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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따뜻한 속’ 이고픈 ‘황태의 꿈’
그대의 ‘따뜻한 속’ 이고픈 ‘황태의 꿈’
  • 월간리치
  • 승인 2009.03.14 20:48
  • 호수 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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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날씨, 둘째도 날씨, 셋째도 날씨다. 무섭게 몰아치는 칼바람과 얼음장처럼 차갑고 혹독한 눈보라가 치는 겨울날이 아니면 도대체 ‘이 놈’ 을 만날 수가 없다. 그것도 모자라 눈 덮인 설악산 진부령 고개를 올라야만 볼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나라님보다 귀하신 분이다. 허나 그 운명은 얼마나 기구한지 넉 달 동안 나뭇가지에 발가벗겨진 채로 수많은 눈발을 맞으며 매달려 봄까지 탈 없이 잘 버텨야 사람들로부터 간택(?)을 받게 된다. 황태를 두고 ‘하늘이 내린 맛’이라 하더니 역시 그 말이 맞다싶다. 엄동설한 동장군의 칼바람은 그의 비린내를 없애주고 살 겹겹이 머금은 눈은 그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사나흘 만에 찾아오는 강추위 또한 황태를 더욱 맛깔스럽게 만든단다.

 

 

              

퇴근길, 동동주 한 사발에 얼큰히 취해 새벽 잠 못 이루고 내내 뒤척이시던 내 아버지에게,    쓰라린 가슴을 움켜잡을 시간도 없이 아침 일찍 손 비비며 일 나가실 우리네 아버지들에게 기꺼이 ‘따뜻한 속’ 이 되어주었던 황태. 뽀이얀 국물의 황태국 한사발이라면 그까짓 숙취쯤, 추위쯤이야 툭 하고 날아간다.

“우린 한 형제라오”

한 겨울 덕장의 칼바람 속에서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황금빛으로 익는다 하여 이름 붙여진 황태는 생태, 동태, 북어와 함께 명태와 한 배를 타고 났다. 얼리지 않아 생태, 겨울철에 잡아 그대로 얼린 동태, 말린 북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란 이름을 붙였다.

명태에 질세라 황태 또한 재미있는 이름이 많다.

삼팔선 너머 이북에서는 ‘노랑태’ , 귀하다 하여 ‘금태’ , 살이 보슬보슬하게 일어난 모습이 꼭 더덕 같다고 하여 ‘더덕북어’, 날씨가 너무 추워 색깔이 하얗게 되었다 하여 백태, 반대로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색깔이 검어진 것을 찐태 또는 먹태….
건조과정에서 이렇게 다양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그 맛만큼이나 재미나다.

황태의 유래를 한번 살펴보면 정확한 연도는 기록되지는 않고 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함경도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6.25 이후 함경도 피난민들이 휴전선 부근인 속초 등지에서 실향민들과 함께 터전을 닦게 됐다.

이때부터 함경도 지방과 날씨가 흡사한 곳을 찾다 황태건조에 필요한 적당한 추위와 눈, 그리고 바람이 부는 진부령 일대와 대관령 일대에 정착하면서부터 황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진부령에서 황태를 건조하기 시작한 것은 약 40년 전부터 그러니까 대관령의 덕장보다 10년 빨리 시작됐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는 명실공이 우리나라 최대의 황태생산지로 유명하다. 황태의 80%는 하늘이 만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황태는 날씨에 많이 좌우되는데 용대리는 연중 겨울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인데다 눈까지 많이 내려 황태가 알맞게 익기에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가진 셈이다.
두껍게 쌓인 용대리 황태덕장에 걸린 명태는 겨우내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서서히 건조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맛좋은 황태가 되는데 마른 후에도 외형은 물에 불린 것처럼 통통하고 노랗거나 붉은 색이 나며 포슬포슬하여 향긋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그대는 하늘이 준 선물”

황태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육질은 물론이고 칼슘과 단백질, 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숙취, 간장해독, 노폐물 제거와 해독약으로 쓸 수 있는 최상의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는 수많은 숙취음료 따위하고는 감히 비교도 안 될 정도.
황태맛을 보자커든 용대리 어디를 가도 제 맛을 볼 수 있다. 황태구이에서부터 황태찜, 황태전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조리법으로 한껏 맛을 낸 황태는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고야 만다.

‘인제 갔다 언제 오냐’ 는 말은 구불구불 길이 험해 돌아오기 힘들다는 뜻이 아니라 아마도 황태 맛에 빠져 날 새는 줄 모른다는 그 뜻이 더 깊지 않을까. 여하튼 용대리 거리마다 저마다 원조라고 자부하는데 그중에서 30년째 용대리에서 가장 큰 덕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용바위 식당’ 을 찾았다.

“날씨가 너무 따뜻하니 동해 연안에서 명태가 거의 잡히지 않아요. 거의 원양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황태의 맛은 말리는 기술에 따라 달라져요. 용대리는 기후차가 크고 황태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4개월 정도 말리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황태 맛과는 비교가 안 되죠.”

주인 안영숙씨의 말이다. 용바위 식당의 대표메뉴는 황태구이와 황태국이 곁들여진 황태구이정식이다. 물에 불은 황태를 두들겨 껍질과 뼈를 골라낸 다음 다시한번 물에 헹군 후 양념을 골고루 발라 콩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우면 황태구이 완성이다.

모락모락 김 피어오르는 쌀밥 위에 구운 황태를 살짝 올려놓은 뒤 한입 물면 솜같이 부드럽게 씹히는 고소함에 그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설렁탕 마냥 뽀얀 황태국 한 사발 들이키면 시원하고 개운해 지친 속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마치 사우나에 온 것처럼 온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황태찜은 별미 중 별미’

아구찜처럼 매콤하게 즐기는 황태찜도 별미다. 겨울철 입맛이 없을 때 주로 찾게 되는 것이 매운 음식들인데 황태찜은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강식으로도 추천할 만큼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다. 황태찜으로 소문난 곳은 백담사 입구에 있는 할머니황태구이. 매콤한 양념과 아삭한 콩나물,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살아있는 황태를 두루 맛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남은 양념은 밥과 함께 비벼 먹어도 별미. 반찬들도 맛깔스럽다. 황태요리를 맛 본 다음 덕장으로 가보자. 눈을 두껍게 뒤집어쓴 황태덕장은 명태가 황태로 변해가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추워야 제 맛인 황태. 삼한사온이 무색해진 요즘 같은 한파가 황태를 만들기에 최적기다. 허나 올해는 국내산 명태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고 원양태마저 높은 환율 때문에 손조차 대지 못해 황태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한다.

국내 최대 생산지라 자부하는 용대리의 황태덕장 역시 그 바람을 피해갈 수 없는 듯 군데군데 빈 덕장이 눈에 띄었다. 이쯤 되면 황태의 가격이 오르리라는 건 당연지사.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가벼워진 서민들의 지갑사정을 황태가 알 리야 있겠냐만 아무쪼록 서민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황태’가 어서 빨리 우리 식탁에 맘 편히 올려지는 날만 손꼽아기다려본다.


===============  인제의 가볼만 한 곳 ===============

1. 백담사

백담사를 다녀간 사람들의 소원이 쌓여진 백담사 돌탑 내설악에 있는 대표적인 절, 백담사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만해 한용운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한국문학사의 대표적 시인이자 민족운동가로 알려진 만해 스님은 민족과 국민을 위해 백담사에서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산고의 고통을 겪으면서 집필했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는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참회를 하였다 전해진다.
백담사는 걸어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겨울을 제외하고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등산로 내내 눈꽃이 화려하게 백담계곡이 이어진다.
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에 자장율사가 세운 백담사는 10여 차례 소실됐다가 6. 25동란 이후 재건되어 현재에 이르는 등 역사적 곡절이 많은 절이다.
자장율사의 유물소동일좌와 인조 때 설정대사에게 하양한 칠층소형옥탑 등이 있으며 암자로는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이 있다.
또한 백담사 앞 계곡 한쪽으로는 무수한 돌탑이 있는데 백담사를 다녀간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것이다.

2. 만해문학박물관과 만해아이스파크

만해 한용운의 흔적은 인제 곳곳에 남아있다.
만해마을에 있는 만해문학박물관에는 연대와 주제별로 본 만해의 일대기가 당시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1층은 만해의 저서와 유품, 그의 일대기를 상성 전시하는 공간이다.
2층은 미술, 사진 등 기획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며 1, 2층을 연결하는 옥외 계단에 시벽을 만들어 작고시인 50명, 생존 시인 100명을 선정 작품을 동판에 새겨 전시했다.
만해마을에는 겨울이 되면 또 다른 명소가 급부상된다. 바로 눈과 얼음의 테마마을이라고 불리는 만해아이스파크가 그것. 얼음낚시에서부터 봅슬레이, 스노우빌 기차썰매, 눈썰매 등 겨울철 즐길 거리가 총집합해 있다.

3. 인제산촌민속박물관

잊혀져가는 산촌문화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인 국내 유일의 산촌민속 전문박물관 인제산촌박물관도 볼거리가 많다.
전시내용은 산촌사람들의 생업과 신앙, 음식, 놀이 등을 모형, 실물, 패널, 영상매체 등으로 2개실 36개 코너에 전시하고 있다.
야외전시장은 토막집, 대왕당, 디딜방앗간, 젯간(화장실), 이남박간 등 내부의 전시물은 산촌사람들의 생업과 신앙, 음식, 민속놀이 등을 주제로 총 300여 점의 실 물, 50여 점의 모형 등이 쉽고 재미있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제 2전시실의 뗏목만들기, 목기구제작, 목청채취, 지당모시기, 숯굽기 등의 전시내용은 인제지역의 특징을 잘 나타낸 전시 코너로서 한번쯤 눈여겨 볼 만하다.

 


여행 즐기기

▲ 용대리 황태마을 가는 방법
: 서울 - 홍천 - 인제 - 원통 - 민예단지 삼거리(한계령과 갈림길)에서 진부령과 미시령방향(좌회전) - 백담사입구 - 용대삼거리(진부령과 미시령갈림길)

▲ 황태맛집 정보
: 황태구이정식으로 유명한 용바위식당(033-462-4079)과 진부령식당(033-462-1877)등이 있고, 황태찜은 백담사 입구의 할머니황태구이(033-462-3990)이 맛있다.

▲ 숙박정보
: 용대리 근처에 우수숙박업소 굿스테이로 지정된 파인밸리(011-9975-8462)와 솔방울펜션(033-463-6114), 황토민박 권가락지9033-462-9630)등이 있다. 미시령터널을 넘으면 속초 시내가 나오는데 깨끗한 모텔과 펜션 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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