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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的 함축 김인선의 도예
詩的 함축 김인선의 도예
  • 월간리치
  • 승인 2015.07.13 14:34
  • 호수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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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부재 특징이 뚜력한 도시사람들의 삶을 다루던 도예가 김인선. 여전히 도시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면서 십자가를 통해 더욱 원숙한 세계를 펼친다. 흙과 십자가를 통해 사랑과 화평, 치유와 생명의 은총을 교감하고 소통하는 계기로 삼기까지 부상마저 불사한 고된 작업에서 한 시도 물러서지 않는다.

작가 본래 만들었던 도시(City)시리즈 기법을 십자가에 덧입힌 작품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장 잘 나타낸다. 거친 흙의 질감과 모노톤 색상은 적막하고 고단한 도시생활을 떠올린다. 여기에 자르고 덧입히고 눌러 찍기를 반복하며 재구성한 형상은 고단한 삶으로부터 구원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십자가를 대변한다,(전지나 홍익대 도예연구센터 연구원)전 연구원은 최근 전시회에 나온 작품을 두고 도자와 유리의 조화를 추구한 것에 주목했다.최근 도자작가들 사이에서 두 재료의 결합을 시도했다가 각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은 도자와 유리의 성질이 달라 실패율이 높았던 것도 큰 원인이었다는 것.그런데 김인선 작가만은 예외였다고. 도자작품에 유리의 영롱한 색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강렬한 도자유리십자가를 만들어 냈다며 호평했다.당연히 무채색이 주를 이뤘던 그동안과는 달리 다양한 색채를 입힘으로써 지난 5년 간 십자가를 만드는데 집중하면서 작가 내면에 찬란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은연중에 알렸다. 짝 손은 약과 고된작업 통증 꽃
고된 작업 때문에 갈수록 짝짝이 손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내색하지 않으려 했던 때가 있었는데 30년 넘게 갈고 닦다보니 허리, 손목, 손가락 등 각종 각종 관절부상까지도 넉넉히 이기며 작업에 임한다. 3차, 4차, 5차 소성까지도 감행한다.그 스스로는 변두리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평범한 도예가라고 말하지만 도자기를 완성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그 만의 창작 작업의 독특함을 안다면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점토로 원하는 형상을 성형한 상태에서 건조시킨 뒤 초벌을 한다. 이어 안료와 유약을 시유하고 재벌을 거친다. 이 때 가마 안에서 불에 의한 요변(窯變)현상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렇다 해도 작품으로 선보일 수 있는 도자의 수가 많지 않다고 전지나 연구원은 귀띔해 준다. 여기다 김작가는 자신의 마음이 들 때 까지 놀지 소성을 감행하는 프로의 근성을 보인다.생명, 그리고 사람들 삶의 본원인 흙에서 출발하는 그의 작업은 자르고 덧입히고 눌러 찍기 등의 예술적 노동을 무수히 반복한 끝에 새로운 형상으로 창조된다. 고된 작업으로 인해 달고 살게 된 부상과 통증은 뭐랄까, 도자작가 예술혼의 꽃인 것은 아닐까.십자가는 인간을 향한 예수그리스도의 초대이다. 다름 아닌 십자가는 옛사람을 새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된다. 십자가는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의 성을 무너뜨리고 또 자신의 살아갈 새로운 시간을 건축해 나가는 인간의 삶을 함축하고 있다. (송병구 목사 십자가 168개의 상징을 찾아겸에서 발췌)혼돈과 갈등 그래도 내일의 꿈
십자가를 매개로 한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면 현대인의 삶이 집약, 응집돼서 엉긴 도시를 모티프 삼았던 그 전 작품 세계르 살피는 것은 필수다.인간들이 이룩한 문명은 결국 혼돈과 갈등이 증폭되는 도시를 낳았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로 탈바꿈 시키려 하고 내일을 향한 꿈을 놓치 않는 치열한 삶 그 자체다. 그는 학부졸업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도자조형에 몰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올림픽과 함께 경기가 최고조로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건축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하던 때 그는 새로운 주택양식에 어울리는 미술작품에 초점을 모았다. 1987년 서울 후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기하학적 도판 형식의 평면작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91년과 95년 2,3회 개인전에선 둥근 원을 기본틀로 하고 그 안에 도시 이미지를 구성한 작품과 1미터가 넘는 반입체적 크기의 도시를 때론 사실적으로 때론 추상적으로 표현해 전시장 바닥에 설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한길홍 교수는 흙의 속성을 이용한 압인, 선각 등의 수작업을 통해 표출된 거친 질감을 의도적으로 강조해 회화적 표현에 의한 작의의 흔적으로 자유롭게 전개했다고 했고 또한 건축물 이미지에 대한 표현이 거칠고 확대된 감은 얼핏 남성적이면서 여성의 섬세함과 정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호평했다.경험과 사유 만큼 깊어진 세계
주변의 이같은 격려에 힘입어 38세의 나이에 영국 웨일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사람이 이룩한 도시가 다시 사람의 삶을 질정하는 현실에 더욱 천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모델하우스 갤러리 초대전으로 열린 4회 개인전에선 직사각형 틀 안에 황량한 느낌의 도시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화제를 낳았다. 볼 클레이(Ball Clay)와 차이나 클레이를 섞어 성형된 작품 표면에 스프레이한 표현은 소성 후 나타나는 갈라짐 효과로 황량한 도시 이미지를 극대화 한다.(2000년 4회 개인전에 대한 평론글 중에서)2000년대 초반 그는 유럽 유학시절 경험하고 깨달은 도시 이미지에서 우리나라 도시 이미지를 융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국전쟁 자료와 이미지를 수집해 오랜 문화가 축적된 유럽의 아름다운 고성에 상반되는 한국전쟁 폐허에서 산업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전통문화가 단절되면서 나타난 우리나라 도시를 작품으로 빚어낸 시기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도시를 담기도 했던 그 무렵에 대해 통인화랑 장재현 수석큐레이터는 인공적 환경을 파괴해 버린 인간의 삶은 어찌 보면 SF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인류 파멸 이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고 인간이 도리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결정체라고 할 도시를 전쟁 등으로 파괴해버리고 남은 잔흔과도 같은 모습에서 영혼이 부재한 삶을 도시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최고의 기량 물올라 만드는 십자가
지금도 김인선 작가는 도시야 말로 내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도시 안의 상처입고 방황하는 수많은 영혼들왔 치유와 회복. 평안과 진정한 쉼을 줄 수 있는 그런 십자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흙과 십자가의 만남을 통해 얻어낸 다양한 형태는 비례와 각도. 소성의 회수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며 뜻밖의 신비함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한다.그런 이끌림이 효과적 작업에 더욱 정진하게 되고 통증의 꽃을 무수히 피우는 대가를 치르기도 하지만. 오히려 도예가의 랐 노동이야 말로 정직과 감사의 가장 좋은 표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무엇보다 작업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에 마음을 쓰지 않고 늘 느림의 미학을 추구할 수 있어행복하기에 앞으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끊임 없이 처음 배우던 자세로 돌아갈 수 있길 원한다고 말했다.2010년 밀알미술관에서 The ross in the city 개인전에서 선보인 이후 김 작가 작품세계의 표상으로 떠오른 십자가지만 그는 사람의 삶을 끈질기게 응시한다. 그는 십자가를 걸어놓는 삶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 십자가의 길을 걷는 삶을 체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다양한 재료의 선택에 의한 혼잫벅인 도예형태가 범람하는 요즘 간단하게 놓여지는 미니멀리즘의 형태가 아닌 설치로서 새로운 공간 창출에 기여하려는 작가의식이 돋보인다는 평가.크고 작은 십가 한 개 한 개가 모여 개별 단위 십자가 도자기 십자가 이미지로 총체화되는 새로운 공간으로서 Wall을 이룬다. 죽음과 사멸이 아니라 부활로 이어지는 영광과 은혜와 사랑의 십자가 온유의 십자가를 통해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하려는 작품세계는 갈수록 깊고 넓으며 창대해 지고 있다. 30년 넘게 흙을 만지면서 최고의 기량에 올라 있을 때 십자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그는 개인적으로 중앙대학교. 서울교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과 호흡했던 과정에도 애착을 표한다. 교감과 소통 그 과정에서 배움과 나눔은 그의 미적감각과 사유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또 한 축의 큰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고통 질고 고난이 형극의 아픔 대신에 세상이 줄 수 없는 영광의 길을 가리키는 십자가를 향한 그의 창작은 오늘도 새롭게 깊이 있게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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