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線描 도예 신세계 연 윤현경 도예가 생동하는 조형미 빚는 예술혼
線描 도예 신세계 연 윤현경 도예가 생동하는 조형미 빚는 예술혼
  • 월간리치
  • 승인 2015.03.11 09:34
  • 호수 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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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구성하는 절대 요소 중 하나요, 생명 원천인 흙에서 탁월한 조형예술 세계를 빚어내는 윤현경 도예가. 국내 창작 터전인 경기도 양평과 후배 작가양성 현장 미국을 오가면서 도자(陶瓷)예술의 궁극 추구에 일수유의 소홀함이 없는 그의 작품세계를 리치와 함께 진하게 음미해 보자.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9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이며 통산 일곱 번째인 개인전으로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윤현경 도예가.
‘왜 아이 웨이웨이인가? & 변화하는 선들’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인 작품들은 그 동안의 창작활동 흐름을 이으면서도 한 층 더 원숙한 세계를 펼쳤다는 평을 얻었다.
“나의 도자 작업은 자연물의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선(線)의 어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에서 그의 창작혼은 더욱 농익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뿜어내는 선묘(線描) 작업이 회화작품이나 다른 장르가 아닌 도자예술세계에서 승화시켰기에 감동의 깊이와 파장 또한 정심한 ‘선’울림으로 깊고 오랫동안 이어지는 공명을 낳는다. 


변화하는 선이 재구성한 신세계

윤 도예가는 “나의 선은 흙의 작업을 통해 tube 형태로 시작된다”고 소개한다. tube를 여러방법으로 자르고, 늘리고, 구부리면서 평범한 자연물이던 흙이 새로운 구조로 재탄생한다.
흘러내리는 선, 가볍게 춤추는 선, 새싹 솟아오르듯 기세 꼿꼿한 선, 얽히고 꼬여짐조차 자연스러운 선, 이미 형상이 확정된 선들인데 빠름과 느림을 담고 사람의 감정선을 닮아내는 선까지 자유자재로 빚어낸다.
“여러 선들의 어우러짐이 이어지다 보면 리듬감 있는 공간이 열리고 나는 속에서 놀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갑니다. 흐름과 움직임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내는 것이죠.”
선들의 흐름을 얼마나 생동감어린 움직임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드라마틱한 공간활용이 펼쳐진다. 자유롭고 생생한 에너지 가득한 율동적인 움직임이 충만한 공간은 그렇기 때문에 생명력을 확보한다.
그의 말마따나 율동적인 긴장감으로 표출되는 곡선의 형태와 line과 mass사이의 대비는 동양미술 서예 가운데 초서체 느낌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가을 미국 스미소니언 허쉬혼에서 마련한 작품전을 통해 주목을 끌었던 중국 현대화가 아이 웨이웨이와 공동 작업한 <보름달>을 비롯한 항아리 작품들이 함께 선보였다.


滿月 Full-moon 보름달의 차오름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은 어김없이 반복되는 법칙이건만 윤현경 도예가는 유독 보름달, 중국작가 정신세계에선 滿月이며 영어권에서 Full-moon에 담긴 신비로움에 치열하게 천착했다.
차기만 하면 기울고 마는 자연세계 보름달이 아니라 그가 빚어낸 보름달은 인류 역사 훨씬 이전 까마득한 시절부터 속으로부터 극한까지 차올라 넘치는 일에만 몰두해 왔던 보름달이다.
차오르면 오를수록 밤하늘을 수놓던 뭇별들의 반짝임마저 압도적으로 흡인하는 만월은 어떤 존재인가,
속으로 속으로만 영글기가 Full한 존재만이 넘어 흘릴 수 있는 고통과 흐느낌, 환희 넘치는 웃음과 떠받듦, 때로는 거칠고 도도하게 때로는 은밀하고 고요한 움직임까지. 형형색색 천변만화하는 스토리들을 혼재된 채로 공존시킬 수 있는 가득차오른 순간을 무수히 달리 포착해 내어 빚어낸 것이다.


다양한 작업에서 알 깨고 나옴

역량 있는 지역 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립미술관 이형옥 학예실장은 윤현경 도예가의 초기작에서 두 번째 주조를 이뤘던 'Egg Figure'연작 조형작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남다른 관심을 표했다.
그에 따르면 초기 달 항아리는 비워냄으로써 더욱 충만해지는 한국적 정신세계를 담아낸 형식 너머의 형식을 탐구했던 조형성이 특징적이었다. 안료를 뒤에서 밀어내거나 가공하지 않은 토분을 쌓아올리는 등 도조예술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고 봤다.
단색조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색조를 띤 작품으로 한국적이면서 세계 여러 정서와 감응할 수 있는 정신성과 부드러움이 잠재적 미덕이었던 때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어 호모사피엔스의 찬란한 진화를 연상시켰던 Egg Figure조형작품을 통해 탄생에서 사멸에 이르는 생명역사의 거대함 속에 인간 군상들의 삶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시기에도 높은 값을 매겨줬다.
크기와 모양 빛깔까지 어느 하나 똑같을 수 없는 알들의 깨어남은 생존 경쟁의 장엄한 서사성을 생명체의 본원을 재구성한 도자조형의 극치라고 그는 극찬했다.


새로움 추구, 더욱 원숙한 세계

나아가 간결한 움직임 속에 광대한 변화를 갈무리 하는 ‘변화하는 선’을 조형하는 손길이 무르익었다.
조합토로 써 내려간 도자조형의 세계가 그렇다. 형과 비례를 바탕으로 도자조형으로 재구성해 낸 선들의 세계는 다양한 기세와 모습으로 리듬감 넘치는 공간을 형성하는 주역들로 재탄생한다.
2010년 이후 쏟아낸 <Indeterminate Lines>(비결정적인 선들) 연작은 윤현경 도예가 작품세계의 한 단면에 불과할 것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전에 없던 기법과 발상으로 작품세계의 내면의 깊이와 외연의 광대함을 두텁고 친숙하게 개척했던 작가였기에 앞으로 어떤 신개념 조형예술을 선보일지 짐작하기 어려운 노릇이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미대 교수이자 양평군 갤러리 몬타첼로에도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그가 겨울을 이기고 새로 빚어낼 봄은 어떤 세계로 구성되어 올까? 리치와 함께 이 봄에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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