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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의 손자들, 당당한 경영인으로‥
호암의 손자들, 당당한 경영인으로‥
  • 월간리치
  • 승인 2010.02.27 12:51
  • 호수 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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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 범삼성가(家)가 한자리에 모였다.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세상에 태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호암은 국내 재계의 창업 1세대 대표 경영인이다. 호암이 걸어온 발자취 하나 하나가 국내 재계의 역사로 기록되어 있다. 삼성을 일구며 많은 업적을 남기고 간 호암. 이제 범삼성가의 주역은 그의 손자 3인방의 시대를 알리고 있다.

  삼성이 현재의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호암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도체 분야 역시 호암의 의사결정에 따라 시작됐을 정도다.

호암의 빠른 의사결정과 탁월한 추진력은 삼성그룹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범삼성가는 이 같은 호암의 유지를 이어받아 한국경제의 중심에서 움직이고 있다. 범삼성가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저마다 세계의 기업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제 범삼성가를 이끄는 경영인은 호암의 손자손녀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손자 3인방은 이제 국내 대표 경영인으로 역량을 발휘하며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CJ, 신세계 등의 경영일선을 움직이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경영스타일은 호암의 생전 철학과 많이 닮아 있다. 호암은 생전 '인재경영'을 중요하게 설파했고, 이 같은 철학은 이어받은 이들 손자 3인방도 인재경영을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호암은 방대한 정보수집을 통한 전략가로 유명했지만 용병술은 창업세대 오너 중 최고였다는 평가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도 사람이며, 그런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다"라고 강조했던 호암의 말은 아직도 범삼성가가 이끄는 기업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에게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자식들 역시 인재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믿질 못하면 쓰지 말고, 한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호암의 뜻에 따라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손자 3인방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 같은 선대의 뜻을 이어받아 오너십을 잘 발휘하고 있다.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표주자다. 아버지의 경영부재로 일찌감치 경영활동을 시작한 이재현 회장은 2002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CJ그룹을 오대양 육대주에 자리매김 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업종을 하던 CJ그룹이 이제는 글로벌 CJ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다. 처음 제일제당을 분가 받아 시작한 CJ그룹은 현재, 식품은 물론 유통과 바이오, 미디어부분까지 사업을 늘리며 해외까지 영토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오너십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구상하는 '창조적인 사고'다. 단어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역시 호암이 생전에 자주 강조하던 대목이다.

여기에 젊은 발상을 통한 큰 그림의 경영에도 그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와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경식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이 같은 발상을 늘 존중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현 회장은 현재, 미래형 사업구조로 CJ그룹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행 파괴와 창조적 사고를 그룹 내부에 강조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호암의 손자 중 가장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세계적인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CCO(최고고객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으니 험난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는 전 세계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해야하는 바쁜 일정은 기본이고,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의 크고 작은 일들까지도 모두 신경써야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재용 부사장은 아직 완전한 경영총수의 면모는 갖추지 못했다.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뜻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체험적 교훈으로 몸에 익힌 그는 호암의 생전 유지를 받들어 경영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무엇보다 최고운영책임자의 자리는 호암은 물론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자리다. 현장경영을 통해 두루 경영현안을 체험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건희 전 회장은 아버지인 호암으로부터 현장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늘 교육받았다. 이재용 부사장 역시 이런 맥락에서, 현장의 경영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재경영 역시 하나의 경쟁력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필요한 인재를 데려올 때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얘기다.

이재용 부사장과 동갑내기 사촌형제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미 오너경영인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호암의 막내딸이자 그룹 회장인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 아직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분이나 경영권 모두 정용진 부회장에게 무리없이 이양된 상태다.

신세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감성적인 오너경영이 결속력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젊은 감각으로 임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젊은 오너경영인으로 그룹 내부에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이명희 회장의 경영철학인 감성리더십이 바탕이다. 이 역시 호암에 그 뿌리가 있다.

"유통명가의 특성상 탁월한 감성이 없으면 위대한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게 감성리더십을 강조한 이명희 회장의 조언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현재 그룹 차원의 공식석상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신세계의 젊은 감각의 오너십을 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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