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16:39 (화)
‘세계여성경제포럼’
‘세계여성경제포럼’
  • 월간리치
  • 승인 2012.11.11 18:22
  • 호수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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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으로 세상 바꾼다

이데일리가 지난 10월 18일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지평 : 생존에서 공존으로’를 주제로 제 1회 세계여성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 연아 마틴 캐나다 종신상원의원, 나경원 전 국회의원(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 정희선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원장 등 정치와 비즈니스, 과학, 문화 등 각계각층에서 눈부시게 활약했던 국내외 여성 리더들이 자리를 빛냈다.

이번 포럼은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총 세 개의 세션과 특별강의, 특별세션 등으로 진행됐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호령하며 ‘실리콘 밸리의 여제’로 불렸던 피오리나 전 HP CEO는 미 통신업체 AT&T에서 루슨트테크놀러지를 분사하는가 하면 현실에 안주해 있던 HP의 조직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컴팩과의 매머드급 합병을 성사시키는 등 뚝심을 보여줬다.
그런 피오리나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없이 실패를 경험하고 견고한 유리천장을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기조연설에서 여성이 어떻게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야 할 것인가를 제시했다.

피오리나 “여성에 동등한 기회를”

피오리나는 “내가 성공한 여성일 수 있었던 것은 남성들이 나를 묵살하도록 용납하지 않았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했기 때문이다. 또 말보다는 행동으로 나의 가치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피오리나는 포럼에서 여성에게 일을 선택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을 반드시 선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발되기 위한 경쟁선에는 남녀가 동등하게 후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쉬리 새비지 씨티은행 아태지역 핵심인재 및 다양성 관리본부장은 씨티그룹이 여성 인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는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라며 “씨티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직원 비중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태국의 경우 씨티 전 직원 중 75%가 여성, 한국의 경우 48%가 여성이다.
새비지 본부장은 “다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중은 줄어든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에서 대학들과 손잡고 금융교육 프로그램 을 운영하는 등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가렛 키 버슨-마슨텔러코리아 대표와 민희경 CJ그룹 HR총괄 및 인재원 원장은 자사의 여성 배려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키 대표는 “과거 현대차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며 “여성 상관을 모셔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키 대표는 이후 외국계 홍보회사인 버슨-마슨텔러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많은 여성 직원들과 근무 중이다. 그는 “버슨-마슨텔러코리아는 ‘일하는 엄마(working mom)’들이 아주 많다”며 “한 달에 한번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등 육아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민희경 CJ 원장도 “CJ는 예기치 못하게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상황이 닥칠 직원들을 위해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다”며 “보육인에게 맡길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편하게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워킹맘들에게는 절실하다는 점에 착안, 이를 회사 정책상에 반영해 놀이방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필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은 “여성에게는 무엇보다 교육, 그리고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여성과 정치-가능성과 도전’을 주제로 하는 첫 번째 세션의 발제를 맡아 “평등은 여성의 의무이자 권리이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무엇보다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남성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50 더하기 50이 100이다. 여성만 있는 것은 50에 불과하다. 남성과 협력하고 남성과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또 여성의 참여가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성의 경력과 재능을 활용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여성과 남성 간 고용률 격차가 줄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국내총생산(GDP)이 9~10% 가량 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는 대통령 후보 3인의 축사도 이어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동영상 축사에서 “여성인 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대한민국 정치의 중대한 변화”라며 “여성대통령이 탄생하면 건국이후 가장 큰 변화이자 쇄신”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여성은 틀림에 대해서는 단호하지만 다름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포용해 발전동력으로 삼는다”며 “부드러운 감성과 실용적인 마인드로 갈등해소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동영상 축사를 통해 “맞벌이여서 여성이 짊어지는 무게를 잘 안다”며 “아내가 레지던트 시절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일하던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보육문제를 복지지출이 아닌 우리의 경제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시각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출산율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끝으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리더십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이 높고 국가고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치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는 낮다”며 “국가에서 개선하고 관리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유능한 여성인력이 출산과 육아 문제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불행한 일”이라며 “민주통합당은 여성들이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아 마틴 캐나다 상원의원은 ‘여성과 정치-가능성과 도전’제목의 세션에서 “자신이 정치인이 된 것은 타인의 도움과 이를 보답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삶은 ‘운명’이라고 정리했다.
과거에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고, 어느 순간 자기도 남을 위해 봉사하다보니 정치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마틴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사람들의 뜻 깊었던 말을 하나씩 예를 들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 어머니가 “자신이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보라”고 말한 것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데 힘이 됐다. 마틴은 “일제시대, 한국전쟁 등으로 많은 것을 희생했던 어머니의 삶을 존중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민자로서의 정체성도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마틴은 “‘두 사람의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자신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캐나다인으로서 두개의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다”고 전했다.
한젬마 아트디렉터는 포럼에 참가해 “처음에는 ‘화가’라는 타이틀이 싫어서 몸부림을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설치미술가, 멀티 아티스트 등의 새로운 타이틀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사회에 속하게 되면 각자의 타이틀을 가지게 되지만 여러분들은 거기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문성은 가지면서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면 자신만의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생활과 일의 균형을 잡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내가 찾은 방법은 어떻게 하면 아이와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며 “집을 미술적으로 꾸미고 미술을 이용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파티를 여는 등 균형과 조화를 여전히 함께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역도선수 장미란도 참가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미란 선수는 “어려서부터 대중 앞에 나서는 데 익숙지 않았다. 그럴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다소 게으르고 활동적이지도 못한 아이였다. 스포츠는 물론이고 눈에 띄는 것은 절대 하려하지 않았다”며 평범했던 자신의 유년기를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가장 ‘힘센’ 여자로 이름을 올리며 여성으로서 성공을 거뒀다. 장미란 선수는 “역도는 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힘도 중요하지만 유연성, 순발력이 있어야하고 무엇보다 기술을 잘 배우려면 머리도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튜어트 다이아몬트 와튼스쿨 교수는 세션2 ‘여성과 기업-여성의 인재 경영’의 발제자로 나서 “어떤 협상에서든지 사람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에서는 사람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협상에 성공적은 협상의 50%는 ‘사람’(상대방)에 달려있고, 40%는 ‘협상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 ‘협상조건’은 오직 8%만 영향을 미쳤다.
스튜어트 교수는 “협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주장만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질문을 잘 해서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은 여성의 섬세함과 감수성이 창조적 제품 및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분석하고 여성 지식재선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세션 ‘여성 경제력 창출의 새로운 수단은 지식재산권’ 발제자로 나선 백 회장은 여성의 창의력을 지식재산권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부족 상황에 있다”며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 제고를 위한 다양한 여성발명진흥사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식재산기본법과 발명진흥법에 여성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규정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녀의 벽’을 깨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53년 역사상 첫 여성 원장을 맡았던 정희선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은 포럼에서 여성들에게 ‘단번에 노(No)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이 똑똑하지만 무엇을 제안했을 때 처음부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해 봐라. 해 보고 안 되면 이런 이유 때문에 안 된다고 하지,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면 당신에게 온 기회를 스스로 날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금래 여성가족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그동안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뤄왔다”며 “각 분야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유리천장을 극복한 여성들은 그 존재 자체로 국가와 사회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 최고경영자(CEO)나 관리자,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 각계각층에서 여성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여성 리더십 발전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소외받는 여성이나 가족, 청소년이 없도록 세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여성 할당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여성을 보호하고 여성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고위직에 진출하는 여성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위직 진출에 있어서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여성의원 비율이 전체 의석수의 19%에 그치고 그 증가속도 역시 더디다”며 “여성의 고위직 진출 비율이 적정수준까지 올라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기업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은 지식기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며 “양성평등에 대해 산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더 적극적으로 양성평등을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고용시장에서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동등한 파트너로서 여성을 받아들이면 경제적 성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힘 나타나야

‘여성과 정치-가능성과 도전’ 섹션에 패널로 참석한 나경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전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 고위직이나 정치에 여성의 참여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문제로 짚었다.
그는 “핀란드에선 대부분의 영역에서 여성이 장관을 했다는데 우리는 여성 장관을 상상해본 적이나 있느냐”며 “여성정책을 얘기하면서도 장관직의 여성할당 공약을 내놓는 대선후보는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분야에서 여성정책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 기타 고위직에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장관 한 명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한 명의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전반의 여러 가지 변화를 수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53%인데 실질적으로는 더 낮고 이중 43%는 비정규직”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여성 노인의 빈곤 사태는 굉장히 심각해 여성은 전생애주기에 걸쳐서 고통의 연속인 상황에 있다”고 호소했다.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출산가산점 제도’와 ‘여성할당제’ 등이 제시됐다. 나 위원장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출산으로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며 “출산에 가산점을 준다면 저출산 사회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 의원도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없어 여성들에겐 경력단절의 문제가 있다”면서 여성할당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근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합류하며 화제를 모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포럼에서 “여성의 말랑말랑한 소프트 브레인 파워(soft brain power)를 이제는 정치에도 활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여성들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며 건배사로도 거침없이 “여성 혁명(wemen‘s revolution)!”을 외쳤다. 김 회장은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전 세계로 문을 열고 있다”며 “여성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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