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지연옥 KBS 시청자본부장 뚝심의 승부사 “안 되면 되게 하라”
지연옥 KBS 시청자본부장 뚝심의 승부사 “안 되면 되게 하라”
  • 월간리치
  • 승인 2010.07.29 12:15
  • 호수 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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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여성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정책이 만들어진 이후 실행 방향이 묘하다. 여성정책의 효과적인 실천보다는 ‘단순히 이런 정책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시대가 변하고 정권이 변해도 이 같은 분위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현실감이 없는 정책들은 오히려 한국 사회의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게 만들었다. 이를 보기 좋게(?) 깨버린 사람이 있다. 지연옥 KBS 시청자본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방송사상 최초의 여성임원이 된 것. 이 외에도 KBS 여성박사 1호 등 최초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오피니언리더로서 우뚝선 지연옥 시청자본부장을 만났다.

Q. ‘한국방송사상 최초의 여성임원’이라는 역사적 획을 그었다. 임원의 자리에 올라가게 만든 비법이나 철학은 무엇이었는가.

A. 비법이라고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대신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나름의 몇 가지 방법은 있다. 그중 하나는 아주 오랫동안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것,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요즘 말하는 고객감동이 아닐까 싶다.
또 직원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선물을 챙긴다. 생일은 물론, 승진, 수상 등 기념할 만한 날에는 반드시 선물을 전한다. 처음엔 품목을 고민했지만, 언젠가부터 남자에겐 넥타이, 여직원에겐 스카프로 정했다. 다다익선인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부서에 근무한 직원치고 넥타이 안 받아 본 사람이 없다. 2년 같이 근무했으면 최소 2개, 3년 같이 근무했으면 3개가 되는 셈이다. 넥타이 받고 싶어서 제가 있는 부서에 지원하려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 (웃음)

Q. 여성임원이 된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은 어떠했는가.

A. 우선 기뻤다.  '유리천장(Glass Ceiling)'란 용어가 있다. 1970년대에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만들어낸,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장벽을 비유해서 쓴 말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리천장을 넘어 콘크리트 천장에 가까웠다. 아예 위가 올려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힐러리가 오바마와의 경선에서 탈락했을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비록 미국 최고의 유리천장을 뚫지는 못했지만 3만8000천개의 균열을 남겼다”고.  방송사 천장을 뚫었다는 건 분명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모든 여성들을 위해서 잘 해야만 된다는 생각이 컸다. 이를테면 ‘역시 여성을 시키니 안 되겠어’, ‘여성을 진작 시킬 걸’이란 평가가 미칠 영향력이 클 것으로 생각했다.

Q. 그동안 ‘최초’라는 기록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이 있는가.

A. 우선 생각나는 건 KBS 최초의 여성박사, KBS 초대 여성협회장이 있다. 학창시절에도 잡다한 최초가 많이 있다.(웃음)  ‘처음’이라는 타이틀은 대단한 자부심을 주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그만큼의 부담과 책임감이 따른다.

Q. 요즘 KBS수신료 인상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편인가.

A. 그렇다. 일본은 TV수신료가 연간 21만 원, 영국은 연 27만 원, 독일은 36만 원 정도다. KBS는 월 2500원으로 연 3만원에 불과하다. 1981년에 책정된 이후 30년 간 동결인 셈이다. 당시 국민소득이 200만 원 가량으로 지금 2000만 원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1000배 이상 올랐지만 수신료는 그대로였다. 같은 2500원이었던 신문대금도 지금 1만8000원이니까 600%, 1400원이었던 영화 한편 관람료도 지금 8000원으로 570%가 올랐다.
이렇게 되다보니 광고에 의존하게 되고, 공영방송의 역할에 문제가 생기게 됐다. 공영방송이란 원래 시청자가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시청자가 주인인 방송이다. 수신료가 인상되면 저희는 확실한 공적 책무 이행과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Q. 어느 조직이든 노사관계가 중요하다. KBS는 어떠한가.

A. 최근 복잡한 일이 많았다. 원래 4000여 명의 조합원을 가진 KBS노동조합이 있었는데, 이중 800여명이 탈퇴해 새 노조를 만든 것이다. 새 노조는 최근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사유를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불법파업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는 200여명에 불과해 아직 프로그램에는 지장이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영 죄송한 마음 갖고 있다. 최대한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Q. 후배 여성들을 위해서 한 말씀해주신다면 무엇인가. 

A. 남성보다 여성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감성적 대응, 서비스 정신, 정직함, 부드러움 등이다. 그런데 비해서 여성들에게 아주 약한 점도 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조직이나 업무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일, 위기를 관리하고 견디는 힘 등이 좀 부족한 듯 보인다. 또 남성들의 인간관계가 폭넓은데 비해 여성은 좁고 깊은 편으로 일처리를 할 때 옹색해 보일 때가 많다. 이런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일이나 포부를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런 것들을 잘 살펴보고 이겨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앞으로 꿈이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어떤 목표를 두고 꿈이다 희망이다 하는데, 실은 하나의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다 보면,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꿈의 제목을 달기보다는 꿈이 내게로 오도록 ‘준비된 자’의 자세로 살고 있습니다.  

 Q.본부장이 되고 나서 느낀 뿌듯함은 무엇인지...

A  지금은 시청자본부장이지만 과거 경영본부장일때 별명이 환경개선 본부장이라 할 정도로 환경 미화에 주력하였다. 35년된 KBS 본관건물이 속속들이 너무 낡아있는데 제가 과감히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좋은 환경에서 근무란 중요하다. KBS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기에 출입문이며, 현관이며,보행자도로  울타리 벽면 등 하나하나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앞으로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새롭게 거듭 날것을 약속한다.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더 큰일 하시길 같은 여성으로서 기원합니다. 
대담 본지 발행인 김은정


< 지연옥 KBS 경영본부장 프로필 >

▲성신여대 사회과학대학 경영학과 졸업(정치학박사) ▲KBS 연수원 차장 ▲ 'KBS 여성협회' 창립, 초대회장 역임 ▲방송문화연구원 차장 ▲ KBS 인적자원센터 연수원 부주간 ▲ KBS시청자센터장 ▲ KBS경영본부장(한국방송사상 최초의 여성 임원) ▲ KBS시청자본부장 ▲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 ▲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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