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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61
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61
  • 월간리치
  • 승인 2014.08.08 09:36
  • 호수 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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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도메인 디지오이아 로에르 와인그랑크뤼로 탈바꿈 10년 노력

싸구려 와인 밭을 물려 받은 ‘미첼 디지오이아’는 피노누아 포도의 장점을 최적화하는 창조적 실험을 거듭한 끝에 프랑스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내 놓는 그랑크뤼 와인으로 거듭났다. 부드러운 체리 빛깔, 기분 좋게 뿜어내는 과일과 꽃향기, 검은 과일, 초콜릿, 은근히 피어오르는 치즈 향, 그리고 균형 잡힌 산도, 타닌·알코올에 미네랄의 상쾌함이 더해져 벨벳처럼 우아하고 순수한 풍미와 관능적인 잔향이 오랫동안 입안에 맴돈다.금년 7월 초에 프랑스 샹파뉴에서 개최된 국제소믈리에협회(ASI) 총회에 참석하고 난 후에 개인적으로 6차례나 방문한 부르고뉴지방이었지만 최근에 명품와인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도메인(domaine)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고 디종으로 떠났다. 그리고 부르고뉴 지역에서 한국 양조가이며, 도메인을 운영하여 유명세를 타고 있는 루뒤몽 도메인의 박재화 사장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피노누아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모처럼 원 없이 피노누아를 마시고 싶은 충동도 있었다. 영화 ‘사이드웨이’의 주인공인 마일스가 피노누아를 예찬하여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피노누아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피노누아의 본 고장인 부르고뉴를 자주 방문하는 것도 행운일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신흥명품 피노누아 와인을 찾아서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부르고뉴 샹볼 뮈지니에 위치한 도메인을 찾아 나선 길은 과거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에 간간이 보이는 십자가를 지나면서 이곳 지역 특유의 떼루아를 구성하고 있는 3종류 토양의 구성비에 따라 포도밭의 등급이 매겨지고 와인의 맛과 향기가 결정되는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였다. 부르고뉴만큼 AOC등급제도(Appellation d' Origine Controlee; 원산지통제명칭, 각 4단계로 가장 낮은 Regional Appellations, Village Appellations, Premiers Crus, Grands Crus)가 복잡하고 어려운 지역이 없기에 더욱 매력적인 와인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머리 속이 가득 찼다.부르고뉴는 떼루아를 구성하고 있는 토양의 정교함과 오랜 세월동안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상속을 받고 수천개의 작은 포도밭으로 세분화된 클리마(clima)로 인해 같은 지역에서도 포도 재배자와 도메인의 핵심 역량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포도밭 사이를 지나 자그마한 동네 모퉁이를 돌아 아담하고 전통적인 가옥에 도메인의 로고가 보이고 50대의 농부 같은 CEO 미첼 디지오이아(Michel Digioia)가 미리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만나자 마자 인사도 할 여유도 주지 않고 와인 오크통이 있는 셀라로 안내하였다.이 도메인은 1925년에 조부께서 2헥타의 포도밭을 갖고 설립을 하였지만 포도밭의 등급이 낮은 빌라주 포도밭이어서 벌크와인을 만들어 판매하여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싸구려 와인으로 인식되었다. 미첼 디지오이아(Michel Digioia)는 1983년에 젊은 나이에 부모님이 운영하고 있는 도메인에 변화와 혁신을 주기 위해 부르고뉴 본에 있는 국립농업대학에서 와인 양조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실험적인 와인양조를 시작하였다. 새롭게 빈야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포도밭 5헥타 중에 2.7헥타는 생업을 위해 벌크와인을 만들었으며, 1.3 헥타는 실험용 와인을 만들기 시작할 때 부모님과 주변의 사람들 모두 만류하기도 했지만 끝내 역경을 극복했다. 밭 생태부터 떼루아까지 통째 재발견우선 포도밭의 생태를 조사하고 포도나무가 자라는 환경과 떼루아를 연구하면서 자신의 포도밭에서 수확되는 피노누아 포도의 특성과 개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포도밭의 환경이 포도에 그대로 반영되므로 포도가 갖고 있는 개성 그대로를 살리는 와인을 양조하고자 연구를 거듭하였다. 직접 포도밭을 가꾸고 포도밭의 특성(햇볕, 빛의 각도, 바람, 토양 등)에 따라 가지치기, 유기농법에 의한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수하였다. 그리고 가장 품질 좋은 포도만을 선별하여 손 수확하고 포도의 개성을 존중하여 저온발효를 통해 침용 과정을 최소화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1986년~1988년 2년 동안 벌크와인에서 병입 와인으로 전환하면서 조심스럽게 상품화된 영(young)한 와인 생산을 하였는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미첼 디지오이아는 1999년에 부모님으로부터 도메인을 상속받은 이후, 2010년부터는 장기 숙성이 가능하고 유명한 도메인처럼 품질이 좋은 와인양조를 시도하여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 놓으면서 부끄러워하기도 하였다. 부르고뉴에서 빌라주 등급의 벌크와인에서 그랑 크뤼급 와인의 품질을 만들어 낸 미첼 디지오이아(Michel Digioia)의 인간 승리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하얀 도화지에 자신의 생각을 화폭에 옮기는 화가처럼 다양한 명품 와인을 양조하기 위한 새로운 도화지에 수없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표현하고 싶다.10년 구슬땀 완벽 환골탈태 드라마현재는 5헥타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랑 크뤼급 포도밭도 조금 구입한 후에 더욱더 좋은 명품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2만 8000병을 생산하며, 60%는 해외(영국, 스위스, 독일, 캐나다, 일본, 홍콩, 한국 등)로 수출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판매하는 명품와인이 되었다. 디지오야 로에르 와인은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으로 전통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끌리마 별로 와인 양조방법을 차별화하는데 특히 숙성과정에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10개의 와인을 테이스팅하였는데 특히 기억할 만 것 중 하나가 과거에 자신이 실험적으로 만든 2009년 빈티지의 샹볼 뮈지니(Chambolle Musigny) 빌라주급 와인 6병을 저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중 1병을 테이스팅 하도록 배려하였다. 이 와인은 매혹적인 체리 빛깔이 매우 아름답고 부드러웠으며, 기분 좋게 뿜어내는 과일과 꽃향기, 검은 과일, 초콜릿, 은근히 피어오르는 치즈 향과 균형 잡힌 산도, 타닌·알코올에 미네랄의 상쾌함이 더해져 벨벳처럼 우아하고 순수한 풍미와 관능적인 잔향이 오랫동안 입안에 맴돌면서 바다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랑 그뤼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음식과의 조화는 쇠고기 스테이크, 양고기, 양념이 있는 닭고기 등과 어울리며, 한식으로는 갈비구이 요리이면 적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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