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12:33 (월)
“여성 금통위원 확대 필요”...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여성 금통위원 확대 필요”...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4.03.30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가·금융 안정 균형 잡아야
서영경 금통위 위원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다음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란 주제로 그동안의 통화정책에 대해 진솔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서 위원은 4월 12일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 참석한 후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같은 달 20일 퇴임한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3월 26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행은 팬데믹 위기와 뒤이은 인플레이션 충격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대응해 물가안정을 도모하면서 대내외 금융 안정을 달성하는 어려운 책무를 잘 수행해 왔다”고 평가했다.

서 위원은 “그러나 통화정책은 아직도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며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충격 관련 불확실성은 높으며 민간 부채 취약부문, 부동산PF 등을 둘러싼 금융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짚었다. 또 “물가와 가계부채의 상승률은 낮아졌으나 높아진 level 효과로 민간의 실질 구매력 약화와 내수 회복 지연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술변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기후변화 등 구조변화로 통화정책 여건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 위원 “이에 대응해 앞으로도 거시경제 상황은 물론 산업·고용 등 미시적 영역에 관한 연구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축소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차대조표 정책, 거시건전성정책, 외환 정책 등 여타 보완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음은 서영경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코로나 발생 직후 한은의 대응은?

A 2020년 초 코로나19 발발 직후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GFC)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초완화 정책 기조로 전환했다. 다만 내생적 경제문제로 발생한 과거 위기와 달리 이번 팬데믹은 경제시스템과 무관한 외생적 보건 위기였기에 충격의 양상과 대응방식이 과거와는 크게 달랐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발생 직후 기준금리를 1.2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했는데 2020년 4월 첫 금통위에서 25bp 인하 결정에 참여했다. 동시에 국고채 단순 매입, 증권사 대상의 RP매입 등을 통해 시장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특히 금융시장의 유동성 수요에 제한 없이 부응하는 ‘전액 공급 방식의 정례 RP 매입’은 시장 심리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재정정책과 공조해 기업, 취약부문에 대한 신용 정책을 시행했다.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CP 매입 기구(SPV)를 정부와 함께 설립·운영하고 유동성 조달이 어려워진 저신용 기업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채권 매입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견도 제기됐지만, 이번 위기가 실물 위기라는 점, SPV 대출은 부실기업 지원이 아닌 일시적 유동성 지원이라는 점, 매입 자산 구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해당 대출을 결정했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18조 원 확대해 대면 서비스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제공했다.

팬데믹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실물과 금융 간 상충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위기 초에는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했지만, 금융 불안이 진정된 이후에도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1년 이상 유지되면서 가계부채 누증, 주택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2020년 –0.7%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다 변종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컸기에 초저금리 유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Q 금리인상기 통화정책은?

A 팬데믹 직후 적극적 통화·재정정책은 경제주체들의 지나친 심리위축과 수요둔화의 악순환을 차단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애초 예상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수요와 공급간 회복 시차가 전례 없이 커졌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갑자기 높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수십 년만의 고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선택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빠른 속도로 인상했다. 2021년 4분기 실물경제는 코로나 이전 GDP 수준을 회복했고, 소비자물가는 2.5%로 높아진 가운데 자가 주거비 상승으로 체감물가와의 괴리가 컸다. 이에 따라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10월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11월 이후 8차례 추가 금리 인상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 등 공급 충격이 중첩돼 물가상승률이 6%대로 높아짐에 따라 2022년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50bp)을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펜트업 수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를 억제할 필요도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할 수 있지만, 공급 충격의 2차 파급효과 방지와 인플레이션 기대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주요국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았지만, 금융 불균형 문제가 심각했다. 2021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한 것은 경기 상황이 위기 국면을 벗어난 가운데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초기에는 금융 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금리 인상기의 후반에는 금리정책은 물가안정에 집중하고 이에 수반된 금융 불안은 보완적인 정책 수단으로 분리 대응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2022년 하반기에 PF시장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하자 RP매입, RP대상증권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도모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의 시장 유동성 지원 정책이 거시적 긴축정책과 배치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금리 인상의 파급경로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보완적 역할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동 유동성 지원 정책을 지지했다.

 

Q 지난 4년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얻은 통화 정책적 교훈은?

A 과거 위기를 통해 보면 위기는 많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수반하지만 이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번 위기의 경험을 통해 얻은 통화 정책적 교훈과 과제는 이번 위기의 경험을 통해 얻은 통화 정책적 과제는 유연한 정책 대응 필요, 산업·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 확대, 금리정책의 파급시차 축소 고려, 대차대조표 정책 확장 필요, 통화정책에 있어 금융 안정 고려,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 기능 확대,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이라고 생각한다.

 

Q 퇴임하면 여성 금통위원이 없는데?

A 여성 금통위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다양성 제고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산업계에 몸담았던 분이 오면 균형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여성 고위직이 계속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한국은행도 입행하는 단계에서는 여성이 40%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여성 고위직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일과 가정 양립이 우선 어렵고 또 좋은 경력을 쌓을 기회가 생각보다 그렇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어려운 여건이 있다. 지난주 미국 출장에서 여성경제학자들을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다. 그곳에서도 20대, 30대에서는 남성과 열정의 차이가 없는데 40대가 되면 여성들의 열정이 줄어들고 갭이 보인다고 말하더라. 일과 가정 양립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열정 자체가 약화하는데 여성 고위직이 계속 유지되고 본인의 롤모델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성 금통위원은 계속 유지되고 확대되면 좋겠다.

 

Q 퇴임을 맞이하는 소회와 앞으로 거취는?

A 30년을 넘게 ‘한은맨’으로 일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은과 함께 성장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4년 간의 통화정책을 돌아볼 때 비틀스의 옛 노래가 생각났다. ‘The Long and Winding Road’라는 곡이다. 마치 마라톤을 뛴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 길이 굉장히 ‘롱 앤 와인딩 로드’여서 길었고, 구불구불해서 끝이 안 보였다는 것, 앞이 안 보였던 것 같다. 4년을 돌아보면 결과적으로는 큰 실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참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 마라톤을 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라스트마일’에서는 결승점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쉽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여전히 길이 울퉁불퉁하고 또 끝도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고 느꼈다. 떠나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앞으로 거취는 쉬면서 고민해 볼 생각이다. 4년의 경험을 조금 더 자세히 써본다든가, 구조적인 이슈와 외환시장에도 관심이 있어서 그에 대해 써본다든가 하는 등 이코노미스트로서 역할 기여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김은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