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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회원사·정부·국민 메신저 되겠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회원사·정부·국민 메신저 되겠다”
  • 월간리치
  • 승인 2013.09.09 12:51
  • 호수 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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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박용만 회장의 일성이다. 두산가(家)는 2대에 걸쳐 3명의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했다. 박 회장의 부친인 고 박두병 두산 창업자와 형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이어 대한상의 사령탑을 맡은 것이다. 재계에선 평소 IT기기 사용에 능한 박 회장의 성향에 따라 대한상의 내부에 일부 변화가 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대한상의에 젊은 감각과 젊은 소통이 어느 정도 이식될지, 또 회원사에 어떤 바람으로 불지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개인적인 감회가 어찌 없겠나. 19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어릴 때 아버님이 활동하시던 걸 본 기억만 있다. 대를 이어서 봉사할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박용만 회장의 사부곡(思父曲)은 뭉클했다. ‘아버지(고 박두병 회장)와 형(박용성 전 회장)이 상의 회장을 역임했는데 그 느낌에 대한 심정이다.

유연한 해결책은 소통에서

“입법과 규제로 가기 전 단계에서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대한상의가 통로가 되고자 한다. 회원사와 정부, 국민간의 메신저 역할에 충실하겠다.”
박 회장의 각오다.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더욱 권위를 배제하고 소통을 극대화한 가교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것이다.
사실 박 회장에게 있어 ‘소통’은 특별하다. 취임 후 일성으로 ‘메신저론’을 강조했을 정도다. 그의 이 같은 철학은 현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전 지방을 돌며 지역상의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폭탄주를 20잔 이상 마시며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무보고를 한 일부 간부에게는 ‘언제든 할 얘기가 있을 때는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130년 전통을 존중한다. 문화를 급격히 바꿀 계획은 없다. 모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격의 없이 다가서겠다. 아울러 정보기술(IT)을 통한 사무 선진화 등 활력과 효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일을 할 것이다.”
박 회장의 경영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박 회장의 성향을 감안해 내부에 SNS 전담조직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으로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상공업계의 권익 대변과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상공인의 경제적 지위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높이는데 역점을 두겠다는 생각도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솔선수범하고 사회는 그런 기업의 노력에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압축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용인되던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를 이유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과 원칙 안에서 그리고 사회의 신뢰라는 테두리 안에서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
박 회장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특히 과거 고성장 시절 드러난 기업의 잘못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인들의 행동과 방식이 바르게 서고 그에 따라 합당한 대접을 받는 선순환적인 풍토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그럴 때 경제에 대한 공헌도 커질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허브가 되겠다”

“상공인과 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만큼의 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기업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은 상공회의소법 1조의 내용이자 자본주의 4.0 시대의 요구다”
상공회의소법 제1조에는 ‘이 법은 (중략) 상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상공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회장은 취임하면서 이 조문 중 ‘사회적 지위’를 특히 강조했다. 군림하거나 대접만 받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며 기업이 ‘기업 시민’으로서 솔선하고 사회는 이를 인정하는 선순환이 있어야 지속 가능한 경영도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만드는 게 규제인데 문제에 대한 공감이 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게 마련인 만큼 투망식 규제보다는 토론을 통해 필요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견해를 밝혔다. 입법과 규제로 가기 전 단계에 소통과 논의를 통해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대한상의가 통로가 되고자 한다는 강조는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돼 2조3000억 원의 투자가 묶여 있다. 하루빨리 처리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박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이는 단체나 개별 기업이 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투자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각종 규제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지지부진한 기업 투자에 대해 투자는 의지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 대한상의 회장들을 만나 보니 투자할 의지가 있어도 기회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대한상의가 기업의 눈과 귀가 되고 정보의 허브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회원사들 특히 중소기업은 통상임금 사안을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 회원사의 한결같은 고민이 통상임금 문제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할 때 지금까지 노사가 합의해 왔던 임금 체계를 존중해 달라.”
박 회장은 통상임금과 관련 회원사 분들을 만나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통상임금과 상업개정안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선 정부나 국회의 재고를 요구했다. 입법이 전부는 아니라며 국회 입법 남발에 대한 강력한 경계음도 날렸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이 시대의 과제다. 정치권은 투망식 규제보다는 토론과 소통을 통해 필요한 부분만 유연하게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한 박 회장의 강변이다. 그는 입법 과정에서 정치권이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통상임금은 기업 생존 문제”

“단초를 제공한 것이 상공인이란 점은 인정해야 한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하면 입법까지 가지 않아도 유연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박 회장은 이와 더불어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 규제가 쏟아지고 있는 데 대해 ‘유연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입법과 규제 이전에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소통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유연한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업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 상공인들이 경제발전 등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시기가 왔다. 기업인이 사회적 지위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
박 회장이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그는 사회적 지위를 높인다는 의미에 대해 기업 스스로가 존경 받을 수 있도록 행동방식을 바꾸고 사회도 기업이 발전에 기여한 만큼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서 상의의 역할을 찾아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과거 압축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용인되던 잘못된 행동을 이제는 바로잡고 기업 스스로 올바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사회의 신뢰라는 테두리 안에서 경영활동을 하며 성숙한 기업시민이 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가 바뀌었으며 기업도 사회의 성숙을 따라가도록 노력해야 하고 사회는 기업의 노력에 박수 쳐야 한다”면서 “기업이 존경받고 박수를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대한상의가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며 기업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강변했다.
한편 재계에선 박 회장에 대해 판단력이 빠르고 글로벌 시각을 강조하고 생각이 젊다는 느낌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가 이 초심을 유지한다면 전임자들 못잖은 좋은 상의 수장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R 

박용만 회장은 누구?
‘젊음+소통+격식파괴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사령탑을 맡은 박용만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이다. 경기고, 서울대학교, 보스턴대학교 MBA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 근무하다 1982년 두산건설 사원으로 입사했다. 두산음료, 동양맥주, ㈜두산 전략기획본부,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거쳐 30년 만인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을 글로벌 ISB(인프라지원사업) 기업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그룹은 소비재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는 1990년 중반부터 강력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로 그룹을 발전시켰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식음료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중공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대변신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그룹의 체질개선을 한 셈이다. 이 같은 사업방향 전환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성공으로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지난해 3월 두산그룹 회장으로 오른 그는 현장경영 활동에 주력했다. 취임 1년간 국내외 출장 거리는 총 16만1589km다. 이는 비행시간만 212시간이었고 지구(약 4만120여km)를 4바퀴 돌 수 있는 거리다. 해외 출장 국가는 총 24개국, 국내 방문 도시는 15곳에 달했다.
현재 평소 적극적인 상의 활동으로 재계와 산업계의 신망도 두터운 편인 박 회장은 재계에서 ‘인재경영’과 ‘소통경영’의 대명사로 통한다. 특히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를 직접 쓸 정도로 사람을 중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과 지방의 주요 대학 캠퍼스를 직접 찾아다니며 대학생 리크루팅에 나선 바 있다.
무엇보다 ‘박용만 회장’하면 ‘SNS 회장님’으로 통할 정도다. 트위터 등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대기업 회장답지 않게 임직원과 격의 없는 스킨십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SNS를 통해 사내 임직원 등을 포함한 폭넓은 계층과 소통하고 있다.
대중들과도 트위터 등 SNS로 활발한 소통도 즐긴다. 현재 트위터 팔로어는 16만 명이 넘는다. 종종 소박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R

박용만 회장…풀어야 할 숙제는?
‘경제민주화 파고’ 최대 과제

업계나 대한상의는 50대 회장 탄생. 이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상의 수장자리는 60~70대가 주로 맡았다. 하지만 50대인 박 회장의 취임으로 달라졌다.
이는 ‘젊지만 뛰어난 소통능력으로 새 시대 상의를 견인해 달라’는 서울상의 회장단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대한상의나 재계에 신선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입장에선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우선 여느 회장과 다른 젊은 감각, 넓은 소통, 격식 파괴로 재계의 중심 대변자로 활약의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그 역할을 다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71개 지방상의 회장들과의 융합 여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들 회장은 비교적 나이들이 많다. 반면 박 회장은 젊다. 젊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융합하는데 있어서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온몸을 불살라야 할 때의 행보가 관심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 정부여당으로선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재계는 강력 반발하면서 정부에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을 전달한 상황이다.
현재 박 회장은 경제민주화 입법과 맞물린 통상임금, 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대해선 경제계의 입장을 분명히 피력하는 단호함을 보였다.
무엇보다 대한상의 수장으로써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아직 재계 평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조직을 이끌 인품과 자질은 인정받고 있는 반면 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큰 재계단체 조직을 이끌 실행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박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

프로필
▲ 1955년 서울
▲ 학력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 경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2013년 8월~현재), 국립오페라단 후원회 회장(2013년 7월~현재), 바보의 나눔 이사(2013년 2월~현재), 마리아수녀회 후원회 회장(2012년 12월~현재), 정동극장 이사장(2012년~현재), 두산그룹 회장(2012년~현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사(2011년~현재),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이사(2011년~현재),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2009년~현재), 두산 대표이사 회장(2009년~현재),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회장(2007년 12월~2013년 3월), 두산건설 회장(2009년~현재), 두산중공업 회장(2009년~현재), 오리콤 회장(2009년~2012년), 두산그룹 부회장(2005년 1월~2009년), 두산중공업 부회장(2005년~2009년),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2005년 1월~2009년),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부회장(2005년 5월~2007년), 한국 스페인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2000년~현재), 두산그룹 기획조정실 실장, 부사장(1995년 12월~1998년), OB맥주 부사장(1996년), 두산동아 부사장(1995년), 두산음료 전무, 그룹기획조정실 부실장(1994년 12월), 두산음료 이사·두산식품 부장·동양맥주 차장(1990년 1월), 두산건설 뉴욕지사(1983년 6월), 한국외환은행(1977년 2월~197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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