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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어디까지 가봤니?” ②
“미국 국립공원, 어디까지 가봤니?” ②
  • 월간리치
  • 승인 2011.07.08 16:25
  • 호수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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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저마다 한 두가지씩의 자랑거리가 있다.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 위대한 자연이 이뤄낸 천연의 조형물들, 높은 산과 사막, 바다 등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과 속 깊은 곳을 지나 뛰노는 야생동물을 보며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게 된다. 매년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미국국립공원을 찾는다. 다들 웅장한 자연경관과 드넓은 야생의 세계에 이끌려 먼 길을 온 것이다. 美 내무성 소속인 국립공원관리국에 의해 관장되는 총 58개의 국립공원, 그 두 번째로 그랜드캐년을 조명한다.

 미국 서부 하면 누구에게나 떠오르는 곳이 있다. ‘죽기 전에 꼭 보아야할 100곳’의 리스트 중에 늘 첫 번째로 자리매김하는 곳, 바로 그랜드캐년이다.
그랜드캐년은 아리조나 북서쪽에 위치해 동쪽 리스페리(Lees ferry)에서 시작해 서쪽 피어스 페리(Pierce ferry)까지 총길이 약 440Km, 남북 평균 폭 16Km으로 계곡 밑바닥까지 평균 깊이만 1600m에 다다르는 총면적 3040Km²의 거대한 규모의 국립공원이다. 비유하자면 거리상으로 서울에서 부산정도의 협곡이 계속해서 연이어져 있다는 거다. 지난 날 그랜드 캐년에서 살았던 인디언들은 죽음과 삶의 세계를 갈라놓기 위해 신이 그랜드캐년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그 협곡 사이로 가로 지어 거세게 흐르고 있는 콜로라도 강은 인디언에게 절대적 존재였다. 콜로라도강을 기준으로 나뉜 협곡은 인디언들에게 현세와 다음 생의 기준이었고, 성수였다. 이렇듯 인간의 힘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랜드 캐년의 협곡을 보고 있노라면, 외마디 탄성과 동시에 답답했던 모든 것이 그 순간 다 날라 가는 ‘세계 100 대 경관 중 단연 으뜸인 그랜드캐년’
그랜드캐년은 콜로라도 강 중심으로 남부 지역인 사우스 림(South Rim)과 북부지역인 노스 림(North Rim), 콜로라도 강을 포함한 이너 캐년(Inner Canyon) 즉, 안쪽부분 이렇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이 세 지역은 각각 고도와 강수량, 기온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특성과 생태계를 갖고 있다.
첫 번째, 사우스 림 지역은 그랜드캐년에서 일 년 연중 개방된 곳이다. 교통이 편리하여 방문객 대부분이 머물다가는 지역이다. 기차역과 셔틀버스 정거장,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서점 등 편의시설이 집중돼 있다.
서쪽 끝 허미트 레스트(Hermits Rest)로부터 동쪽 끝 데저트 뷰(Desert View)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길게 뻗어있는 사우스 림은 말 그대로 계곡 가장자리에 위치해 48km 포장된 트레일(Trail)을 따라 그랜드캐년의 다양한 모습을 약 20군데의 전망대를 통해 여러 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전체 방문객 90%가 이 곳 사우스 림에서 그랜드 캐년을 즐길 정도로 사우스 림은 그랜드캐년 관광의 중심지로 각광 받고 있다.
두 번째, 노스 림 지역은 사우스 림의 지형보다 해발 330m가 높다. 노스 림이 사우스 림보다 고도가 높은 이유는 그랜드캐년이 만들어진 콜로라도 고원의 경사면 때문이다. 즉, 그랜드캐년 고원이 남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 경사면의 길이가 20km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 고도의 차이는 기온과 생태계에서 뚜렷한 차이로 이어져 노스 림 강수량은 사우스 림보다 더 많아 겨울엔 폭설의 장광이 펼쳐진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은 5월에서 10월까지만 차량운행이 가능하다. 현재 그랜드캐년 방문객 중 약 10% 만이 노스 림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스 림은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훨씬 다양한 야생 생태계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있다.
세 번째, 이너 캐년(Inner Canyon)지역. 그랜드캐년 한 가운데로 흐르고 있는 콜로라도는 평균 너비 91m, 평균 깊이 11m에 이르는 거대한 강이요, 7개 주를 관통해서 흐르는 물줄기이자 미국 서남부의 젖줄이다. 북미에서 27번째로 큰 강이다. 이 콜로라도강 중심에서 절벽 안쪽을 이너 캐년 이라 부른다. 강물에 의해 조각되어진 양면의 캐년은 원시 그 자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너 캐년은 시원한 콜로라도 강이 있어도 한낮에 쪼인 햇볕을 그대로 내뿜어 내는 바위의 열기로 섭씨 40도가 넘는 사막기후다. 그래서 하이커(Hiker)들에게 강으로 내려가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랜드캐년의 풍광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고 그 속에는 마치 사람의 산 흔적이 있으리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이 실제로 살았던 곳이고 지금도 여전히 인디언 후손들이 아직도 일부 살고 있다. 지난날 그곳에 살았던 인디언들을 아나사지(Anasazi)라 불렀다. 아나사지(Anasazi)란 말은 ‘옛날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고고인류학자들에 의해 현재 뉴 멕시코 (New Mexico) 리오 그란데(Rio Grande)강 근처에 살고 있는 푸에블로(Pueblo)족의 조상이 아나사지라는 것이 오늘날 밝혀졌다. 특히 그곳에서 발견된 투사얀(Tusayan)유적지는 선조 푸에블로가 그랜드캐년에 남긴 최대 생활 유적지이다. 1100년대 건축된 유적지인 이곳에 약30여명의 아나사지가 살았던 주거지였다. 계획적으로 디자인된 8개의 방이 유(U)자형 집터에 지어진 형태가 잘 보존돼 내려오고 있다. 이들은 원래 땅에 구덩이를 파고 살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차 벽돌로 된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1200~1300년 사이 그랜드캐년 쪽으로 이주한 하바수파이(Havasupai)족이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다. ‘하바수 인디언 보호지역’은 그랜드캐년 남서부지역에서 농사와 관광사업으로 생계를 이어 간다. 교통수단이라곤 오로지 헬리콥터뿐이다. 하바수 캐년 70,000 Km²에 달하는 곳이 하바수파이족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바수파이란 청록색 물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바수 캐년은 그랜드 캐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비경 중 하나인데, 아열대에 속한 오아시스 지대이다. 물은 석회가루가 섞여 있고 청록색을 띄고 있다. 특히, 낙차가 30m이상인 하바수 폭포는 네 갈래로 시원하게 떨어져 보는 이로 하여 당장이라도 뛰어들고프게 만든다.
그랜드캐년 서쪽 지역은 후알라파이(Hualapai) 보호구역이다. 사우스 림 서쪽에 위치하여 웨스트 림(West Rim)이라 불리 우는 지역인데 넓이는 약 4만Km² 이다. 이 지역 대부분은 거의 모하비(Mojave) 사막지역이다. 특히, 2003년 문을 연 스카이워크(Skywalk)는 말발굽모양의 유리로 만들어져 그 위를 걸으면서 투명한 유리판을 통해 1,200m 절벽을 볼 수 있게 한다. 공사비로만 약 360억이 투입되었고, 후알라파이 부족은 땅과 인력을, 중국계 미국인 데이빗 진은 자본을 대고, 독일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것을 통해 후알라파이 부족에게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건설 당시 자연보호론자들의 반대가 매우 심했으나 후알라파이 족의 실업률이 50%가 넘었고, 세대 수입이 평균 1500달러 미만으로 미국 세대 수입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스카이워크 설치로 더 많은 관광객이 유치되었고 후알라파이족 다음 세대에 더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랜드캐년을 찾는 관광객들이 전 세계 각처에서 매년 수백 만 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 이곳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유유히 말없이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은 그 대답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끊임없이 협곡을 조각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변화이다. 자연에서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 거대한 그랜드캐년도 인간도 끊임없이 변한다. 그 작고 지속적인 변화가 언젠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이 그랜드캐년 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겸허한 마음을 갖도록 만드는 지상 최고의 자연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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