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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는 곳 ‘요세미티’
말이 필요없는 곳 ‘요세미티’
  • 월간리치
  • 승인 2011.08.10 12:43
  • 호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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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저마다 한 두가지씩의 자랑거리가 있다.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 위대한 자연이 이뤄낸 천연의 조형물들, 높은 산과 사막, 바다 등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과 속 깊은 곳을 지나 뛰노는 야생동물을 보며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게 된다. 매년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미국국립공원을 찾는다. 다들 웅장한 자연경관과 드넓은 야생의 세계에 이끌려 먼 길을 온 것이다. 이제 미 내무성(U.S. Department of the Interior)소속인 국립공원 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에 의해 관장되는 총 58개의 국립공원, 그 세 번째로 요세미티를 조명한다.

“요세미티(Yosemite, 1890년)는 내가 이제껏 가 보았던 수많은 놀라운 자연 성지들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멋진 곳이다" (미국 자연보호주의자, 요세미티 수호자 존 무어 John Muir)
천만 년에 걸쳐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로움이 가득한 요세미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들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펼쳐진 세쿼이어(Sequoia)의 원시림, 1200m 뚜께의 빙하가 쌓이고, 녹고, 이동하며 만들어 낸 돌산들과 계곡, 태고의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는 하이시에라(High Sierra)의 정적마저 마치 신화 속 세상과도 같은 곳이 바로 요세미티다 .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중심부에 마리포사(Mariposa)와 토룸 카운티(Tuolumne County)에 걸쳐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 약 300Km(자동차로 3시간30분), LA 남쪽 약 500Km(6시간) 지점 사이에 위치한 요세미티는 규모 74만7956 에이커(서울시 면적의 6배)의 넓은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년 간 약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입장이 허용된 곳은 오직 18㎢ 정도다. 전체 면적의 95%가 야생 상태 지역(Wilderness)으로 보존되고 있다.
요세미티는 인디언부족 미웍(Miwok)과 아와이니치(Ahwahneechee)부족이 공통적으로 썼던  부족의 또 다른 명칭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살인자들’ 이라는 섬뜩한 요세미티의 의미는 아마도 주변 다른 인디언들에게 명칭으로나마 강한 인상을 줌으로써 자신의 부족을 보호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요세미티 계곡의 주인은 4000년을 그곳에서 살아 온 이와이니치 부족이었다. 1800년대 중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유럽 사람들이 요세미티 계곡으로 몰려들면서 이와이니치 인디언들은 삶의 터전에서 쫒겨나기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말과 역마차가 아니면 요세미티 계곡은 일반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곳이었음에도 유럽인들이 달려들었다. 골드러시였다.
1851년 3월27일 인디언 토벌대 마리포사 기병대(Mariposa Battalion)와 인디언 사이에서 요세미티를 놓고 벌어진 피의 공방전이 바로 마리포사 인디언 전쟁(Mariposa Indian War)이다. 이 전쟁으로 인디언 부족은 수십 세대에 걸쳐 살아온 그들 삶의 터전을 잃는다.
1864년 에이브라함 링컨은 요세미티 계곡(Yosemitte Valley)과 거대한 세쿼이어 숲으로 이루어진 마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지역 일대를 캘리포니아 주립공원으로 지정한다. 이후 1890년 아고산대(Subalpine) 목초지가 목동들에 의해 황폐화 되어가는 것을 우려한 존 무어의 노력으로 요세미티는 루즈벨트에 의해 미국의 국립공원이 되었고, 1984년 세계자연유산 지역으로 등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이유       

한국에 금강산이 있다면, 미국에는 요세미티가 있다. 그래서 미국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요세미티- 그 곳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을까? 400여개의 호수와 크고 작은 연못, 2600 km의 산줄기, 1300 km의 하이킹 트레일, 560km의 도로, 머시드강(Merced River)과 토룸 강(Toulumne River)이 흐르고 있다
외길 41번 고속도로 끝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사우스 게이트(South Gate)가 나온다. 이 관문을 기준으로 왼편이 요세미티 계곡이다. 바로 오른 편은 수명 2000년 이상 된 자이언트 세쿼이어(Giant Sequoia)의 빽빽한 밀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마리포사 그로브 지역이다.
평균 수명이 2000~3000년 이상 되는 직경 3m, 높이 90m의 세쿼이어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어른 열 명 이상이 손을 맞잡고 에워싸도 다 두를 수 없을 정도의 둘레 29m의 거목도 있다. 지금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자연의 위대함과 웅장함 앞에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옹심한 마음이 순간 저절로 툭 풀어진다. 모든 욕심과 번뇌가 홀연히 사라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한 나무가 2000~3000년 동안 수십 번의 산불을 맞게 된다는데 마리포사 그로브의 나무들은 그 화마를 모두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껍질에 있다. 이 나무의 껍질은 두께만 약 15cm이며 수분을 품어내는 특수 기능이 있다고 한다. 즉 불길 속에서도 스스로 수분을 품어내며 화마를 견딘다는 것이다. 놀랍고 끈질긴 생명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잘 썩지 않는 타닌(Tannin) 성분까지 갖고 있어 스스로 방부제 역할도 한다고 한다. 수천 년을 이어온 요세미티의 생명력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다.     
나무의 두께가 얼마나 큰지 1875년 거목 가운데를 뚫고 차가 지나다닐 수 있게 된 와우나 트리(Wawona Tree). 그로부터 1969년 가지가 엄청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 질 때까지 관광 명소였다. 그와 비슷하게 조성된 캘리포니아 터널 트리(California Tunnel Tree)가 오늘 날 관광객들의 사진 속 배경이 되고 있다. 
사우스 게이트 왼편 길을 따라 조금 들어서면 와우나 호텔(Wawona Hotel)이 있다. 오랜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는 호텔이다. 역대 수많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머물다간 곳이다. 이런 심심 깊은 산골 호텔에 각국의 정상들은 왜 묶었을까? 미국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그들을 도심지 호텔이 아닌 이 숲속 깊은 곳을 숙박지로 준비했던 것일까? 미국 정치가들의 속내는 상대 국가 원수로 하여금 자연에 도취하게 만들고 마음을 비우게 한 다음 미국의 원하는 요구 사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요세미티는 자연의 경건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을 이용한 미국 정치가들의 전략은 참으로 정치 고수라 아니할 수 없다.
와우나 호텔을 지나 조금 더 산 정상으로 오르다보면 터널이 나온다. 와우나 터널(Wawona Tunnel)이다. 자연 훼손을 최대한 적게 하기 위해 오직 드릴(Drill)과 곡괭이만 사용하여 뚫었다고 한다. 이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요세미티 계곡이 한 눈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장소가 그 유명한 요세미티의 백미 인스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다. 사진작가 앤젤 아담스(Angel Adams)가 찍은 이곳 사진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이 포인트에서 내려다본 계곡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누구든지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한 장의 완벽한 그림엽서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미 전 지역 중 최고, 4~8월 추천

이 포인트에서 오른 편으로 내려다보면 약 200m 높이의 폭포가 한 눈에 보인다. 일명 면사포 폭포(Bridal Veil Falls)로 불리는 폭포다.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바람이 불면 안개처럼 흩어져서 마치 신부의 면사포처럼 흩날리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 폭포는 아와이니치 인디언 처녀와 마리포사 젊은 기병대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포인트 왼쪽 편에는 거대하고도 웅장한 화강암 한 덩어리가 천만년을 이어오듯 우뚝 솟아 있다. 높이 1092m의 엘 카피탄(El Capitan), 스페인 탐험가의 눈에 바위 덩어리의 모양이 마치 스페인 장교(Captain)의 모자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교모자바위 혹은 늠름한 위용을 뽐내기에 장군바위라고도 불린다. 수많은 세계 암벽 등반가들의 연습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늘 한 몸에 받고 있다.
요세미티 계곡 깊숙이 좀 더 들어서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거대한 폭포가 있다. 마치 물줄기가 하늘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듯 보이는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이다. 738m의 높이에서 3단의 장관을 보여주며 떨어지며 내는 꽈르르릉 소리는 결코 인간이 경험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강력하다. 천둥치듯 지축을 흔드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폭포 바로 밑까지 갈 수 있는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삼림욕 코스다. 세코이아 나무와 소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맑고 깨끗한 산내음은 여행의 피곤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상쾌하다. 겨울 내내 쌓였던 눈이 녹는 계절의 폭포 물줄기는 가장 수량이 풍부하다. 이 경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기는 4~8월 사이다. 9~11월은 폭포 물줄기가 옹색하다. 건조 한 기후 탓도 있지만 겨우내 쌓인 눈이 다 녹고 난 이후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겨울은 폭설로 인해 공원 입장이 거의 불가능하다.
계곡 뒤쪽으로는 새부리 모양의 하프 돔(Half Dome)이 있다. 빙하기 시대에 수억 톤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둥근 화강암 산이 쩍하고 갈라져 반 토막이 된 산이다. 그 아래 브이(V)자 모양 계곡은 퇴적토로 덮여져 유(U)자형으로 바뀌어 있다. 계곡 사이에는 자비라는 뜻의 머시드 강(Merced River)이 아와이니치 부족의 슬픔을 기억하듯 교교히 흐르고 있다. 계곡 안쪽은 수많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마치 녹색의 바다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은 동물들의 안식처가 된 목초지에 사슴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뛰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이 먹먹해 진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시원한 풍광이 미 전 지역에서 단연 으뜸이다. 화강암 절벽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들. 맑고 깨끗하게 흐르는 빙하의 계곡물, 거대한 세쿼이어 나무가 만들어 낸 녹색 바다의 숲이 어우러져 숨 쉬는 요세미티 계곡에 들어서면 눈, 귀, 가슴, 머리는 물론 오장육부까지 시원하다. 피곤한 나그네들의 삶을 풀어주고 재충전 해주는 원시 계곡 요세미티-천만 년의 숨결이 지금도 숨 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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