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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미학주의 정경자 화백 순도높은 교향악 혹은 詩
색채미학주의 정경자 화백 순도높은 교향악 혹은 詩
  • 월간리치
  • 승인 2015.02.10 11:01
  • 호수 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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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프랑스에서 배우고 그림세계를 확장 심화시킨 뒤 고국에 돌아와 더욱 원숙하며 순도 높은 작품세계를 빚어내고 있는 정경자 화백. 色과 形과 선으로 펼친 조형세계는 서정시로 출발해 서사시를 지향하다 색채교향악을 추구했다. 리치와 함께 특유의 색채미학으로 승화하고 있는 정 화백의 세계를에 잠시 흠뻑 젖어보자.

일찍이 핸리 마티스와 클라우드 모네의 영향을 받았고 색과 색으로 감성과 감각을 표현하던 젊은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보는 음악’이고 싶어했다.
색과 형과 선으로 구성한 멜로디, 리듬, 하모니가 어우러지는 세계를 표현하려 애썼다.
한창 때이던 약 20년 전 정경자 작가는 자신의 미술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모네의 부드러운 색채, 마티스의 명쾌한 색과 선이 주는 소박한 즐거움은 언제나 나에게 감동을 준다”고 그리고 “나의 작업이 구상과 半구상 형체의 서정시로 표출되었다면 이제부터 암중모색은 장엄한 서사시 현대적 표제음악으로 끝없는 여로임을 느낀다”고.  

웃음과 눈물 사무치는 그리움

이주헌 평론가는 “정경자 선생의 그림을 보노라면 예술은 일종의 자기고백이라는 서양 격언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울긋불긋 화사하게 떠다니는 색채, 경쾌하게 다가 왔다가 쓸쓸하게 달아나는 선들, 그리고 그 사이를 배회하는 외로운 영혼, 거기엔 화사한 웃음이 있고 말 없는 눈물이 있고 아득한 관조가 있고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다. 처음볼 때는 얼핏 밝고 화려하게 보이는 그의 그림 속에서 이런 다채로운 흔적들을 대하노라면 어떤 예술도 그것을 창조한 사람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고 평했다.
일본여자미술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고 1970년 유명한 아카데미 드 라 그랑드 쇼미에르에 입학하면서 파리 시절 그림세계를 펼쳤다.
야수파의 자유롭게 해방된 색과 뒤피의 음악적 회화성, 샤갈의 몽환적 낭만성 같은 것이 이 당시 그럼에서 두루 퍼져 나온다고 이주헌 평론가는 전한다.
한동안 일본과 파리를 오가던 정 화백은 나이 50대 들어서야 저명한 인권변호사 이홍록 선생과 고국에 정착해 살면서 새롭게 예술혼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시보다 순도높고 풍부한 응축

60대 시절 정 화백은 여전히 색채에 온 힘을 쏟는 일은 당연하다는 지론을 간직한 채 치열하게 작품세계를 펼쳤다.
그 스스로는 “화면에 펼쳐지는 색과 색은 피아노 건반과 같이 각기 독립하면서 때로는 대립하면서도 그렇게 공명하여 전체로서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을 형성”한다고 말하던 때다.
하나 하나의 음은 투명하고 맑아 최상으로 순도가 높으며 아침의 청명하고 푸른 공기와도 같은 청색, 강렬한 적색, 한 낮의 명쾌함을 나타내는 노란색, 심해 이미지와 겹치는 녹색 등은 자유롭게 나타나는 음계에 의해 균형잡힌 세계라고 소개한다.
의식세계에 작용하며 직관과 이성에 더 많이 작동하는 것이 시라면 이 무렵 정 화백의 작품세계는 스스로 칭한 것처럼 “실로 빛과 색에 의한 교향악”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그는 “이러한 화면을 색채교향악이라 부르고 싶다”고 고백했다.


색채 운율과 이미지, 우러날 뿐

박영택 평론가(경기대 교수)는 “좋은 그림은 울림이 마냥 크고 깊다”고 운을 뗀 뒤 “정경자 화백의 그림은 원색의 화사한 색채들이 화면 가득 적시고 그 위로 예민한 선조들이 운율처럼 지나가면서 문득 이미지를 안긴다”며 “오로지 색 면과 가는 선으로만 이뤄진 그림이라 추상과 구상 사이에서 진동한다”고 풀이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득한 기억이나 달콤하고 적조한 회상과 같으며 작가가 살면서 보았던 자연과 도시, 실내 아니면 자연을 매개로 작가가 보았던 가슴 뛰던 장면, 간절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회화적으로 우러나온 것이라고 평했다.
그 또한 미술사 행간이나 시류와 무관한 채 정 화백만의 독자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격조 있는 이미지들이라는 것이다.
현재 서울 곁 양평군에 정착한 정 화백을 주민관객과 멀리서 오는 관객 모두가 공감하며 소통하는 전시를 추구하는 양평군립미술관으로부터 양평을 빛낸 원로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근작으로 오면서 섬세했던 모더니스트가 여유로운 시선을 지니면서 느리고 신중한 감각으로 자연 속에 뿌리내리는 자연주의자가 도어 절제된 미감을 화면에서 응축시키는 저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도 얻었다.
그는 말한다. “어떠한 이미지나 어떠한 테크닉에도 고정되지 않으며 ‘마음의 눈’으로 대화하는 색의 하모니를 구사하여 색의 낭만을 연주하고 싶다”고.
“그러나 반복된 깨우침을 통한 창작생활에서 예술의 세계란 참으로 끝없는 미로임을 다시 느낀다”며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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