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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VS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VS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 월간리치
  • 승인 2013.07.10 18:01
  • 호수 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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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이자 맞수 ‘차세대 기업 이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행보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대기업의 후계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3세들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부터다. 이들은 아버지가 일궈 놓은 기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켜야 하는 선의의 경쟁자로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리치에선 닮은 듯 다른 두 기업인의 경영방식을 살펴봤다.

재계 3세 부회장 시대가 본격 시작되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하다.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이벌인 두 사람은 사석에서 가끔 만나 속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46세, 정의선 부회장은 43세로 3살 터울이다.

광폭 행보 주목 받아

이 회장은 지난 199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한 후 21년 만에 부회장이 됐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경영기획팀에서 해외법인을 돌며 주요 거래선들과 접촉하며 경영수업을 했고 2003년 경영기획팀 상무, 2007년 1월 전무로 승진해 CCO(최고고객총괄책임자)를 맡았다.
2008년 특검 당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후 해외순환 근무를 통해 브라질·러시아·인도·독립국가연합(CIS) 등 신흥시장과 미국·일본·유럽 선진 시장을 다니며 주요 거래선을 만나 경영의 폭을 넓혀갔다.
2008년 S-LCD 등기임원으로 계열사 경영에 첫발은 내디딘 이후 2010년 1월 부사장 승진과 함께 COO(최고고객총괄책임자)를 맡아 ‘C’ 레벨로서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했다. 그해 12월에는 다시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로 일해 왔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994년 현대모비스(구 현대정공) 자재부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15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 구매실장 등을 거쳐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특히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는 등 ‘디자인 경영’에 매진했다. 오늘날 기아차의 대표 상품인 K시리즈가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 덕분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은 현장에서 실무를 쌓고 단계를 밟아 지금의 자리에 왔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벗고 그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광폭행보를 해나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장 경영에 적극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그는 해외 모터쇼 현장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업계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한다. 올해에만 두 번째 해외 출장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2013 제네바 모터쇼가 개막한 스위스 팔렉스포를 찾았다.
그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차와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업체인 BMW, 르노, 포르쉐, 도요타 부스 등을 방문해 신차와 콘셉트카들을 꼼꼼히 살피며 임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갈수록 자동차들의 연비가 좋아지고 기술도 빨리 발전하고 있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계 메이커들이 유럽시장에 몰려 있어 (유럽시장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유럽에서 현대·기아차의 품질, 연비, 성능을 인정받아야 세계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현대차의 i30, 기아차의 씨드, 기아차 콘셉트카가 잘 만들어져 나온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가 유럽에서의 불황이 앞으로 3~4년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그리스와 스페인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없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유럽시장을 비롯해 전체 세계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벌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중국, 미국 등 모든 시장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며 “매년 해외시장 상황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전략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 간 수입차업체들이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벤치마킹하고 개선할 것을 바꾸고 고객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원화 환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세계 자동차업계간의 경쟁이 전자업종보다 치열한 것 같다”며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우리가) 잘하게 되면 해외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구소도 틈틈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획기적인 연비개선을 위한 차세대 자동차용 소재 개발 등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품질향상, 차량 경량화 등을 위한 첨단소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소재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후 3개월 만에 1조1200억 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정 부회장은 올 들어 2~3주에 한번 꼴로 남양연구소 등을 방문해 연구개발 과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올해 들어 연구소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며 “전사적으로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탓도 있지만 특히 소재개발 부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역시 국내외를 넘나들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 CEO들과 잇따른 회동을 한 이 부회장은 올 들어서는 글로벌 지도자나 경제계 인물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지난해 말 승진 이후 경영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신임 이사 자격으로 6~8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의 휴양지인 보아오(博鰲)에서 열리고 있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시진핑 주석과 회동을 갖고 중국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 부회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내 식당에서 1시간가량 파월 전 장관과 오찬을 하면서 다양한 대화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또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장관과도 만나 투자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펠르랭 장관은 이 자리에서 프랑스에 대한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고, 프랑스가 추진 중인 ‘디지털 클러스터’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로 뛰는 현장 경영

이밖에 이 부회장은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 겸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겸 CEO등을 만나며 인맥을 넓혔다.
현장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3’전시장을 찾아 업계 동향을 챙겼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스에 들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PC 등 차세대 제품들을 둘러봤다. 별도로 마련된 회의실에서도 머물며 CES 전시 현황 및 삼성제품에 대한 현지 반응 등을 살폈다.
이 부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CES 현장을 찾은 세계 각국의 고객사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며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등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나섰다.
이처럼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다른 듯 닮은 행보를 보이며 입지 굳히기에 돌입했다. 그 동안은 업종이 다른 만큼 경쟁자 보다는 동반자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쟁 관계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아버지 세대의 그늘을 벗어나 누가 먼저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로 기업을 성장시키는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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