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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확대 ‘군불’ 보험 성장?소비자편익“규제개선” 촉구
방카슈랑스 확대 ‘군불’ 보험 성장?소비자편익“규제개선” 촉구
  • 월간리치
  • 승인 2016.07.11 08:54
  • 호수 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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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반대에 밀려 방카슈랑스 확대가 장기 보류된 상태를 방치하던 은행권이 신발 끈을 고쳐 맸다. 보험산업 성장에도 좋고 소비자 편익도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방카슈랑스를 옭죄는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고 군불을 떼기 시작했다. 6월 23일 세미나에서 제기된 내용을 리치에서 담아본다.

금융 겸업화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금융산업도 발전시키겠다며 지난 2003년 도입된 지 13년째를 맞는 ‘방카슈랑스’가 제한적 역할에 머무르고 있으니 이젠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뤘다.
은행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지금보다 크게 확대되면 소비자 편익도 커지고 보험업계 성장에도 좋다는 견해에 공감하는 전문가들이 잇달아 단상에 올랐다.
은행연합회가 23일 마련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었던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평가 및 과제 관련 세미나’에서 이뤄진 일이다. 은행권이 이 세미나를 계기로 여론화에 나서면 설계사보호, 은행원들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앞세워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을 결사 반대했던 보험업계와의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서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이날 세미나는 당초 금융당국이 2008년 4월부터 방카슈랑스 판매상품을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으로 확대하는 방카슈랑스 4단계를 시행하려다가 보험설계사의 반발로 철회했던 것을 되돌리는 등 규제 대폭 완화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하 회장 “대승적 관점에서 풀어야”

개회사에 나선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소비자의 편의성과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2003년 도입 이후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보험 판매비용은 줄고 판매채널에 대한 소비자 보험 가입 기회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하 회장은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은 여전히 방카슈랑스로 판매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5%룰은 차별화된 보험상품으로 경쟁하는 중소형 보험사의 발전을 제약한다”고 언급했다. 25%룰은 은행이 모집할 수 있는 1개 보험사 상품의 모집액이 매 사업연도에 신규로 모집하는 보험사 상품의 모집 총액 중 25%를 넘길 수 없다는 규정이다.
아울러 그는 “점포별 방카슈랑스 판매인원을 2명으로 제한하고 판매인원이 대출 등 업무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는 고객의 대기시간을 늘리고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곤란하게 한다”는 점도 들춰냈다. 
결론적으로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하고 금융 산업이 발전하려면 방카슈랑스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완전 판매 문제 걱정 말라”

발표에 나선 금융연구원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가 지금까지 순조롭게 판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험업계가 문제 삼았던 불완전 판매율도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은행 채널이 다른 판매 채널과 비교했을 때 불완전 판매율이 가장 적어 전문성 부족 부분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어 “현재도 생명보험 판매 소비자 만족도는 은행 방카슈랑스가 다른 채널보다 높다”고 밝혔다.
나아가 “규제 개선이 이뤄지면 대기시간 단축 등 서비스 질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는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방카슈랑스 이용고객 60%는 ‘25%룰’이 보험상품의 선택권과 보험가입의 편의성을 제한한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방카슈랑스 이용자가 47%, 판매자는 64.8%에 이르렀다.
이 조사는 지난달 19일부터 6월 1일까지 보험가입자와 판매자 5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방카슈랑스 이후 설계사 늘었다

국민은행에서 방카슈랑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희문 WM사업부 팀장은 실무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방카슈랑스 판매원이 점포당 두 명으로 제한돼 고객들의 대기시간이 길다. 규제가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방카슈랑스 고객의 평균대기 시간은 15.6분으로 이는 대기시간 만족도 조사에서 51점을 얻었다. 반면 방카슈랑스 창구를 제외한 은행창구 대기시간 평균 만족도는 71~80점 수준이다.
정 팀장은 취급 업무 또한 제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카슈랑스 규제로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일부 상품은 판매할 수 없어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의 선택권과 편익을 제한하고 있다. 보험시장 성장을 제한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03년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이후 그간 약 10만명 이상의 보험설계사가 증가한 사실을 볼 때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보험설계사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은 지나친 우려였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방카슈랑스 도입 후 설계사 수는 2004년 26만 2000명에서 지난해 39만 6000명으로 늘었다.


“현행 규제 위헌성 포함돼”

여기다 이날 세미나에선 방카슈랑스 규제가 위헌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동원 교수는 현재의 규제가 헌법상 원칙에 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직업의 자유 내지 경쟁 및 기업의 자유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 교수는 “현재 1개 보험사 상품의 모집액이 당해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신규로 모집하는 상품 총액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다. 이는 판매업자의 직업의 자유는 물론 경쟁 및 기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 역시 25% 룰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원하는 보험 상품이 있더라도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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