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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숙 작가의 조형 세계 실용적 친숙함 광폭 스케일
황예숙 작가의 조형 세계 실용적 친숙함 광폭 스케일
  • 월간리치
  • 승인 2015.05.11 17:00
  • 호수 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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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쓸 법한 실용기인 듯 하면서 예술 조형물로서 품격을 지닌 작품에 당혹스럽다가도 볼수록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다기한 메시지와 의미풍부한 기호들을 느낄 수 있다는 황예숙 도예작가 작품세계. 리치에서 방대한 스케일로 형상화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의 예술적 특질에 진지한 눈길을 던져 본다.

“황예숙 작가 작품은 스케일이 방대하고 인간의 본능적 감각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작품으로 여주 영월루에 있는 높이 160cm, 길이 40m에 달하는 세종대왕기록도자벽화와 옛 여주대교인 연인교에 예술성을 발휘했다.” (2004년 9월 한 일간지 기사)“내 작업이 특별한 의미나 개념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쓰기보다는 즐기면서 쓰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접시 위에 음식이 놓여 있지 않더라도 접시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제대로 찾아내고 느낄 줄 아는 사람들과 내 작품을 공유하고 싶다.” (황예숙 작가 노트)실용성 매개로 핀 조형예술 꽃박수아 평론가는 “황예숙의 작품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과연 이것이 실용기일까 조형물일까 하는 구분의 문제였다”고 고백한다.그리고 이내 “테이블, 의자, 주전자, 컵, 접시 등은 본질적으로 실용적 기물임에 틀림없는데, 쓰임새를 배제하고 구조적 조건을 무시하면 데포르메(deformer)를 강조한 작가의 의지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고 파악해 낸다.작가의 조형적 창조의식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 가면 사물의 실용적 속성에서 비롯된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방대한 세계가 존재할 것이란 이야기. 통속적 사물, 혹은 도처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누가 보더라도 금방 그 속성을 알아 낼 수 있는 것들이면서 어딘지 친근하고 익숙하다는 느낌.손 가는대로 만든 투박한 형태로부터 출발한 것이면서 어수룩한 인상의 작품들은 작가의 인생역정을 드러내는 셈이라고 풀이된다.완벽한 비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떨어지는 선 등의 세련된 조형미와 반대되는 세계를 추구한 것이 오히려 잘 어울려 보이는 경지를 열었다.서양화에서 도예로 당당 변신황예숙 작가는 남들보다 훨씬 늦게 도예의 세계에 영혼을 담그기 시작했다.박수아 평론가는 “황 작가는 작업의 여정이나 경력보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느낌들을 작품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따라서 아이디어 스케치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매 순간의 기분이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냄으로써 보기에 쉽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또한 구성요소의 과장이라는 일관된 방법으로 형태적 특징을 만들어낸다.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주전자의 손잡이라던가, 필요 이상으로 크기를 과장한 물대, 단순한 지지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 테이블 다리는 관객의 고정관념을 깨뜨림과 동시에 그 사물들의 통속성을 유쾌하게 뒤집으면서 철학적 물음까지 작품성을 확대하기 일쑤이고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다.편안하고 친숙해서 동질감이처럼 표피적으로 보여지는 황예숙 작품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우선 도예를 통해 특별하고 기이한 그래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미술적 사치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는 것이다. 주변에 흔하디흔한 사물들을 통해 작가 자신의 유머와 재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에 족하는듯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때로는 은근히 강요하는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는 것. 작가 스스로의 노트에서 드러난 말이 그런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셈이다.기묘한 입체에 응축된 상상력“황예숙 작가는 테이블, 의자, 주전자, 컵 등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속성의 규범을 무시하고 오직 표현의 수단으로 인지하여, 상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현실화하고 있는 것”(박수아 평론가)이 틀립 없어 뵌다. 황 작가만의 독특한 심미감이 빚어낸 기묘한 입체들은 그 자체의 생김새로부터 평범한 것을 거부하고 기존의 권위를 조소 또는 최소한 거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흙의 질료적 특성을 충실히 표현한다는 것, 인위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인 형태를 보여준다는 것, 그렇게 제작된 작품을 통해 일반인들과 문화적 교감을 나누고 싶다는 것 등의 담백한 생각에서 작품을 제작한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그러나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史)적 의의, 그리고 예술사회적 측면에서 가늠되는 역할 등은 매우 흥미로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앞으로의 작품세계의 미학적 경로에 지대한 기대감을 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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