 분명한 전시실이다가 물이건 돌이건 잔디건 비었기에 담을 것이 무한히 많은 마당이다가.


자작·소장작품 품고 출발

그렇다고 미술관 내편(內篇) 이야기로 그쳐서는 조형예술과 공간의 멋을 논담할 수 없을 터.
건물 군을 조금 벗어나 설악 쪽으로 발길 돌리면 숲 정원과 소나무조각공원이 펼치는 외편(外篇)을 향한다. 자연과 인간문명의 무늬가 겹쳐지는 그 곳 경계구역은 여백으로 깔리는 듯 하면서 새롭게 차오르는 삶의 의미, 사람과 사랑, 자연과의 공존 등 많은 물음을 던지고 메아리로 답을 구하는 사색의 공명 가득한 공간으로 펼쳐진다.
건축가 김인철 교수가 설악산 자락 아래로 바람과 숲이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밤이면 무수한 사연을 간직한 별밭 천구 아래 숨쉬는 그 곳에 그윽하게 어울릴 건축물 아닌 대지의 일부 자연의 일부를 부려 놓았다.
“순수한 조각전문 미술관으로는 처음일 거에요. 노후에 값진 일,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곳입니다.”
“처음 출발은 100여 점의 작품, 소품까지 치면 150점은 너끈히 넘을 건데 미술관 안팎과 가장 잘 어울리게 단장해서 손님들을 맞이할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선후배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전시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면 더욱 좋아요."


최고의 조각 미술관·공원 꿈

“우리나라 미술관을 합하면 100개는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부터 여러 곳에 들어선 조각공원은 넓은 터전에 예술작품을 군데 군데 배치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일반 공원과 차별화 하려고 보조장식 취급하듯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곳은 조각 전문미술관을 중심으로 바깥 공간을 조각공원으로 꾸몄다.
‘조각미술관 바우지움’에서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사랑과 기쁨처럼 갖가지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힐링을 체험하고 행복한 마음을 나누시길 바란다고 김명숙 관장은 소망한다.
“제가 최고라며 한 없이 믿어주고 북돋워 주는 남편 그리고 구순의 나이에도 사랑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어머니와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까지 가족들이 살아왔던 삶의 결정체”라고 그는 소개한다.
“사회에 되돌리며 살고 싶었던 꿈을 이룬 것이기도 하니 저는 분명 행운아”라는 김명숙 작가.
“같은 강원도인데 영월군만 가도 문화예술 인프라가 다양한 편이지만 고성군에선 처음 짓는 민간 문화예술공간입니다. 지역간 격차가 서울과 지방, 강원도 안에서도 차이가 심한데 나름대로 해소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어요.”
처음에 환영하는 반응이 공존하다가도 농사 짓고 사는 마을에 미술관이라니 핀잔도 들었다. 고성군 공무원들에게 예술 중에서도 친숙함이 덜한 조형예술이 가 닿을 리 없다는 현실도 잘 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어릴 때 서울로 떠났다는 지연 또한 부차적이다. 약 10년 동안 강원대학교 강의를 맡던 시절이 인연의 뿌리에 더욱 가깝다.
서울과 강원 영동 절반 쯤에 자리잡은 강원대에 들른 뒤 곳곳을 찾아다니다 설악산 울산바위가 올려다 보이는 이 곳을 운명처럼 발견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각가의 꿈이자 예술투자

김명숙 작가에게 바우지움 미술관은 두 가지 소원을 동시에 이루는 결정체이기도 하다.
“조각하는 사람들은 늘 자기 작품 펼쳐놓을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강원도 곳곳을 찾아 가 봤는데 여기 만큼 동네가 예쁘고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어요.”
작품 전시할 전문미술관인 동시에 예술가로서 예술에 투자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작품도 많이 했지만 소장하고 싶고 귀한 작품과 인연이 닿아 소중히 간직한 작품들도 있는데 조각쪽으로 예술적인 것에 투자를 해왔다고 생각해요. 이번 미술관은 그 스케일을 더욱 키운 것이고요.”
투자 이야기가 나왔지만 3000평에 이르는 터를 조각작품 전시로만 채우려는 과욕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마침 남편 친구가 유명한 건축가여서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터를 보여줬더니 미술관은 처음인데 선뜻 작업에 착수해 준 일도 행운으로 받아들인다.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설악산이 멀리 펼쳐져 있고 소나무와 바위가 우거진 숲에 소박한 벽을 세우자는 말씀을 처음 듣고는 마음에 막 와닿았어요.”
뫼 산자 건물 세 동 각기 의미 있는 마당을 품고 벽이 이어지다가 트이고 지붕이 다시 얹어지는 자연속에 동화되는 모습이어서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자연을 끌어들이는 작품 추구

“어떻게 하면 자연과 어우려져서 두드러지지 않고 자연의 모든 것을 끌어들이면서 작품을 살릴 수 있는 미술관으로 단장할 수 있을까 정말 설계 잘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김 관장.
이화여대에서 조소(彫塑)전공을 했지만 혼인을 한 뒤 아이들 키우느라 꿈을 접었다가 남편의 전폭적 외조에 힘입어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다시 수업을 쌓은 뒤 나섰던 조작가의 삶이었다.
"주부생활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병행했던 때보다 힘겨울 게 틀림 없겠죠?”  
반문 속에 다부진 각오가 탄탄히 받치고 있다. “미술관이 흑자를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자연과 어우러지는 미술관의 진가를 살리렵니다. 소소한 부분에서 절약하고 귀한 걸음하시어 찾아오는 관람객들의 성원이 있다면 더욱 힘 내어 일할 겁니다. 미술관 경영자로는 서투르겠지만 가족들이 도와주는 것이 언제나 저에겐 둘 도 없는 자산인 걸요.”
당장 6월 20일 공식 개관 때 모시기로 한 관객들 만날 설레임으로 그는 개관을 향한 막바지 단장에 심혈을 쏟을 예정이다.
작은음악회도 열지만 천혜의 생태계 품 안에 자리한 미술관이 더 많은 공감을 확산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천생 조형예술가로서 소박하면서 원초적인 꿈 관객들과 동화, 자연과의 동화, 사랑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에 충실하는 사람이기에.
“미술관 개관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공간마다 다채롭게 채워질 수 있도록 벽면에 작품을 만드는 작업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찾으실 때마다 늘 좋은 작품으로 맞이하는 미술관으로 가꾸는 일은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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