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공급으로 비싼 집값에 대한 수요자들의 거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주택시장의 버블논란 역시 거래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요자들이 매수타이밍을 늦추고 있다.
더딘 경기회복과 대출 규제, 보금자리 쇼크, 집값 버블논란 등의 4박자가 기존 아파트 거래 동맥경화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지난달 둘째 주 기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 -0.07%, 신도시 -0.14%, 경기 -0.07%, 인천 -0.03%를 기록했다. 4월로 접어들면서 하락폭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신도시는 금주 5개 지역 모두 하락하면서 지난주(-0.06%)보다 낙폭이 0.08%포인트나 확대됐다.
◆서울 재건축 하향세 올 들어 가장 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0.31%로 올 들어 가장 크게 떨어졌다. 송파구(-1.60%)가 2008년 12월(12/13, -3.02%)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내림세를 이끌었다. 이어 강동(-0.47%), 서초(-0.43%), 강서(-0.20%), 강남(-0.18%) 순으로 떨어졌다.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잠실주공5단지 안전진단, 둔촌주공 시공사 선정 등 굵직한 재료들이 남아있지만, 더딘 실물경기 회복 속도와 재건축 투자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재건축 시장은 대체로 호재에 둔감해진 모습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는 금주 5000만원 더 떨어져 11억~11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는 지난 1월 초 고점(12억2000만~12억7000만원) 대비 1억2000만원이 빠진 것이다.
◆일반 아파트 전반적 낙폭 확대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는 송파(-0.43%), 강동(-0.20%), 강북(-0.18%), 관악(-0.15%), 서초(-0.10%) 순으로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밖에 도봉, 구로, 성북, 노원, 마포, 강남구 등도 주간 0.06%~0.09%씩 하락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등포구(0.06%)는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주간 변동률은 0.1% 이내로 내림폭과 견줘 미미한 수준이다.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시작된 가격 하락이 강북 등 외곽지역과 일반아파트로 확산되면서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아파트 변동률도 지난주 -0.01%에서 금주 -0.04%로 낙폭이 확대됐다.
강북구는 미아동 SK북한산시티가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500만~10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지면서 142㎡는 4억2000만~5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노원구는 기존에 나왔던 매물들이 거래가 되지 않아 추가 하락 조정이 이어졌다. 하계동 청솔7단지 72㎡는 2억2000만~2억3000만원선으로 500만원 떨어졌다.
마포구는 상암 월드컵단지 아파트값이 내림세를 보였다. 월드컵파크5단지 109㎡는 1000만원 내린 6억9000만~7억7000만원선이다.
◆경기도도 대체적 하향세
경기도는 과천(-0.31%), 고양(-0.21%), 용인, 안양(-0.19%), 시흥(-0.14%), 의정부(-0.12%), 부천(-0.10%), 구리(-0.09%) 등이 떨어졌다.
과천은 ‘2020 과천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에 대한 조건부 승인으로 용적률을 최고 250%까지 높이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용적률 축소에 따른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재건축 단지들의 약세가 지속됐으며, 일반 아파트도 그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나타냈다.
원문동 주공2단지 52㎡는 1250만원 내린 7억2000만~7억7000만원, 래미안슈르 142㎡는 2000만원 하락한 12억6000만~13억6000만원선이다.
고양, 용인 등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의 집값 하락세도 확연하다. 고양시는 식사지구, 덕이지구와 함께 인근 파주 교하신도시 신규 입주물량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아파트값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탄현동 현대·한신6단지 105㎡는 2억5500만~2억9000원 선으로 1000만원 가량 하향 조정됐다.
이밖에 시흥, 부천, 구리 등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는 지역의 약세도 눈에 띄었다. 실수요자들이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로 전환되면서 기존 아파트 거래는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시흥시 은행동 삼성홈타운 105㎡는 1000만원 하락한 2억6000만~2억8000만원, 구리시 교문동 신명 115㎡는 2500만원 하락한 4억4000만~6억원선이다.
반면, 광주(0.13%)와 성남(0.09%)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광주시는 공급부족으로 쌍령동 일대 아파트값이 올랐다. 동성2차 115㎡는 2억4500만~2억7000만원 선으로 한 주전에 비해 1000만원이 올랐다.
◆신도시도 예외 없이 하락세
신도시는 모든 지역이 하락했다. 산본이 -0.29%로 하락폭이 가장 컸고 평촌(-0.22%), 중동(-0.09%), 일산(-0.08%), 분당(-0.06%) 등의 차례로 값이 내렸다.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매물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산본은 부곡휴먼시아 등 새아파트 입주 여파까지 겹치면서 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대형 아파트 매수세는 거의 없는 데다 최근에는 소형 아파트값도 1000만~2000만원씩 떨어지고 있다. 산본동 동백우성 125㎡는 1000만원 하락한 3억7000만~4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인천은 지난달 31일 발표된 3차 보금자리주택에 구월지구가 처음으로 포함된 가운데 서울 등 다른 수도권 지역과 마찬가지로 ‘매매 약세, 전세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주 계양구와 부평구가 각각 0.13%, 0.12% 떨어져 전체 하락을 이끌었다. 부평구 청천동 쌍용 69㎡는 500만원 떨어진 1억5700만~1억6500만원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