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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부채에는 양면성이 있다”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부채에는 양면성이 있다”
  • 월간리치
  • 승인 2009.11.29 10:48
  • 호수 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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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은 1031조 원이었고 지난 2/4분기말 가계대출은 662조 원에 달했다. 가계대출이 국민총소득의 60%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도 특히 주택에 대한 대출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큰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럴 만 한 것이 지나친 가계대출 그중에서도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계에 대한 과도한 주택대출로 인해 바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고 이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던가.
빚은 누구나가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나 사용해 보고 싶어 한다. 마치 금단의 열매와 같다. 금지되어 있으나 먹고 싶은 열매.
빚은 과연 독일까. 아니면 약일까.
필자는 어려서부터 남의 돈을 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불가피하게 빌리게 된다면 돈이 생기는 즉시 제일 먼저 그것부터 갚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랐다. 아마 나와  동년배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어른이 되어가면서 능력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 빚을 얻어 사업을 하거나 집을 사는 것을 보며 내가 받은 가르침의 모순을 느끼게 됐다.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은 빚내서 차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생각하면 현재의 소비가 현재의 소득으로 충당이 되지 않으니까 미래의 소득을 미리 당겨서 현재 필요한 소비에 충당하는 것이 바로 빚이라고 볼 수 있다.
거꾸로 예금은 현재의 소득이 현재의 소비보다 많으므로 미래의 소비를 위해서 저축하는 것이다. 둘 다 길지 않은 우리 인생에서 소비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축과 대출을 최적화하는 사회적 인간의 지혜와 협력의 산물인 셈이다.
한편 생각해 보면 빚내서 집을 사는 것과 빚내서 차를 사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다. 후자는 현재 소비를 위한 것이지만 전자는 현재의 소비를 위한 것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빚내서 투자를 한다면 그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소위 여유현금 흐름 문제의 완화이다. 기업이나 가계나 여유현금이 있으면 반드시 낭비가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가계나 빚을 얻어 타이트하게 이자를 갚다보면 그 자체가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수단이 된다.
강남아줌마들은 일찍부터 이 원리를 터득해 조그만 돈을 가지고도 은행대출을 끼고 고가 아파트를 사 둔다고 한다. 남편 길들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는데 빚 갚는데 정신이 없는 남편들이 한눈 팔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강성노조를 다스리는 데는 부채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이자비용 때문에 순이익이 줄어든 기업에게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이여, 노조가 감당하기 어려운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 같으면 무부채 기업을 자랑하지 말고 부채를 써서 미리미리 대비하시라.
부채의 또 다른 혜택은 세금감면이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가계대출의 경우에도 조건이 맞으면 지급된 이자는 세금감면의 혜택을 받게 된다.
세금감면을 최대한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가계나 부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차입금 이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으니 참 이중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부채의 그림자는 무엇인가.
첫째는 파산위험이다. 기업의 경우 과도한 부채는 기업이 파산하기 쉽게 만든다. 경기가 어려울 때 과도한 부채를 가진 기업은 변제의무를 다하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경영권을 채권자들에게 넘겨야 한다. 파산 시에 기업은 많은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가계가 파산할 경우 개인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입는다.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재산을 채권자에게 넘겨줘야 하고 경제생활이 어렵게 된다.
둘째는 과도한 부채는 오히려 대리인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개인의 경우 신용불량이 된 사람들이 아예 일자리 찾는 것을 포기하고 노숙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무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기업 가치를 높일만한 좋은 투자안이 있어도 이에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
혹은 반대로 신용불량자들이 큰 판돈을 거는 도박에 빠지듯이 기업도 위험이 매우 큰 사업에 뛰어들려고도 한다. 대우그룹이 망하기 전에 세계 도처에서 위험한 사업들을 수없이 벌였던 것이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이 빚-기업부채든 가계부채든-은 양면성이 있다. 좋은 점과 나쁜 점, 독과 약..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빚은 무조건 기피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좋아할 것만도 아니다. 주의 깊게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수준의 빚을 사용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경제인(homo economicus)의 모습이다. 

============================= 프로필 ====================
▲1954년 2월 10일
▲학력
경기고등학교 졸업(1972년 2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졸업(1977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수료(1981년 8월),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학 석사(1986년 8월),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학 박사-Ph.D. in Finance(1990년 8월) 
▲경력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2009년 1월~현재), 경희대학교 사회과학정책연구원 원장(2007년 3월~현재), 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교수(1995년 9월~현재), 한림대학교 재무학과 부교수(1994년 2월~1995년 8월), 미국 뉴욕주립대학교(SUNY at Buffalo)경영대학 조교수(1990년 9월~1994년 2월), 미국 시카고주립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1986년 9월~1990년 8월), SKC 주식회사 사외이사(1998년 3월~현재), 교보증권 주식회사 사외이사(2006년 5월~ 현재), 기획예산처 연기금투자풀 운영위원(2001년 9월~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제도자문위원(2002년 7월~현재),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자문위원(2004년 6월~현재), 한국신용카드학회 학술담당 이사(2007년 6월~현재), 한국재무학회 회장(2009년 11월~현재), 한국재무학회 편집위원장(2003년 1월~2004년 12월), 한국재무학회 이사(2000년 1월~2001년 12월), 한국증권학회 이사(2000년 1월~2001년 12월),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 사외이사(2005년 6월~2008년 6월),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장(2006년 3월~2008년 1월),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2006년 3월~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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