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장이라면 전원주택에 대한 생각을 한다. 은퇴 이후를 위한 안식처로 말이다. 젊은 시절을 보내고 싶지만 자녀 교육 등 문제로 도시에서 살기 위해선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도심 속에도 이런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한 필지에 두 집을 지어 사는 땅콩주택이 주인공. 고양시 대자동, 화성 동탄지구, 일산 성석동, 용인시 고림동 등에 하나둘씩 땅콩주택 타운하우스들이 생겼다.
땅콩주택을 최초로 설계한 사람은 이현욱 광장건축 소장. ‘땅콩집 3억으로 한 달 만에 짓는다’란 카페의 회원수는 초기 20명에서 2만명을 넘어섰다. 3개월 만의 일이다. 땅콩집의 원조인 듀플렉스 홈은 북미식 목조주택으로 주택의 소유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개념이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영국 등에는 이미 널리 보급된 주택 유형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토론토, 밴쿠버, 온타리오, 할리팩스 등 북미 지역 등 세계적 트렌드다. 샌프란시스코와 밴쿠버에서는 듀플렉스 홈이라는 용어 대신 2인 가구(two family dwelling)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디트로이트.시카고에서는 두 집 가구(two flat)으로 쓰고 있다.
최근엔 듀플렉스 홈외에도 보스톤이나 뉴욕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는 트리플, 쿼드러플 하우스 등 내부 계단으로 3~4개 집이 한 필지에 건축된 주택을 쓰는 거주 방식도 나오고 있다.
3억원이면 꿈의 집 OK
그렇다면 땅콩집을 소유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화성 동탄지구의 분양가는 3억6000만원, 고양시 대자동은 2억6000만원이다. 화성 동탄지구의 경우 땅콩밭 조성 지역 주변의 전용면적 109㎡ 아파트 분양가는 4억원에 달한다. 가구당 158㎡인 땅콩주택의 분양가는 3억6000만원이니 수요자는 고민에 빠진다. 아파트에 발코니가 딸렸다면 땅콩주택은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3층 다락방이 서비스 개념으로 제공된다.
땅콩집에서 눈여겨 봐야 할 곳은 다락방이다. 주방과 거실이 마련된 1층, 아이와 부부의 방이 마련된 2층 내부도 깔끔하지만, 다락방은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곳이다.
땅콩집의 시공사는 10여 군데. 대림E&C가 첫 시공을 맡은 이후 중소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20여 군데의 시공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땅콩밭은 경기 남양주, 일산, 용인 흥덕, 인천 지역을 비롯해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땅콩밭 조성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풍부하다는 증거다. 특히 지방은 땅값이 서울·수도권보다 훨씬 저렴한 지역이 많아 땅콩주택을 짓기에 더 경제적이다. 경우에 따라 1억5000만원이면 땅콩주택을 건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땅콩집을 최초 만들어낸 이현욱 건축가는 ‘완두콩집’ 또한 현재 흥덕, 판교 지구도 고려하고 있다. 점포주택 형태를 띤 것으로 1층은 상가용 주택으로 콘크리트 시공을, 2층은 주거용이라 목조 주택으로 구성된다. 콘크리트와 목조를 섞은 하이브리드 목조로 단열을 강화하는 것이 완두콩 집의 주된 목표다. 수익성 임대사업을 하려는 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옥수수집은 고안단계로 단열목을 사용해 짓는 아파트다. 하나의 골조에 여러 가구가 붙어 사는 주택을 말한다.
개성만점 시대 주거공간의 변화
그동안 아파트가 최고의 주거공간으로 꼽혔다. 인구밀도 때문에 국민이 모두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이 같은 생각을 부추겼다. 인구밀도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아파트 외에도 존재한다. 집이 다양해지면 된다. 최근 땅콩집을 시작으로 변화의 움직임은 일고 있다. 땅콩집을 넘어 완두콩집, 옥수수집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