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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한국특허정보원 특허정보진흥센터 소장 특허기술만으로는 한계, 전문성 겸비 절실
김태경 한국특허정보원 특허정보진흥센터 소장 특허기술만으로는 한계, 전문성 겸비 절실
  • 월간리치
  • 승인 2011.10.09 17:31
  • 호수 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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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계의 핫이슈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공방이다. 양측 간의 특허 소송은 네덜란드·호주·독일·프랑스·일본·미국·영국·이탈리아·한국·국제무역위원회(ITC) 등 전 세계 10여 개 국에서 말 그대로 글로벌하게 진행되며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계가 특히 이들 간 특허소송의 추이를 주목하는 것은 기업 간의 통상적인 특허소송을 넘어서 스마트혁명을 주도한 애플진영과 전통적인 IT 및 전자 대기업의 대명사인 삼성전자가 정면으로 맞붙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소송의 결과는 스마트기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IT시장의 패권다툼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승리할 경우 삼성전자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휴대폰 업체와 스마트기기 업체들은 애플로부터 직간접적인 특허협상 요구와 위협을 받게 될 것이고, 이는 관련 업체들의 향후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소송을 지켜보는 특허기술 전문가로서는 역설적으로,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국내기업의 특허관련 역량이 크게 강화됐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만약 10년 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90년대 받은 특허충격 ‘전화위복’

십 수 년 전만해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기업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론테크놀로지라는 미국의 조그마한 메모리반도체 회사가 제기한 특허소송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막대한 특허료를 지불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급성장세를 보이며 기업규모를 늘려가자 세계적인 원천특허 보유업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몰려와 국내기업들에게 특허협상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90년대 초반 전자산업을 위시한 당시 ‘잘 나가던’ 산업계가 특허부문에서는 매우 취약했다는 반증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시 국내 간판기업들이 입은 손해는 오히려 약이었다. 특허출원 및 관리와 특허공격 대응에 소홀했던 점을 크게 반성케 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특허 대응력 강화 정책을 펴게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오늘 삼성전자와 ‘스마트 열풍’의 주도자 애플간의 대등한 공방전을 보고 있다.
삼성뿐만 아니다. LG전자도 소니와의 ‘특허소송 상호취하’를 이끌어내는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특허 시비에서 잇달아 판정승을 거두고 있다.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은 그동안 방대한 양의 중요 특허들을 비축해 왔다. 필요할 때 적절히 창이나 방패로 활용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물론 아직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자체 특허 획득 및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설령 갖추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 규모나 질에 있어 글로벌 기업들과 견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특허는 기술만 이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기술전문성과 법률적인 절차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분야다. 인력과 투자력에 한계가 있는 중견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인 특허 관련 대응체계를 갖춘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때문에 상업적인 전문기업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 또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 상시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허전쟁, 中企 살아남으려면…

특허는 서방에서 그 제도가 시작된 탓에 이들 기업의 활용력이 평균적으로 우리를 훨씬 앞서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굴지의 기업들은 제조 비중을 줄여가는 대신 ‘기술 장사’에 힘을 쏟고 있고, 그 선봉에 특허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최근 특허 소송의 경우, 해당 기업보다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전문관리회사(NPE)가 나서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특허권자로부터 특허기술을 사들여, 연구나 생산적인 일에 활용하는 게 아니라, 특허관리가 허술한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거액의 로열티나 합의금 등을 받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규모와 치밀함으로 상대방이 웬만해서는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수백 명의 특허인력을 보유한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양적 질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투자여력도 달리는 게 사실이다. 또한 기업 간의 특허문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관련 정보에 어둡다보니 기존에 갖춰져 있는 특허 관련 인프라나 지원제도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분쟁관련 동향정보와 사전정보 등을 직접 또는 유관기관들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든 국제특허분쟁과 관련해서는 사안별·지역별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고, 향후에는 ‘국제특허분쟁대응센터’를 설치하고, ‘국제특허분쟁 조기경보체제’도 구축할 계획이다.
특허는 태생적으로 ‘싸움’을 전제로 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글로벌 대기업과 같은 특허능력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정보 취득·활용과 특허의 생활화를 통해 핵심특허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분쟁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 스스로 특허획득 노력과 관리를 생활화하고, 자체 전문 인력을 육성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늘려 강한 특허를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맹수가 먹이를 사냥할 때도 저항력이 약한 것들을 주로 노리게 돼 있다. 아무리 포식자가 많아도 생존능력이 강한 동물은 살아남기 마련이다. 비록 중소기업일지라도 강한 특허로 탄탄한 방어체계를 갖췄다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그 어떤 특허공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김태경 소장 프로필>
2009~2011. 7. 14 한국특허정보원 정보화사업본부장
2010 ~ 현재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 교수
2010 ~ 현재  (사)미래물류 기술포럼 이사
2009 ~ 2010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 자문위원
2008 ~ 현재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정책기획분과 전문위원
2008   지식경제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
1998 ~ 2009  동남발전연구원 원장
2005 ~ 2006  부산광역시 정책자문관
1995 ~ 2002  부산KBS, MBC-R '손에 잡히는 경제‘, ’경제를 알면 세상이 보인                          다‘, ’김태경의 경제이야기‘ 시사 경제 프로그램 진행
1994 ~ 1999  부산매일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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