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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통해 온 세계를 직관
빛 통해 온 세계를 직관
  • 월간리치
  • 승인 2015.03.11 09:32
  • 호수 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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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 호의 작품세계는 숱한 추억과 발견을 바탕으로 정심한 성찰과 명상이 빚내낸 휴머니티다. 자연과 도시 온 우주의 근원인 빛. 물질세계의 본질과 근원을 마음의 눈으로 담아내는 작품세계를 쟝-루이 뿌아트방(Jean-Louis Poitevin) 평론 글을 통해 조명해 본다. 리치에서는 그가 제2의 백남준이 될까 기대해본다.

아티스트 한 호가 추구하는 작업은 빛에 근원을 두고 있다. 빛만이 물질이며 우주 또는 천체이고,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게 될 희망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된다.
한 호의 작품에서 하늘과 땅이 만나는 부분을 표현할 때에는, 주로 대규모의 멀티미디어를 사용한 설치작업 방식을 취하며, 그 규모와 인상은 매우 강렬하다.  
무수한 반짝임, 존재의 근원

어린이는 자신이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전혀 의심을 갖지 않는다. 어린 시절 한 호는 바다와 산 사이를 흐르는 마을의 냇물 표면 위 반짝임을 바라본다. 이러한 마법의 순간은 인간의 정신적 사유에서 작용하는 매우 강렬한 순간들 중 하나다.
이런 순간이면 빛의 근원을 좇아가기도 하며, 이 경우에 그 근원은 달의 모습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빛을 받아 반사되는 측면이 되기도 한다. 그럴 경우에는 전자와는 반대로, 지상의 어두운 밤이 환영 속 진실의 발견에 대한 희망을 집어 삼키기도 한다.
한 호는 이처럼 상반되는 이미지의 양면적 유희에 매료되었다. 이 유희의 힘은 그에게 있어서 예술적 직관에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는 영원한 원천이 된다.
환영, 반짝임 또는 이미지 보다도 그를 더욱 매료시킨 것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무엇이었다.
발현과 소멸의 간극, 보였다가 사라지는 끊임없는 반짝임은 그로 하여금 더욱 깊은 사고의세계로 인도하게 된다. 이는 번민과 쾌락을 넘나드는 존재와 비존재간의 줄타기인 셈이다.  
하늘 향한 길 밝히는 ‘달’

한 호의 작품은 두가지 방향으로 펼쳐진다. 주제는 땅, 흙, 역사,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초기 근원으로의 귀환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근원이란 유럽식 우주관인 태양광이 아니라, 제2의 천체관, 반사하여 빛나지만 동시에 어둠을 밝히는 존재, 동양 싯구에서 우주의 중심으로 표현 되는 것, 그것은 바로 ‘달’이다.
동양 철학 및 시, 그림에서 달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달을 표현한 작가를 예로 들자면 백남준이 있다. 그는 인간이 꿈을 꾸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달이라고 표현한다.
한 호는 빛을 선택함에 있어서 맹목적인 근원의 의미가 아닌 영감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달은 우리에게 하늘로 향하는 방향을 제시해 주기 위하여 작품 속에 존재한다.
한 호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고 우리는 그를 통해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시인 아흐뛰흐 랭보(Arthur Rimbaud)의 문구를 인용하자면, 한 호는 일종의 ‘예언가’가 되어 작품을 창작하고 그가 보고 느끼는 것을 우리와 함께 나누려는 것이다. 여기에 그가 실현하는 작업의 힘이 있다.
한 호는 이 땅에서 좀 더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마법의 힘, 그리고 하늘의 영적인 부분과 맞닿기를 갈망하는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울리는 도덕에 대한 열망조차도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서만 절달할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우주를 향한 꿈과 동경

그의 작품세계는 인간을 절대로 망각하지 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특성 짓는 인간은 때로는 이 땅을 파괴하려는 존재이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에서 이를 바라보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가 한지를 얇게 잘라 달을 상징하는 거대한 구조를 천정에 설치할 때에는, 전통적 형상만 고집하지 않는다. 고전적 형상 안에 새로운 문을 열고, 확장하여 새로운 형상으로 창조한다.
오늘날의 하늘은 우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주보다 더 가까운 개념이다.
마법의 하늘을 넘어 옛것을 반영하여 웅장한 개념의 하늘로 향한다. 이 하늘은 미지의 형상을표현하는 빛의 점(별)들로 가득하다. 이 점들은 매우 엄격하게 정립된 사상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흔적들을 상징한다.
2011년 서울아트센터에서 구현한 설치작품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 매우 혁신적인 작품이다. 흰색 빛의 점들로 채워진 이 푸른색 원은 갤럭시를 상징하며, 고전적 재료 및 LED 전구와 같은새로운 미디엄으로 제작된 키네틱 현대설치미술로 이루어진 갤럭시를 통해 우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하늘을 바라볼 때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항상 영원한 빛을 찾아가고 있고 한 호의 모든 작업에는 인간에 내재된 모든 지적 욕망이 품어져 있다.
인간과 땅 신화적 역사

2011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제작된 작품에서 한 호는 인간 상황의 양면성을 완벽하게 조합 할 줄 알았다. 탐구자 혹은 시인의 마음일 때 인간의 눈은 하늘을 향해 있다. 마치 전사와 정복자의 자세로 인간은 자신들이 창조했을 뿐아니라 자신들이 태어난 요람과 같은 이 땅을 파괴하려는 욕망도 지니고 있었다.
얇게 자른 조각의 한지로 이루어진 ‘마법의 커튼’을 통해 한 호는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매우 명확하게 연출한다. 피라미드 즉, 무덤 또는 무의미한 먼지더미를 닮은 뿔형태의 무리는 신문지 파편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파괴자인 동시에 창조자로 인간성을 상징한다. 순결한 백색의 세상과 그 위에 빛나고있는 직사각형의 한지는 ‘우리는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유와 예술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을 구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예술은 사유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갖고 있다. 한호는 인간의 이 비극적 양면성을 종말 및 시작, 완료된 파괴 및 현동적 재창조 이라는 명제로 변증법적인 트랜스폼을그는 시도했던 것이다.
詩와 신화적 이야기

한 호의 작품은 직접 투영되는 인간의 역사가 아닌 그것을 넘어서는 시와 예술의 신화적인 역사를 표현함에 그 힘이 있다.
그의 작품에 부여된 일관된 제목이 ‘eternallight’ 즉 ‘영원한 빛’인 것처럼, 인간을 이야기하는 모든 작품들은 시작의 의미와 연관이 있어야 한다.
독일 낭만주의 시인 프레드리히 횔덜린은 위험이 있는 곳에는 구원도 함께 있다고 했다.
한 호는 이러한 ‘창조와 파괴’의 중간자적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은 파괴의 역사를 넘어서 세상의 시작, 즉 파괴 후 다시 재창조하는 입장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얇게 잘려진 한지들이 모여 하나의 세상이 재창조 되듯.
또한 몇 천 개의 대나무로 제작된 하늘에 박힌 배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곧 노아의 방주를 포스트 모던한 감각으로 재창조 한 작품이다. 그 섬세함, 불안정함이 오히려 희망의 매개물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들은 흔들리고 신성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소리가 이곳에 까지 들리는 듯하다.
지적 인식의 상징인 달 아래에서 입에 붓을 물고 하는 퍼포먼스에서는 마치 어머니의 뱃속에서 순수하고 경이로운 탯줄을 연상시키 듯 흰색 줄로 달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적인 테크날러지를 이용하여 고도의 기술적 키네틱 아트가 혼합된 상징적 우주는 인간 세상의 시작인 것이며, 한 호는 작품을 통하여 그 우주로 우리의 시선을 이끌어낸다.
한호의 이터널 라이트, 즉 영원한 빛은 세상이 창조될 때 부터 인간의 심장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그리고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태초의 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취해야 할 것들이 바로 이런 것이기에 바로 이런 점에서 그가 현 세대 한국의 중요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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