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확대와 미래 경쟁력 제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경영 방침이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로 이어졌다.
글로벌 차원의 구조적 저성장 고착화 될 것이란 우려에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면돌파 작전을 선택한 셈이다.
연속안타 대량득점과 철벽 방어로 요약할 수 있는 대역전 공법에는 당연히 과감한 투자를 통한 제품 혁신이 핵심이다. 글로벌 선도 업체 도약 청사진을 제시하자 지난해 실적이 일부 부진했던 데 대한 이미지가 씻기고 올해 이후 견조한 성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발길이 분주해 졌다.
GBC시대 친환경차 등 막강 R&D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포함, 앞으로 4년 동안 공장 신·증설 등 생산능력 확대와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정보기술(IT) 인프라 확충 등 시설투자에 49조 1000억원과 연구개발(R&D)에 31조6,000억원 등 모두 80조 7000억원 투자 계획을 널리 알렸다.
연 평균 투자액 20조 2000억원 가운데 국내 투입될 금액이 전체 투자 계획의 76%가량인 61조 2000억원이다.
투자 배경으로는 △자동차 800만대 생산판매 궤도 진입 이후 1000만대 위한 생산능력 확대 및 제품경쟁력 확보 △GBC(한전부지) 투자와 더불어 추진해야 할 제품경쟁력 및 브랜드 가치 향상과 주주가치 제고 △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인한 투자확대 필요성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액을 들여 터를 사들여 짓기로 한 GBC 투자비용 15조원과 200만대 규모 증설 투자가 약 13조 3000억원정도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따지면 R&D투자 규모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평을 얻었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 R&D에만 27조 1000억원에 이른다.
고효율엔진·다단변속 등 박차
지난해 11월 이후 언급했거나 제시됐던 로드맵을 종합해 볼 때 무게 중심은 역시 ‘스마트카’보다 친환경 기술차에 맞췄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글로벌 업체들과 그린카 개발을 둘러싼 한 판 승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몽구 회장도 “다양한 친환경차와 현지 전략차의 출시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친환경차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및 인력을 매년 대폭 늘리며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통한 시장 선점 확보에 맹렬히 뛰고 있다.
우선 2018년까지 총 11조 3000억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전용모델,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양산 체제를 갖추고 2013년 2월부터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차는 독자 개발한 100kW의 연료전지 스택과 100kW 구동 모터, 24kW의 고전압 배터리, 700기압(bar)의 수소저장 탱크를 탑재했으며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시동이 걸린다. 또한 최고속도 160㎞,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12.5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견줄 수 있는 가속 및 동력 성능을 갖췄으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15㎞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공장증설 글로벌 차업체에 맞불
중국 4·5공장 착공도 현대차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두 공장 건립으로 현대차는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중국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 예정이다.
현대차는 먼저 올해 2분기 중으로 창저우시 공장 건설 공사에 들어간다. 창저우 공장은 프레스와 차체 생산 설비 등을 갖춰 209만 5000㎡ 터에 22만1,000㎡ 규모로 지어진다. 20만대 생산 규모로 공장을 만든 뒤 2016년부터 소형차 양산에 들어가 이후 30만대 규모로 확장할 방침이다. 창저우 공장에 이어 하반기에는 충칭 공장 건설도 첫 삽을 뜰 전망이다. 자동차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충칭 공장은 200만㎡ 터에 27만 4000㎡ 규모로 지어진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을 신설해 미주대륙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경쟁력 있는 신차로 승기 선점
현대·기아차는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판촉 공세에 따라 올해 펼쳐질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경쟁력 있는 신차를 국내외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글로벌 업체 간 경쟁에서 승기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올해 내놓을 투산과 아반떼 등 신차들은 전 세계에서 연간 수십만 대 이상 판매되는 볼륨 모델이어서 판매 확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중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 성장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신차 매출이 본격 체감되는 하반기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중국, 브라질 등 해외생산지 생산성 향상이 순조로울 경우 이 또한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