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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어디까지 가봤니?” -4 ‘ 브라이스 캐년’ 발길 닿는 곳마다 감탄사 절로~
“미국 국립공원, 어디까지 가봤니?” -4 ‘ 브라이스 캐년’ 발길 닿는 곳마다 감탄사 절로~
  • 월간리치
  • 승인 2011.09.14 10:16
  • 호수 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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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저마다 한 두가지씩의 자랑거리가 있다.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 위대한 자연이 이뤄낸 천연의 조형물들, 높은 산과 사막, 바다 등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과 속 깊은 곳을 지나 뛰노는 야생동물을 보며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게 된다. 매년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미국국립공원을 찾는다. 다들 웅장한 자연경관과 드넓은 야생의 세계에 이끌려 먼 길을 온 것이다. 이제 미 내무성(U.S. Department of the Interior)소속인 국립공원 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에 의해 관장되는 총 58개의 국립공원, 그 네 번째로 브라이스 캐년을 조명한다

수만개의 섬세한 뾰족한 첨탑이 반원형 야외음악당에 스스로 모여들었다고 해야 할까, 첨탑 사이사이로 바람이 노래하고 향나무와 소나무가 자연의 화음을 내는 독특한 풍광에 오감이 전율하는 곳, 기대 없이 갔다가 절묘한 아름다움에 그만 탄성이 저절로 터지는 곳, 붉은 돌기둥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동굴 속 종유석처럼 첨탑이 숲을 이룬 말발굽 형태의 계곡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 1928년), 세상에 이렇게 유니크(unique)한 계곡이 또 있을까?
네바다 라스베가스를 출발 15번 고속도로 북쪽 약 5시간 거리에 브라이스 캐년은 유타 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상도, 전라도 지역을 영호남이라고 부르듯이 미국인들은 유타 남부지역을 딕시(Dixie)라 부르고 있다.
본래는 미 남부지역을 딕시라 칭하는데 유타 남부 지역 또한 딕시라 부르고 있다. 브라이스 캐년은 딕시 지역 남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의 형태를 띠고 있다. 면적은 약 56.2스퀘어마일로 서울 여의도만한 크기로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유타 남쪽 폰소군트 고원(Paunsaugunt Plateau) 동쪽 해발 8000~9100피트(2774m)로 그 높이가 백두산 높이다. 공원입구에서부터 맨 꼭대기 전망대까지 대표적 관람 포인트 7~8개가 있다.

제일 높은 전망대부터 봐야

브라이스 캐년의 풍광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 제일 높은 전망대부터 관람해야 한다. 계곡입구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까지는 차로 이동할 수 있다. 30분쯤 소요된다. 트레일(Trail)코스와 캠핑 장소가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인보우 포인트(Rainbow Point 약 9115피트 약 2778m)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다채로운 색깔을 띤 석회암들을 볼 수 있다. 캐년 사이사이로 물고기 지느러미 형태를 띤 돌기둥과 창문처럼 뚫린 모양의 석회암, 그리고 후두(Hoodoo)가 눈앞에 펼쳐진다. 돌기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조금 아래 컬러풀한 지층을 볼 수 있는 폰데로사 포인트(Ponderosa Point 약 8,904피트)와 아구아 캐년(Agua Canyon 약 8800피트)이 있다. 아쿠아 캐년에서는 가장 크고 웅대한 후두를 볼 수 있다. 석회암석 한 가운데가 큰 창문처럼 뻥 뚫려 마치 파리의 개선문 모양처럼 생긴 내처럴 브릿지(Natural Bridge 약 8627피트)를 거쳐 가장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는 파뷰 포인트(Farview Point 약 8819피트)를 지나 브라이스 캐년 포인트 중에서 한 눈에 가장 많은 첨탑을 볼 수 있는 인스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 약 8100피트)에 도착한다.
곧이어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고 오래 머무르며 풍광을 즐기는 선셋 포인트(Sunset Point 약 8000피트 약 2438m)에 다다른다. 길이로 치면 꼭대기 레인보우 포인트에서부터 선셋포인트까지 약 300m의 하강코스다. 그 밑으로는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와 공원입구 출발지에서 가까운 페어리랜드 포인트(Fairyland Point)가 있다.

7500여개 별을 한눈에

브라이스 캐년의 명칭은 1875년 몰몬교도인 서부 개척자 에베니저 브라이스(Ebenezer Bryce)에서 유래됐다. 1874년 클리프톤(Clifton) 마을에 몇몇 서부개척자들이 모여 정착한다. 에베니저 브라이스는 1875년 이 마을에 이주했고 뉴클리프톤이라고 불리는 핸더슨 밸리(Henderson Valley-New Clifton)로 이사한다.
브라이스는 약 7마일(약 11.2km) 떨어진 강에서부터 마을 입구까지 관개수로 파는 것을 도왔다. 무엇보다 브라이스의 명성은 목재를 얻기 위해 분홍빛 절벽(브라이스 캐년 주변)까지 도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로 끝 지역은 바로 돌기둥이 야외음악당처럼 생긴 계곡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브라이스 캐년이라 불렀으며 1880년 브라이스가 아리조나로 이사한 뒤에도 그 지역을 브라이스 캐년이라 부르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과학자들에게 브라이스 캐년은 연구실이다. 딕시 지역의 건조한 기후와 다채로운 색깔의 지질과 그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Contrasts)의 조화가 바로 연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스 캐년은 뚜렷한 3개의 기후대가 존재하고 있다. 가문비나무 숲(spruce forest)과 폰데로사 소나무 숲(Ponderosa Pine forest), 피뇬 소나무 숲(Pinyon Pine forest)이 군락을 이뤄 서식하는 뚜렷한 기후대를 보여주고 있다. 100여종의 새들과 수십 종의 포유류와 천 종류 이상의 식물군들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고원 가장자리에 폰데로사 소나무와 침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신선한 청정한 환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맑은 날 약 200마일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시계가 좋은 지역이다.
미국 전역을 통틀어 맑은 날 밤하늘에서 2500여개의 별이 육안으로 관측된다고 하는데 브라이스 캐년은 그 보다 세배 정도 많은 약 7500여개의 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맑다.
여름철 낮 온도가 평균 26.7도, 밤 온도는 13도로 일교차가 심하며 봄가을의 날씨는 매우 다양하다. 연 중 3월에 가장 눈이 많이 내리며 10월~4월까지 눈이 내린다. 평균 적설량은 95인치(약 241cm)에 육박한다. 이때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타기를 즐길 수 있다.

수천년 문화

유타 남부의 메마른 날씨와 울퉁불퉁한 야생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누가 살 수 있겠는가’ 라고 의문을 품는다. 그렇지만 브라이스 캐년은 수천년에 걸친 문화가 존재했던 곳이다.
빙하가 끝나던 시대에 팔레오인디언(Paleoindians)들은 이곳에서 거대한 동물들을 사냥하며 살았고 그들은 고원의 숲과 목초지에서 사냥감을 잡아 생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파이우트(Paiutes)족들은 소나무 씨앗들을 채취하며 살았고 산토끼들을 잡아 생활했다고 알려져 있다. 19세기 몰몬교 개척자들은 강에서 계곡 안쪽까지 약10마일(16Km) 관개수로를 만들어 건조한 계곡에 농사지을 수 있는 터전을 조성한다.
그 이후 유니온 퍼시픽 레일로드(Union Pacific Railroad)와 민병대가 주둔하면서 길이 생겨 여행자들의 접근이 용이 해졌다. 현재 한해 백오십만명 정도가 이 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브라이스 캐년은 흐르는 물에 의해 만들어진 다른 캐년과는 다르게 형성된 지역이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생긴 지역이다. 연중 약 200여일 동안 영상과 영하의 날씨가 반복되면서 낮에는 녹은 물이 돌의 구조물 사이로 스며들었고, 밤이 되면 스며든 물이 얼어 약 9퍼센트 이상 확장되어 틈새가 벌어졌고, 그 결과로 바위들이 비틀어지고, 쪼개지고, 떨어져 나가는 자연의 풍화를 통해 조성된 첨탑이다.
거기에 약간의 산성 빗물로 인해 석회암반이 녹아졌고, 암석의 가장자리 또한 둥글게 마모되었다. 다채로운 석회암들이 혹독한 날씨 속에 얼고, 녹고, 빗물에 침식되면서 고원상태가 지느러미형태로, 다시 창문처럼 뚫리고 현재 후두(Hoodoo)라 불리는 뾰족탑의 형태가 됐다.
브라이스 캐년은 아이들의 놀이터라고도 불린다. 수만개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기묘한 돌기둥들이 마치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그 사이사이로 트레일 하다보면 그 길이 마치 아이들 놀이터처럼 연상되기 때문이다. 후두는 그 크기가 사람 키만 한 것부터 10층 건물 높이만 한 것까지 다양하다.
후두를 형성하고 있는 지층은 클라론 포메이션(Claron Formation)이라 불린다. 이곳 지층은 대부분 석회암이지만 약간의 진흙과 모래가 섞인 돌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미네랄 성분을 가지고 있는 바위들은 높낮이에 따라 각각의 다른 빛을 내뿜고 있다. 평균 매 100년마다 약 2~4피트(0.6-1.3m) 정도 침식되고 있다.

으뜸은 ‘트레인 하이킹’

관광객의 대부분은 캐년 각각의 포인트 가장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정도로 만족하지만 브라이스 캐년의 실제 백미 중 으뜸은 트레일 하이킹이다. 대표적인 트레일 코스로는 나바호 루프 트레일(Navajo Loop Trail)과 퀸스가든 트레일(Queen's Garden Trail)로 두 코스를 합해 약 2.9마일(4.5Km)쯤 되는 코스다. 두개의 코스 중 가볍고 쉬운 코스는 나바호 루프 트레일이다. 에스(S)자 코스를 내려오다 보면 어느 새 캐년 입구에 도달한다. 트레일 중 하늘을 향해 올려다보면 한줄기의 빛이 첨탑 사이로 눈부시다.
그 틈 사이 햇빛을 쫓아 소나무 한그루가 30~50m의 높이로 빛을 향해 뻗어 오르고 있다. 생명을 향한 소나무의 절실함과 끈덕진 삶이 시나브로 느껴진다. 그 촘촘하고 비좁은 협곡을 벗어나는 순간 협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돌과 나무가 어우러진 트레일 코스다, 전체 소요시간 약 40분 정도 되는 이 코스는 브라이스 캐년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코스다.
브라이스 캐년의 겨울철 후두는 눈이 덮여 있을 때 눈부시게 아름답다. 코발트빛의 푸르른 하늘과 뾰족한 첨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채로운 색깔의 조화는 세상 그 어떤 칼라챠트에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경이롭다. 예상치 못하고 갔다가 그 정교하고 섬세한 자연의 조각품의 첨탑에 매료되어 그만 마음은 물론 몸도 내려놓고 싶은 영혼의 안식처 브라이스 캐년- 붉은 황토빛 첨탑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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