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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酉山) 민경갑 화백...“인간의 감성과 영혼을 화폭에 담다”
유산(酉山) 민경갑 화백...“인간의 감성과 영혼을 화폭에 담다”
  • 월간리치
  • 승인 2013.03.10 16:15
  • 호수 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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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酉山) 민경갑 화백은 폭넓은 작품 세계로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가다. 자연의 서정성과 우리 고유의 민족적 정서를 화폭에 담아 온 그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새로운 창조적 상상력을 보여주며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리치에선 민 화백을 통해 그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철학 속으로 들어가 봤다.

민경갑 화백의 작품을 살펴보면 자연과 일체감을 이루고자 하는 정신적 세계의 표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시각적 효과나 구성보다는 인간의 감성과 영혼을 통해 자연을 나타내는 것이다.
초기 그의 작업은 인물이나 풍경 또는 사물의 구상적 묘사와 추상적 표현의 실험이었다. 그러다가 현대적 산수와 다양한 소재 표현의 독자적 회화 양식으로 발전해 나갔다. 그리고 근작에선 과거의 조형적 특성에 만족하지 않고 정신성이 강조되는 열정을 화폭에 담고 있다.

숭고의 미를 담아낸 그릇

그의 작품을 보면 감성과 영혼이 회화 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근작에서 그는 형상과 색조의 균형을 강조하는 시각적 유희와 장식성과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미적 개념에서 그는 다원주의라는 오늘날의 절충적 양식이나 시류에 맞추는 형식을 비판한다.
그에게 예술은 정신적인 것으로 숭고의 미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현대의 자극적인, 시류에 편승한 작품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은 인간의 풍부한 감성과 영혼을 담아내는 것이며 순수성 탐구에서 벗어 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민 화백에게 회화적 표현은 단순한 손재주의 결과물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정신적 작업이다. 이것이 끊임없는 반복적 노고로 자연과 조화를 뛰어넘어 한국적 정서는 물론 민족의 정체성 탐구라는 결과를 확인하게 한다.
민 화백의 2000년대 이후 작품은 자연을 대하는 관념과 태도의 변화가 나타난다. ‘인간의 풍부한 감성과 영혼을 담아내는 작업’으로 시작해 ‘그림은 율동이 있어야한다’거나 ‘그림은 소리가 있어야한다’는 등 정신적 표현으로 개념적 특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개념이 들어 간 작품은 <자연과 공존 01-4>이나 <자연 속으로 03-4>에서 <무위10-12>와 <진여10-4>, <진여 11-4A> 연작이다.
이들 작품에서 표현된 형상과 색채는 최소의 수단으로 이루어진다. 잔잔한 움직임이 수초처럼 흔들리듯 그려지며 색조의 깊이와 광채가 돋보인다. 인위적 기교에 안주하지 않고 새의 깃털과 같은 가벼운 선과 면, 색조가 잔잔한 음악처럼 들린다.
이 연작들은 또 구체적 형상의 리얼리티와 추상화 작업의 결합이다. 크고 작은 사각의 추상적 형태와 불꽃으로 형상화시킨 공작의 날개가 넓은 화면에 등장한다.
때로 흰색으로 나타난 깃발(여기서 깃발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염원을 담은 상징적 형태를 의미한다)이나 적색과 황색 등 원색의 불꽃이 대비되면서 공간은 확장된다.
그의 회화표현은 기하학적 추상과 달리 딱딱한 사각의 형태가 부드럽게 변하면서 더욱 잘 드러난다. 딱딱한 사각의 면과 위압적인 선들이 긴장감에서 벗어난 듯 흩어지면서 영원과 무한 개념을 확인시킨다.
민 화백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거나 이상화시키지 않는다. 특히 2000년대 이후의 작품을 보면 자연의 조화보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표현하려는 객관적 조형 언어로 구상과 추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창조적 상상력으로 변화 리드

결국 민 화백의 회화는 미의 정신적 탐구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 ‘생명성’과 ‘무한’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나아가 화백의 개성적 색조와 형상으로 감상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색동으로 오방색을 상징화 시킨 표현은 강렬한 색채 효과와 더불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기에 먹색은 마치 빛을 받아 반사하는 색채 효과와 더불어 영혼을 이끄는 확장된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느낌이다. 빛이 가득한 화면의 색채 공간은 우리에게 상상력과 인식의 확장을 갖게 한다.
특히 자연과 일체감을 바탕으로 무한을 비롯한 미의 본질적 물음과 민족의 정체성 모색 등은 그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서정성과 우리 고유의 민족적 정서를 담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창조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필
▲ 195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 경력  1972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초대작가및 심사위원역임, 1988 88서울올림픽 세계현대미술제 운영위원, 1998 원광대학교 미술대학교수 정년퇴임, 2005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부문 심사위원장, 2005 스페인 아르코 주빈국 조직위원회 위원, 2006 단원 미술제 조직위원회 운영위원장
▲ 개인전 및 단체전
1969 쌍파울로 비엔날레 초대, 1979  현대화랑 초대 개인전, 1986 현대한국미술 상황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1988 88세계 현대미술제 초대 (국립현대미술관), 1995 한국미술 ’95 질량감전 초대 (국립현대미술관), 2002  서울시립미술관개관 기념전 <한민족의 빛과 색> 초대, 2002 프랑스 파리 UNESCO 초대 개인전, 2007  한일 현대미술전 (일본 동경), 2008  한중 현대미술전 (중국 베이징), 2012 서울시립미술관 초대 개인전
▲ 수상
1996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2001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 2002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 수훈, 2004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2009 5.16 민족상 수상, 2013  3.1문화상
▲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회원,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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