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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100시간의 축복.... 아픈 한국 따사롭게 품어 줘
교황 방한 100시간의 축복.... 아픈 한국 따사롭게 품어 줘
  • 월간리치
  • 승인 2014.09.11 12:19
  • 호수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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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 입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낸 4박5일 일정이 너무 아파서 아픈 줄도 몰랐던 대한민국 사회를 푸근하고 따사롭게 품어주는 행보를 이었고 그래서 감동의 여운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가난하고 약하며 소외된 사람들의 벗임을 온몸으로 보여준 소탈하며 격정적인 걸음마다 축복이 함께 했던 기간으로 남을 것이다. 리치에서 교황의 한국에서의 소박하고 진솔했던 발자취를 되돌아 본다.

“모든 이들의 아픔을 끌어 안은 위로의 아버지였다”라거나 “한국사회에 큰 위로와 가르침을 전하고 떠났다”는 것도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연민과 희망을 가득 불어넣어 주셨다”는 평가도 도무지 미흡해 보인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벗’이라는 표현으로도 다 담을 수 없는 광폭 행보에 함께 울고 감동하면서 희망을 안고 일어설 수 있었던 사연을 어찌 다 담을 수 있을까. 오히려 방한 때 감흥을 잊지 않고 나중에 직접 보낸 감사의 메시지가 교황 방한의 가치를 표현할 때 훨씬 유용할지 모른다. “모두에게 커다란 선물이자 축복”25년 만의 교황 방한을 맞은 뒤 역사적이고 거국적 경험을 남기는 자료문헌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대한 사도적 방문은 저에게도 커다란 선물이자 축복이었다. 이런 은총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대한민국 사람에게 주어진 큰 선물이자 축복이 아니라 교황 스스로도 축복이며 은총이었노라고 밝힌 것이다.교황은 또한 “전쟁의 여파와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 땅의 자녀들이 끝까지 형제애를 놓지 않고 화합하기를 우리 모두는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고 돌아봤다. “성모 마리아의 간구를 통해 주님께서 한국인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선물을 내리시고 축복하시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거대 담론 상으로 민족사적 아픔과 과제에서부터 미시적으로는 소외받아 척박한 곳에 살고 있은 장애우의 삶에까지 관통했다는 평이 자자하다. 말 통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스함누구에게나 따뜻한 눈길을 건네고 가능한 한 직접 따스하게 손잡고 포옹을 나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좋았다. 눈빛에 담긴 무한한 포근함과 따듯함을 느끼고 기쁘게 감응할 수 있어 소중했으니까. 교황의 손길과 눈길, 그리고 다가섬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화답은 수 많은 인파의 함성, ‘VIVA PAPA’였다. 정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말 없이 들어주는 것이 크나큰 위로와 치유를 줄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과 발견을 안겨준 약 100시간의 축복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머물러 있길 모두가 기대하는 반향을 일으켰다.소탈한 언행으로 더 큰 자애로움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차를 타겠다는 주문에 국산 소형차 ‘소울’을 공식 의전차량 삼아 이동 했으며 때로 무개차에 올라 우리 국민들을 접할 때나 카니발과 산타페 무개차에 올랐다.4박 5일 내내 소탈한 일거수 일투족으로 따사로운 사랑고 특유의 자애로움으로 아픔과 슬픔을 보듬어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사실 지난해 3월에 서임(敍任)한 교황은 언제나 낮은 자세로 겸손과 평화 그리고 사랑을 실천했다. 단벌신사라는 별명조차 오랜 벗삼은 옷차림 그 자체부터 소박함이 묻어나고 흰색 옷 수단과 흰색의 둥근 모자 주케토(Zucchetto)에는 따로 화려한 장식이 없었다. 십자가 모양의 철제 목걸이는 20년 넘게 걸었던 것이고 5만원 정도의 플라스틱 시계를 손목에 차고, 발에는 고향의 작은 구두방에서 만든 오래된 구두를 신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한민국 통째 따뜻하게 보듬어조선시대 때로 거슬러 오르는 순교의 가시밭길로부터 분단과 전쟁은 물론 가장 최근 일로는 세월호의 아픔을 가슴에 담은 채 들른 방한 길.입국 공항에서부터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들이 포함된 평신도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 잃은 아버지를 안아주고 실종자 가족에게는 친필 편지를 보냈다. 위안부 할머니 손을 맞잡아 줄 땐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도 따뜻해졌다.또한 아이들과 청년들을 각별히 챙길 때 터뜨린 미소는 지쳐있던 이 땅 모든 사람들이 희망으로 일어 설 힘이 되기에 충분했다. 가던 차를 멈춰 세운 뒤 갓 돌을 넘긴 듯 보이는 아기의 얼굴을 감싸고 볼에 입맞추던 장면, 잠시 뒤 경호원이 안아서 데려온 또 다른 아이에겐 머리에 손을 대고 축사하던 모습.방한 전부터 세월호의 고통을 알고 왔기에 외면할 수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중립은 무의미 하다는 말씀 등 숱한 어록들로 대한민국은 물론 온 세계를 충격과 전율, 그리고 큰 깨우침을 안긴 일 또한 지금까지 값지게 회자되고 있다.어디에나 쏟아지는 햇살같은 말씀들교황방한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겼던 숱한 메시지들에 대해 “파파 프란치스코는 불과 며칠밖에 있지 않았지만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연민과 희망을 가득 불어넣고 가셨다”고 강조했다.“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시며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못박아 주셨다”고 되돌아 봤다.또한 “프란치스코 교종은 한국이 경제성장과 부를 경배하며 그 부가 제공하는 일시적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를 거울에 비추어 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더 높은 가치를 찾아나서라고 촉구하셨다”는 메시지를 떠올렸다. “교종은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는 단순히 물질을 좀 보태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우리와 가튼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형제로 받아들이고, 우리와 같은 품위를 지닌 인간으로 동등하게 존중 받으며 살아가도록 일으켜 세우는 데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언제나 중요한 임무는 실천하는 일이제 강 주교가 교황 방한을 총정리하며 던진 메시지처럼 우리 사회가 실천으로 화답하는 일이 남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가톨릭 신자이건 성경 말씀을 섬기는 다른 신앙인이건 설사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와 과제를 열어보였기 때문이다. 강 주교는 “교종의 말씀을 본받아 계층 간에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연민과 희망의 사회로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그리고 수많은 경제계 인사들이 서로 덕담을 나눈다. “교황이 보여주신 사랑과 겸손 그리고 포용을 실천하자”고.씨앗이 뿌려졌으니 싹이 얼마나 움터서 크게 자라날 것인지 깨어난 자와 실천하는 자들이 앞장서서 일궈내고 뒤따르는 자들이 밀고 나갈 미래인 것이 아닐까. +++교황과 가톨릭 성직자 품계는? 교황은 사도 베드로의 정통성을 잇는 가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이며 로마의 대주교다. 라틴어로 ‘Papa’, 영어로 ‘Pope’라는 애칭은 그리스어 아버지라는 뜻의 Papas에서 유래했다. 교황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이 모여서 그들 중에서 뽑는 전통을 잇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66대로서 가톨릭 신자층이 가장 두터운 남미 중에서도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가톨릭 교회 성직자의 품계는 ‘교황, 추기경, 대주교, 주교, 몬시뇰, 사제, 부제’로 이어진다.추기경은 교황을 보좌하는 최고의 성직자로서 교황이 임명한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얼마 전 선종(善終)하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 등 3명이 서임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주교와 주교는 교구의 규모에 따라 구분된다. 성직자들이 머리에 쓰는 반구(半球) 모양의 작은 모자인 주케토는 이탈리아 말로 ‘작은 바가지’라는 뜻이며 삭발한 머리를 추위와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쓰고 다녔다. 여덟 장의 헝겊을 꿰매어 만든 모자는 직책에 따라 그 색깔이 다릅니다. 교황은 흰색, 추기경은 붉은색, 주교는 자주색, 사제와 부제는 검은색이다. +++‘평화 화해’ 담아낸 교황 어록큰 울림, 청량한 깨우침 회자 만발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5일 동안 머물다 돌아 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이전부터 공개된 SNS 메시지 등으로 화제를 일으켰고 방한 기간에 남긴 기도와 편지, 발언 등을 통해 우리 사회와 나라 밖까지 묵직한 동심원을 일으켰다.정의와 소통, 용서와 화해, 평화와 공존 등 울림은 크게 깊게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교황이 남긴 주요 발언이다.“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교황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전하자)“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14일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소개받은 뒤)“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다.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하여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 (1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뒤 연설)“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14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단과 만남 중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에게)“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대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필수 요소로 여겨야 한다.” (14일 한국 주교단과 만난 뒤 한 연설)“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이다.”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대회 연설)“순교자들의 모범은 막대한 부요(부유함)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16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강론)“공동체 생활은 마음의 양성을 위한 섭리적인 토양이다. 아무런 갈등이 없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몰이해가 생기면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바로 공동체 생활을 통하여 자비와 인내와 완전한 사랑 안에서 성장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 연수원 ‘한국 수도 공동체들과의 만남’ 강론)“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해를 보내라”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려 깊은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한다. 공감하는 능력은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진정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 낸다.” (17일 충남 해미 순교 성지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연설)“여러분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이제 의심과 대립과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한다.”(18일 서울 명동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진도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내는 자필서명 위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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