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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탐구 거듭 김경복 작가 색면의 중첩, 편안한 드러냄
자아 탐구 거듭 김경복 작가 색면의 중첩, 편안한 드러냄
  • 월간리치
  • 승인 2014.11.10 15:43
  • 호수 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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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너울거리는 얇은 채색들이 활달한 군무(群舞)는 무수한 선들의 표출과 자연스런 색면들이 응집된 결정체로 보인다. 걸러지고 완화된 색면들이 켜켜이 쌓인 화폭이이서 더욱 더 진중한 자아, 친숙한 정서가 편안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를 비롯해 우리 화단에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김경복 여류작가협회 이사장을 리치에서 만나 자세한 그의 작품세계를 엿봤다.

“나는 그리지 않는다. 다만 스며들고 또 드러날 뿐이다.”
김경복 작가 본인 스스로 작품론을 쓴다면 이 말 한마디면 족할 것임이 틀림 없다.
추상도 아니고 구상도 아닌, 어떤 회화적 이념이나 특정 경향에 얽매이거나 거기에 적응시킴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나의 느낌, 삶의 체험 그리고 회화를 향한 열정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화면에 옮겨 놓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자동 기술적’이거나 무의식이거나 우연적 표현 요소들이 반복과 중첩을 거듭한 끝에 초현실적 형상으로 드러내기를 즐겨 하다.

 
삶의 희로애락 주목했던 시절

작가노트에서 그는 대학원 졸업한 지 무려 14년이 지난 1985년 열었던 첫 개인전 시절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첫 개인전 작업들에 있었던 터치와 드로잉의 흔적들은 여읜의 삶고 희로애락을 표현하고자 했다. 잭슨 폴록, 윌리암 드 쿠닝의 액션페인팅 기법으로 여체의 선을 추출, 재구성하여 반복적인 병렬적 구조로 열정적 화면을 채워 나갔다”고.
단순한 형상으로 그려진 누드가 아니라 매우 다의적 이미지를 녹여냈다. 재현적이거나 상징적 여체가 아니라 회화 요소로서 자율적인 회화공간을 형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평론가들은 부분적인 묘사들이 선명했던 시기라고 지명하곤 한다.
평면 위에서 형상성이 강조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두 타입을 혼성적으로 보여 주던 무렵의 일이다.
얼굴도 표정도 지워지고 자세가 거듭 바뀌어 서 있는 여체들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 가는 성찰과 응축의 작업으로 넘어가는 예고편이었을 수 있다.


다만 스며들고 드러내는 경지

그러던 것이 설사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레 여체의 형상이 스며들고 드러나는 조형의 세계로 나아갔다.
“작품의 의미화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이 일상의 수다처럼 풀어 놓는 작업이야기는 30여 년의 화업에서 오는 체화된 편안함 때문이리라.”는 평가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까닭이 뭘까.
“그 편안함은 현실의 욕망이나 집착과 거리를 두며 한 걸 음 뒤에서 관조하는 듯한 평면으로 완성”되고 있어서다.
색채의 순수함과 형상의 자유로움이 작가 본연의 자동기술적인 표현으로 집약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자연스러운 안료들의 너울거림이 스며들어서 드러나는 서사적 서정시라고나 할까.


인위적 정형화보다 농밀한 정감

박남희 평론가는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관조하는 듯한 작가의 시선에 따라 구름처럼 꽃처럼 피어나는 흰색의 형상은 어떤 의미로도 어떤 상징으로도 묶이지 않는 여유로운 응축”이라고 봤다.
작가의 명제로 자주 등장하는 <Memory>의 정서처럼 기록과는 다르게 정형화되지 않고 질서 잡히지 않지만 또렷한 정감을 그래서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유기적 혀상들은 화면 이 곳 저 곳을 누비며, 퍼지고 흐르고 만나고 압축된 모든 형상들은 애초부터 지녔던 작가의 표현적 스타일이 한 층 고조되었기에 더 이상 군더더기 없이 맑아지는 승화로 이어진다고.
아무런 짓눌림이나 무게가 없으며 푸념이나 욕망 그리고 집착조차 없이 그저 발견하고 표현하면서 기뻐하는 원초적 행위에 몰입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김경복 작가 화폭에는 “화면 가득히 색채들의 자유와 형상들의 생명성이 평화롭게 빛난다”는 찬사를 얻는다.
마라도에서 만난 무한한 하늘과 무한한 깊이의 바다에서 김 작가는 자아를 마주했다고 고백한다.
얼마간 그는 바리디앙, 울트라마린, 포르시안블루 등 푸른 빛에 들떠 있었다가 어느 사이엔가 분홍빛이 좋아 그 안에 산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고향의 봄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복숭아꽃 살구꽃이, 조무래기 동무들이 골목길로 쏟아지는 소중한 사연이 스며들듯 드러나는 작품세계는 평화롭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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