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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어디까지 가봤니?” -5 천국의 계곡 ‘자이언 캐년’ 안 가면 손해
“미국 국립공원, 어디까지 가봤니?” -5 천국의 계곡 ‘자이언 캐년’ 안 가면 손해
  • 월간리치
  • 승인 2011.10.09 17:34
  • 호수 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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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저마다 한 두가지씩의 자랑거리가 있다.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 위대한 자연이 이뤄낸 천연의 조형물들, 높은 산과 사막, 바다 등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과 속 깊은 곳을 지나 뛰노는 야생동물을 보며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게 된다. 매년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미국국립공원을 찾는다. 다들 웅장한 자연경관과 드넓은 야생의 세계에 이끌려 먼 길을 온 것이다. 이제 미 내무성(U.S. Department of the Interior)소속인 국립공원 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에 의해 관장되는 총 58개의 국립공원, 그 다섯 번째로 자이언 캐년을 조명한다.

천국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천국의 문’이 있다. 울퉁불퉁한 돌산들이 병풍처럼 계곡을 에워싸고 있고 계곡과 계곡의 사암들이 크림빛 핑크빛 붉은빛을 띠며 시선 너머까지 끝없이 펼쳐진 계곡 사이에 천국의 문이라 일컫는 천국문(Doors Heaven)이 있다. 이 천국의 문을 향해 매년 300여만명의 천국희망자(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비록 지금까지는 굳게 닫혀 있어 천국의 문을 열고 천상의 세계로 입성할 수는 없지만 베드로의 천국열쇠만 있다면 피안 너머 저 천상의 세계로 입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이언 캐년(Zion Canyon 1919년)은 말 그대로 천국의 계곡이다.

웅장한 협곡, 2000년 전을 읊다
 
유타(Utah) 남서부 콜로라도 고원(Colorado Plateau)의 가장자리에 자이언 캐년이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여 15번 프리웨이로 북상하면 약 3시간30분쯤 소요되며 브라이스 캐년 남쪽에서 출발하면 1시간4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 면적은 229스퀘어마일(593㎢)이며 버진 강(Virgin River)의 거친 물결이 나바호 사암(Navajo Sandstone)을 할퀴며 만들어낸 계곡의 길이는 15마일(24Km)로 깊이가 0.5마일(800미터)이 넘는 웅장한 협곡 지역이 바로 자이언 계곡이다.
자이언 캐년의 최초 정착민은 2000여 년 전 아나사지(Anasazi)라 알려진 원주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800여년 전부터 인디언 파이우트(Paiutes)족이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1860년 몰몬(Mormon)교도들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09년 대통령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William Howard Taft)는 계곡을 무큰투윕국립유적지(Mukuntuweap National Monument)로 선정하였고, 1918년 그 명칭을 자이언(Zion)으로 변경한다. 그 이듬 해 자이언 캐년은 유타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선포된다. 1920년에도 약 3,700여 명의 방문객이 이 지역을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각광 받는 관광지였다. 현재도 연 간 250~300 만 명의 방문객이 계곡을 찾고 있다. 무큰투윕은 파이우트의 말로 곧은 화살(straight arrow)라는 뜻이다. 하늘 위로 뻗어 오른 수직 절벽의 돌산들의 모습이 인디언들의 눈에는 마치 곧은 화살처럼 보였기 때문이라 추정하고 있다. 자이언의 의미는 앞에서 밝혔듯이 천국, 피난처다. 서부로 진출했던 몰몬 교도들이 피곤하고 고통스러울 때 형형색색의 빛으로 물든 돌산의 모습이 천국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그 연유로 자이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초입부터 관람포인트,

유타주 9번 도로 동쪽 입구 자이언 마운트 카멜 하이웨이(Zion-Mount Carmel Highway)을 이용하는 방법이 자이언 캐년의 실제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코스다. 이 길 중간쯤에 1920년대 공사를 시작하여 1930년에 완성된 1.1마일(1.7Km)의 카멜터널(Zion Mt. Carmel Tunnel)이 있다. 자이언 캐년은 이 터널을 기준으로 전·후반부로 나누어 관람하는 것이 가장 알려진 코스다.
터널 건설 당시에는 현재의 큰 버스는 통과할거라 생각지 못했기에 쌍방 일차선으로 폭이 좁았고 높이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현재는 터널 시작과 끝에 파크레인저(Park Ranger)간 무선교신을 통해 일방통행으로 차량을 통과시키고 있다. 긴 터널 중간 중간 절벽 방향으로 아치형의 창을 내어 터널을 환기 시켰고 그 창을 통해 바깥쪽 풍광을 언뜻언뜻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이 터널이 조성되면서 브라이스 캐년이 가까워진 것은 물론 유타 남부의 교통 요충지인 케납을 통해 아리조나와 그랜드 캐년도 쉽게 오고 갈수 있게 되었다.
자이언 캐년의 입구 이스트 게이트(East Gate)에서부터 터널까지가 관람포인트의 전반부다. 게이트를 통과하면 좌우 커다란 사암들이 길 사이사이로 이어진다. 뷹은색 아스팔트는 자이언 캐년의 색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이 길 초입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돌산 전체가 체크무늬로 새겨진 체커보드 메사(Checkerboard Mesa)다. 가로 세로 체스판 모양으로 골이 파여 있는 것이 마치 인디언들이 돌산에서 체스를 하려고 그려 놓은 듯 보이는 것이 우리 동양인들의 눈에는 바둑판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마치 돌이 빵을 부풀려 놓은 듯 포근해 보이기도 하고, 눈을 들어 다른 곳을 보면 돌들이 마치 페스트리 빵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지버섯 모양으로 돌들이 둥글둥글 자란 듯 보이기도 하고, 돌 틈 사이사이 작은 소나무들이 뿌리를 내린 모습이 마치 사람이 일부러 심어 놓은 분재와도 같다. 돌 산 표면은 물살에 쓸린 자국처럼 마치 누군가 커다란 빗자루로 ! 표면을 쓸어 새겨 넣은 듯하다. 붉은 산, 붉은 아스팔트, 돌산의 풍광에 취해 달리다 보면 지금도 어디선가 외부침입자를 경계하는 인디언의 북소리와 함성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듯하다. 터널에 도달하기까지의 풍광이다.

자연스러운 탄성, 당연한 결과

자이언 캐년의 후반 관람 포인트가 시작되는 지역은 터널을 벗어나면서 부터다. 터널 전과 통과 후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일까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탄성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온다. 터널 전까지의 길이 얼마나 높은 지대였는지 순간 느끼는 지역이다. 눈 아래 펼쳐진 울퉁불퉁한 사암으로 이루어진 돌산들이 지면 위로 솟구쳐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수직의 깎아 지를듯한 절벽은 전율이 온몸에 느껴질 정도다. 까마득한 도로를 따라 지그재그 아래로 내려가면 저 멀리 시선 끝에 드디어 아치모양의 천국의 문이 있다. 수많은 관람객이 천국의 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붙잡는다.
자이언 캐년의 진면목은 캐년 정크션(Canyon Junction)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길은 남북으로 갈린다. 남쪽은 사우스게이트(South Gate)로서 공원 밖으로 나가는 길이고, 또 다른 북쪽 길은 환상적인 뷰포인트(View point)들과 수십개의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성이 자자한 자이언 캐년 전망도로(Zion Canyon Scenic Drive)가 바로 이 도로다.
이 도로는 오직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만 허용 된다. 버스는 모든 주요 포인트에서 정차한다. 자신이 원하는 뷰포인트 혹은 트레일을 선택하여 자유롭게 승하차 할 수 있다.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북쪽 끝에서 남쪽방향으로 차례차례 이름 난 뷰포인트를 감상할 수 있다. 북쪽 가장 끝 지점에는 시나와봐 신전(Temple Sinawava)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캐년의 폭은 좁아지며 절벽 사이로 들어 설 수도 있는 트레일 코스가 있다. 그렇지만 여기는 자이언 캐년의 오지다. 일반인들이 장비를 갖추지 않고 트레킹하기에는 어려운 지역이다. 그 밑으로 위핑 록(Weeping Rock)이 있다. 바위 틈새에 흐르는 물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여 우는 바위라 불리는 바위다. 천사가 내려앉은 것 같다는 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 위에서 펼쳐진 풍광은 절대 잊혀질 수 없는 자이언 캐년의 백미다.
에머랄드 풀즈 트레일(Emerald Pools Trail)코스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트레일이다. 신묘하고 오묘한 빛깔의 호수와 돌산으로 이루어진 코스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오아시스처럼 작은 호수가 있어 관람객들에게는 관광의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호수를 돌아 나오다보면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자이언 랏지(Zion Lodge)가 있다. 최초 갈림길인 캐년 정크션으로 다시 돌아오면 사우스 게이트 직전 마지막 코스로 자이언 인간사 박물관 (Zion Human History Museum)이 있다. 이 박물관에는 초기 자이언 캐년에 살았던 정착자들의 모습과 삶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잊을 수 없는 천국의 추억

사우스 게이트를 벗어나면 아늑한 마을 스프링데일이다. 이 마을에서 자이언 캐년의 감동은 더 더해진다. 마을에서 자이언 캐년의 모습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에둘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자이언 계곡이다. 숙박지 창가에 석양 무렵의 자이언 캐년의 모습은 물론 밤하늘의 은하수와 별들의 속삼임까지 마을은 자이언 캐년의 보금자리다. 인디언 갤러리와 레스토랑, 그리고 까페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풍취마저 오래오래 기억되는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살며시 불어와 머리칼을 날리는 계곡의 바람 한 줄기 역시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버스를 타고 가며 즐기는 자이언 캐년의 모습은 그 풍광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수많은 트레일코스를 좇아 자신의 발로 뷰포인트를 따라가며 자이언 캐년의 모습을 직접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야말로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선택된 자가 되는 길이다. 걸어서 자이언 캐년을 관람하는 자 천국을 누리리라. 자이언 캐년- 바로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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