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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기업 신용전망 세미나 중장기적으로 나빠질 가능성 충분
국내 은행·기업 신용전망 세미나 중장기적으로 나빠질 가능성 충분
  • 월간리치
  • 승인 2015.10.12 11:05
  • 호수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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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 초청을 받은 국제적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마련한 '저성장·고변동 환경하에서 국내 신용시장'트렌드 세미나에서 은행과 기업 모두 중장기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어떤 연유에서 걱정하고 있는지 리치에서 핵심내용을 정리한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은 들쭉날쭉 일정하지 않은 가운데 저성장 경제가 계속될 예정이어서 더욱 떨어질 것이 우려스럽고 대기업들조차 영업이익률과 제품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앞날이 밝지 만은 않다는 진단이 뼈 아프다.
10일 S&P 세미나 발표자들이 전한 국제 신용평가기관 시각으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묵직한 문제제기가 부각됐다.
비록 S&P는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당장에 깎아야 할 만큼 중대한 사유는 없다고 했지만 이대로 갔다가는 신용도가 떨어지는 쪽으로 작동할 요인들이 분명히 있다며 경고한 대목들이 있었다.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기업들의 재무 신용등급은 BBB 언저리에서 B로 급전직하했다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차입금에 의존하는 게 상위 150대 기업의 요즘 실정이라는 분석은 뼈 아프다.
기업들의 아픈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했다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이 온전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까.


수익성 취약 은행들 위험흡수력 ↓

S&P 첫 발제를 맡은 라이언 창 전무(한국·중국 금융기관 신용평가본부장)는 국내 은행들의 경우 추가적인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있는 등 중장기적으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긍정적인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국내 은행산업 약점 요인에 대한 지적은 신랄했다.
국내은행 강점으로는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이 낮고 고객예금 규모와 안정적 조달 면에서 안정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민간부문 부채, 즉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인 것은 한국 경제 신용위험을 높이는 리스크임이 분명하다고 꼽았다.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성 변동폭이 높은 것도 은행산업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순이자마진(NIM)에 하방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 눈길을 끈다.
낮아진 수익성은 부실채권 발생 등에 대한 신용비용 흡수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라이언 창 전무는 “상반기 한국 은행들의 자산이익률이 안정적이었던 것은 유가증권 매각 등에 따른 일시적인 수익 덕분”이라며 “일시적 이익이 지속되기는 어렵고 향후 은행 수익성에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가계부채 수준 상승은 큰 위험 요소라는 시각을 유지하면서 규제지침에 따라 고정금리부 분할상환 대출이 늘고 있고 주택담보인정비율이 아직 50%대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은행권 위기 예방을 위한 규제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약점을 띠고 있다는 평가는 철회하지 않았다.
세계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외환리스크 관리 역량 문제도 짚었다.
그는 한국 은행들이 외화자금조달을 늘리고 단기부채비율을 낮춘 동시에 유동성 높은 외화자산을 늘린 덕에 글로벌 변동성 대처능력이 개선되긴 했지만 환(換) 리스크를 더 강하게 통제할 필요성은 남아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그는 “세계와 중국 경기 둔화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기업 상환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은행산업 진로에 대해 보수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면초가’빠졌다는 기업들 신용도

S&P쪽 분석가들이 비록 “당장에 신용도를 떨어뜨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국내기업들의 신용도 또한 중장기적으로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를 압박하는 네 가지 요인으로 S&P는 △내수 침체 및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저성장 △글로벌 경쟁심화에 따른 제품 매력도 저하 △운영효율 개선 정체 및 환율 변동성 심화에 따른 저수익성 △롯데 사태 등에서 나타난 지배구조의 낮은 투명성 등을 꼽았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는 2009년 말 BBB+에 가깝던 것이 지난해 말 이후 BBB-쪽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영업현금 흐름은 악화되면서 신용도 하락은 이미 진행중이며 중장기적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최상위 대기업들만 순현금 보유가 늘어나고 있을 뿐 150대 상위 기업들마저 최근 5년 동안 순차입금이 40%나 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150대 기업 재무지표는 겨우 ‘B'등급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재무 성적표는 2010년 BBB등급 하단 수준을 버텼던 것이 5년 만에 곤두박질 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족한 유동성을 차입금, 즉 빚을 끌어와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임을 직시했다.


저금리 아니라면 기업부실 더 십각

S&P가 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단기자산 그리고 영업현금흐름을 가지고, 차입금과 미래이익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합한 값으로 나눈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차 3사는 2010년 1.6배에서 2013년과 지난해 3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좋아졌다.
반면에 나머지 150대 기업들은 0.8배 수준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자보상배율이 일시적 안정세를 찾은 것도 우리 통화당국이 사상최대 수준의 저금리로 끌어내린 덕분이지 기업경쟁력이 멀쩡해서 이룩한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최근 금리 하락이 아니었다면 악화추세가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다 재무지표가 좋다는 한국 대표 3개기업 매출이 떨어지는 등 전형적인 저성장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증가로 내수시장부진이 지속’된 점과 함께 ‘국제 경쟁이 심화되고 원화강세가 이어지는 바람에 기업수익성 하방 압력이 상존’하는 것도 우화거리로 꼽혔다.
일본기업보다 수익성이 낮아진 지는 벌써 3년째 접어들었고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 매력도마저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신랄하게 제기했다.


국가신용등급 큰폭 상승 ‘언감생심’

이런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림 없어보인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에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북한 이슈는 여전히 한국 국가신용등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킴 엥 탄 S&P 아태지역 정부 신용평가 팀장은 “한국 국가 신용등급은 북한의 안보 위험뿐 아니라 빠른 고령화 속도로 인해 AA+나 AAA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AA 등급까지 상승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이 감지덕지 여겨질 정도다.
그는 다른 나라에도 작용하는 요인이지만 유난히 급속한 우리 나라 고령화 요인이 국가신용등급 상승에 구조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인 고령화로 한국 수출품 수요가 줄어들 뿐 아니라 국내 고령화 역시 노동가능인구의 감소를 불러와 경제 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경우 노동인구 고령화가 매우 이른 시기에 최고점에 다다를 것이고 이렇게 되면 지금 보이고 있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또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S&P는 지난해 9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A+를 유지하면서 전망을 ‘긍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긍정적’ 전망 수정 후 6∼24개월 사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시사했던 S&P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현상유지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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