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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투르 와인 로맨틱 클래식 선율 느낌
샤토 라투르 와인 로맨틱 클래식 선율 느낌
  • 월간리치
  • 승인 2017.02.10 19:05
  • 호수 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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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보르도 최고의 명품으로 꼽힐 만 했다.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삼성 이건희 회장이 극히 아낀 와인이어서 ‘이건희 와인’으로도 통하는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와인. 짙은 루비색 빛깔을 접하는 순간 프랑스 와인의 상징 보르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진귀한 기품이 절로 배어난다.

마니아라면 죽기 전 들러야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프랑스 보르도 와인투어는 내리쬐는 태양만큼이나 짜증스러웠다. 오늘은 아침 일찍 먹고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분 좋게 보르도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샤토 라투르’를 향하였다.
와인 마니아라면 프랑스 보르도의 ‘프르미에 크뤼 클라세(Premers Crus Classe)’로 알려진 5대 와인 중에 하나인 샤토 라투르는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하고, 마셔보고 싶은 와인’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의 수많은 와인들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프랑스 보르도 포이약(Pauillac) 지역의 남성적인 ‘샤토 라투르’ 와인이 ‘이건희 와인’으로 명명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환영 만찬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샤토 라투르 1993’ 와인을 제공하여 ‘평화의 와인’으로 명명된 역사적인 와인이 왜 되었는지도 더욱 궁금하였다.


신비한 숲 향기·생명력 넘치는

일본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는 러시아 음악의 거장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Rachmaninov, Symphony No.2 in E minor, Op.27)에서 느낄 수 있는 신비한 깊은 숲의 향기와 강한 생명력이 넘치는 와인으로는 ‘샤토 라투르’밖에 없다고 언급한 이유도 알고 싶었다. 
 ‘샤토 라투르’ 입구부터 걷고 싶어 자동차에서 내렸다.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 사이로 와인 라벨에 새겨진 1620년에 세워진 원형 탑 위에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한 마리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 상상되고 오른쪽 옆에는 와이너리, 왼쪽에는 저택이 눈앞에 들어 왔다.
한여름 아침에 내리쬐는 햇볕, 무더위 속에서 10분을 걸어가도 덥지 않았다. 웅대한 원형 탑이 눈앞에 나타나고, 라벨 속의 사자 한 마리가 포효하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마치 와인의 제왕다운 이미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샤토 라투르’라벨에 사용한 성안에 있던 탑은 보르도가 항구 도시라 자주 해적이 나타나므로 방어 차원에서 성곽을 쌓았고 망루로 사용했던 탑(생랑베르의 탑)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졌다.
 ‘라투르’는 '탑'이라는 뜻이며, 실제 14세기에 건설돼 '샤토(당시 의미는 '성') 라투르'라 불렸던 요새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더 붙였다. 1600년대에는 이 지역은 대부분 황무지 땅으로 밀과 호밀을 경작하였으나 탑이 속한 영지에 만들어진 포도원은 17세기 들어 '보르도 와인의 신'이라 불린 니콜라 드 세귀 후작의 소유가 되면서 변화를 가져왔다.


초현대식 양조시설로 탈바꿈

그리고 무려 270년 동안 라투르의 주인이었던 세귀 가문은 1963년 영국 자본에 샤토를 매각하면서 프랑스의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개탄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3년 라투르는 다시 프랑스의 프랭탕 백화점의 오너이면서 와인 마니아로 유명한 프랑수아 피노가 인수하면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중국인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샤토의 내부는 초현대적 건물로 미술 전시관에 온 느낌을 주었다. 입구의 스테인리스 발효 통이 보이고, 지하에는 대규모의 와인저장고의 오크통이 중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1999년부터 5년에 걸쳐 양조시설을 포함한 샤토 전체를 현대식으로 개조했다”며 “66개의 양조 탱크도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나를 2층에 있는 별도의 와인 시음장으로 안내하면서 3종류의 와인을 선보였고 그중에 ‘샤토 라투르’는 2004년도 빈티지를 선보였다.
세컨드 와인으로 연간 2만병 정도 생산하는 ‘레 포르 드 라투르 2008’가 나왔는데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하였고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세컨드 와인으로 부상하는 이유가 있었다.


2004 빈티지 시음 큰 영광

평소 워낙 비싸서 손쉽게 마시기 어려운 와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샤토 라투르 2004’는 2016년에 마시는 것이 최적기라고 하여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샤토 라투르’는 보르도 포이약 지역의 지롱드강 옆에 있어 떼루아 측면에서 천혜의 선택을 받았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를 블렌딩한 것으로 이 와인은 짙은 루비 색상에 아로마는 천천히 피어올랐다. 진한 초콜릿, 후추, 호도, 블랙커런트, 가죽, 미네랄 등이 느껴지며, 와인 맛은 남성적이면서 화려하고 중후하면서 로맨틱한 선율과 같은 느낌으로 입맛을 자극하였다. 특히 타닌이 부드럽게 목을 휘감기며 넘어가고 여운이 길어서 와인의 뒷맛이 황홀함을 느끼게 해 준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양고기 스테이크가 어울리며, 한식으로는 양념 갈비도 제격이다.
와인을 시음한 후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같은 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때 공식주로 나온 평화의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를 지켜준 원형탑, ‘신의 물방울’에서 러시아 음악의 거장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떠올렸던 의미 또한 재음미했다. 샤토 라투르를 마시려면 20-30년을 기다리는 미덕을 갖춰야 할 것이라는 의미에 깊이 길이 동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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